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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막히고 공급 잠기자 ‘허수 거래’ 낌새 솔솔, 10·15 대책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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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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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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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량 급감에 시장 유동성 위축
매물 증발에도 고가거래는 지속
실수요 부진 속 심리적 거품 형성

정부의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거래량과 매물이 동시에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다수 관찰되며 정책의 즉각적 효과에 대한 의문점을 키웠다. 여론조사와 시장지표가 정부 대책의 효용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가운데, 정책 신뢰 약화에 대한 우려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규제 일변도의 수요 억제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과 함께 강력한 공급 대책과 세제·금융정책의 보완이 병행돼야만 시장 안정화를 이룰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매물 회수로 공급 위축 착시

3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0·15 대책 발표 이후 서울에서는 강남구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이어졌다. 삼성동 ‘아이파크(전용 195㎡)’는 이달 17일 98억원(40층)에 거래되며 불과 사흘 전인 14일 기록한 신고가 94억원을 넘어섰고, 송파구 장지동 ‘송파위례24단지꿈에그린(54㎡)는 18일 13억2,000만원(12층)에 새 주인을 맞으면서 지난 6월 거래된 11억1,800만원(12층)보다 2억200만원 오른 집값을 나타냈다. 고강도 규제로 매수 진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신고가 계약이 줄을 이으면서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 의구심이 따르는 상황이다.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시장 전반의 거래량은 뚜렷하게 감소했다. 16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는 939건으로 규제 시행 직전 2~15일의 4,183건 대비 77.6% 줄었다. 계약일 기준으로는 1일부터 14일까지 3,519건에서 15일부터 29일까지 1,775건으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여기에 매물 또한 빠르게 줄었다. 대책 발표 직전인 14일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7만2,902건이었으나, 보름 뒤인 29일에는 6만5,431건으로 7,471건 줄었다. 거래량과 매물이 동시에 감소하면서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한 형국이다.

매물 감소와 거래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시장의 가격 조정이 제한된다는 분석 또한 제기된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전세를 낀 매물이 일시에 사라지고, 그 결과 실수요자는 높은 호가를 수용해 거래가 체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연구원은 “허가구역 지정으로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불가능해져 수요 분산효과가 사라진 상황에서는 실수요자의 가격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짚으며 “이는 단기 안정 대신 시장 왜곡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꼬집었다. 

실수요자 접근성 약화→정책 신뢰도 하락

이런 이유로 시장에선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회의론적 시각이 우세하다. 엠브레인퍼블릭과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27∼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10·15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자는 53%로 집계됐다. 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응답은 37%에 나타냈으며, ‘모름’ 또는 무응답도 11%를 차지했다. 특히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서울에서는 부정 평가가 57%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고, 긍정 평가는 35%에 그쳤다. 

인천·경기 지역에서도 부정 51%, 긍정 39%로 서울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대구·경북 지역의 부정 평가는 59%로 가장 높았으며, 광주·전라 지역은 긍정이 50%로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평가를 내놨다. 현재 부동산 시장 불안의 원인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69%가 ‘과도한 투기성 수요’를 꼽았고, ‘부족한 주택 공급’이라는 응답은 22%를 차지했다. 이 같은 설문 결과는 정부의 규제 중심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가 여전히 낮음을 드러낸다.

정책 신뢰에 대한 인식 변화는 세제 선호에서도 드러났다. 양도소득세·취득세 등 거래세를 낮추고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보유세를 높이는 방안에는 52%가 찬성했고, 36%가 반대했다. 거래 억제보다는 보유세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하자는 의견이 과반을 넘긴 셈이다. 이는 정부의 단기적 규제책보다 세제 조정과 공급 확대로 전환해야 한다는 여론 흐름으로 이어진다. 정책 효과가 제한된 상황에서 매도자들은 보유세 부담에 따라 시장에 다시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대응 방향에 대한 여론은 세부 정책의 실행력 문제로 옮겨간다. 규제지역 확대와 대출 제한이 거래량 급감을 초래했지만, 매물 부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서 6개월 뒤 집값이 ‘변화가 없을 것(49%)’, ‘오를 것(30%)’이란 답변이 ‘내릴 것(15%)’보다 많았다는 점은 단기 규제가 시장 심리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추가적인 공급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시장의 체감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공급 유도형 대책 전환 필요성 부각

서울에서 포착된 초고가·신고가 거래가 ‘허수’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0·15 대책으로 수도권 내 여러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대출을 이용해 매입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기존 70%에서 40%로 낮아지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40%로 제한되면서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실수요자는 고가 아파트를 매수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여기에 2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2억원의 대출 한도까지 적용되면서 레버리지 활용 수요가 차단됐다. 가뜩이나 시장이 불확실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많게는 100억원에 가까운 고가 아파트 매입 자금을 모두 직접 조달할 수요자는 극히 드문 게 현실이다. 

일부 고가 거래가 거래량 축소와 함께 나타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일반적인 시장은 거래량이 감소하면,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면서 물건의 가격은 낮아지고 거래는 뒤로 미뤄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거래 급감에도 강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신고가 계약을 반복된다는 점은 정상 거래라기보다 ‘가격 방어 신호’를 남기려는 인위적 행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부동산 실거래 신고가 실제 잔금 이행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계약만 체결된 상태의 거래가 실거래 통계에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허수 거래는 신고 단가를 끌어올려 인근 시세를 왜곡시키고, 매도자들의 가격 기대를 강화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한국은행의 통계는 이 같은 기대심리 측면의 불균형을 잘 보여준다. 한은이 발표한 이달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2로 전월(112)보다 10포인트 상승해 2021년 10월(125)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당 수치가 100을 넘으면 1년 뒤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는 응답자가 더 많다는 의미로, 강력한 규제 대책이 발표된 시점에도 여전히 ‘상승 기대’가 유지되는 양상이다. 대출 제약으로 많은 실수요자가 거래에서 탈락한 가운데, 거래량 급감에도 가격 지표는 고가 계약에 의해 유지되는 불균형이 확인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이 금융과 세제, 거래 규제를 모두 포함한 강력한 조치임에도 다주택자들이 매도를 결심할 만큼의 유인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이태경 부소장은 “대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갭투기를 막았지만, 매도 압력은 여전히 약하다”며 “거래는 줄고 가격은 통계상 버티는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양지영 전문위원 역시 “거래 단절은 가격 하락보다 길고, 회복은 더디다”며 “지속 가능한 공급 신호만이 시장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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