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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속도보다 안정성, 디지털 화폐의 새로운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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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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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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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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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확산 중인 디지털 화폐, 핵심은 속도가 아닌 안정적 결제 구조 확보
장애 시에도 작동하는 복수 결제망과 최소한의 현금 운용 체계 필요
기술 혁신보다 철저한 준비와 신뢰가 지속 가능한 디지털 금융의 조건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5년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98%를 차지하는 137개국과 통화권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연구 중이다. 이 가운데 49개국은 시범 단계에 들어섰고, 3개국은 이미 발행을 완료했다. 각국은 디지털 화폐가 주도할 새로운 통화 질서를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시스템이 멈추면 결제도 멈춘다. 짧은 장애 한 번으로 상점 결제, 교통, 공공요금 납부, 급여 지급이 동시에 중단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전력이나 통신이 끊기거나 금융 네트워크 일부가 정지하면 사회 전반이 즉각 영향을 받는다. 유럽 주요 카드 결제망이 여러 차례 멈춘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무현금 사회(Cashless society)를 선도해 온 북유럽 국가들은 이제 비상 상황에 대비해 일정 수준의 현금을 유지하라고 권고한다. 디지털 결제가 편리하고 효율적이지만, 시스템이 멈추면 거래 자체가 서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언제라도 작동할 수 있는 결제 인프라’를 확보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디지털 중심에서 회복 가능한 결제 체계로

그동안 논의의 초점은 현금이 언제 사라질지, 또는 CBDC와 스테이블코인이 언제 보편화될지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과제는 다른 곳에 있다. 디지털 화폐 환경에서도 사회의 결제 기능이 끊기지 않고 유지될 수 있느냐다.

유럽에서는 이미 디지털 결제가 일상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2024년 기준, 유로존 소비자의 다수는 매장에서 카드나 모바일 결제를 선호했지만, 62%는 여전히 현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효율성과 복원력은 대립되지 않는다. 일상에서는 속도와 편리함이 중요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대체 수단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공존한다.

따라서 결제 인프라는 효율성과 복원력을 함께 갖춰야 한다. 평상시에는 빠르고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장애나 사고가 발생할 때는 거래가 지속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이것이 ‘디지털 머니 회복탄력성’의 핵심이다.

유럽이 보여준 한계와 교훈

2024년 하반기, 유로존의 전자화폐 거래는 2.6% 증가해 46억 건에 달했고, 거래금액은 15.8% 늘었다. 영국에서도 현금 결제는 꾸준히 감소하고 모바일 지갑 사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시기 영국과 유럽 전역에서는 카드 결제 장애가 잇따랐다. 단 한 번의 시스템 오류로 매장 결제가 전면 중단되며 일상 거래가 즉시 마비됐다.

이후 스웨덴 민방위청(MSB)과 중앙은행 릭스방크(Riksbank)는 디지털 결제망은 언제든 중단될 수 있다며, 가정과 상점, 지방정부에 소규모 현금 비축을 권고했다. 빠른 디지털 전환 속에서도 최소한의 오프라인 결제 수단을 유지하라는 현실적 대응이다. 결제의 디지털화는 접근성을 높이지만, 복원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스템 전체가 불안정해진다. 속도를 앞세운 혁신보다 위기 속에서도 작동하는 구조가 지속 가능한 디지털 경제의 조건이다.

1999~2024년 유로존 내 통화 유통량 및 요구불예금 비율 변화(단위: %)
주: 연도(X축), 비율(Y축)/통화 유통량 비율(파란색), 요구불예금 비율(주황색)

속도보다 신뢰

2024~2025년 사이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급격히 팽창했다. 2025년 중반 기준 시가총액은 2,160억~2,520억 달러(약 291조~340조원), 9월에는 3,000억 달러(약 405조원)에 근접했다. 거래 규모가 커지자, 각국은 준비금 투명성, 유동성 관리, 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커질수록 위험도 커진다. 발행사의 유동성이 흔들리거나 결제가 지연되면 전체 거래망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결국 스테이블코인과 CBDC의 성패는 확산 속도가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게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결제 자금의 분리 관리, 거래의 최종 보장, 카드망 수준의 운영 안정성이 기본 조건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25년 10월 디지털 유로를 준비 단계로 전환했다. 관련 법이 통과되면 2027년 시범 운영, 2029년 발행이 예상된다. ECB는 보안과 가동시간을 핵심 설계 요건으로 명시하며, 발행 여부는 의회 승인 후 결정하고 현금 사용은 정책 도구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2020~2025년 전 세계 CBDC 추진 현황 변화(단위: 개국)
주: 연도(X축), CBDC 추진 국가 수(Y축)

디지털 뱅크런의 교훈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는 디지털 환경에서 자금이 얼마나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전체 예금의 90%가 예금보험 한도를 초과한 상황에서 불안이 확산되자 하루 만에 420억 달러(약 56조7,000억원)가 인출됐다. 이어 1,000억 달러(약 135조원) 규모의 추가 인출 요청이 몰리며 자금 운용이 사실상 마비됐다.

스마트폰과 온라인 뱅킹으로 연결된 금융망에서는 신뢰가 흔들리는 순간 대규모 인출이 동시에 발생한다. 한 기관의 위기는 곧 시장 전반의 불안으로 번진다. 이 위험은 모든 조직이 공유한다. 자금이 한 금융기관이나 결제망에 집중돼 있다면, 장애나 불안이 생겼을 때 같은 충격을 받게 된다. 거래처의 분산, 실시간 자금 흐름 점검, 비상 결제 수단 확보는 필수적인 방어선이다. ‘안정적 재무 운용’은 더 이상 현금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생존 조건이다.

디지털 결제 복원력을 위한 실행 원칙

결제 인프라는 사회의 기반 시설이다. 단일 시스템에 의존하면 장애가 발생할 때 모든 거래가 동시에 중단될 수 있다. 공급자가 다른 두 개 이상의 결제망을 확보하고, 하나는 클라우드 기반 결제, 다른 하나는 오프라인에서도 작동 가능한 보조 체계로 구축해야 한다. 단말기의 캐시 거래 기능과 동기화 정책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비상대응계획(BCP)에 포함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돼도 현금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디지털 결제를 선호하지만, 위기 시에는 현금이 유일한 결제 수단이 된다. 일정 규모의 현금을 유지하고, 정산 절차와 인수인계 규정을 문서화해야 한다. 공급업체 계약서에는 장애 발생 시 현금 결제 허용과 보상 조항을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CBDC나 스테이블코인 같은 새로운 결제 수단은 핵심 업무보다 위험이 낮은 영역에서 단계적으로 시험해야 한다. 운영 안정성, 개인정보 보호, 백업 체계가 충분히 검증된 이후에야 확대가 가능하다. 발행사나 거래 파트너를 선택할 때는 투명성과 준비금 관리 수준을 기준으로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을 선정해야 한다.

결제 시스템의 회복력은 결국 사람에게 달려 있다. 시스템이 멈추더라도 담당자가 오프라인 결제나 현금 모드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정기적인 훈련과 간단한 매뉴얼 비치는 필수다. 이용자에게도 비상시 대체 결제 방법을 사전에 안내해야 한다.

보안과 부정거래 방지는 설계 초기부터 고려돼야 한다. 이상 거래 탐지와 접근 제한 시스템을 구축하면, 위험이 커질 때 자동으로 거래 속도를 조절하면서 필수 결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자금과 거래 상대 리스크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자산을 한 금융기관에 집중하지 말고 분산 관리하며, 담보와 보험 수준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결제망과 자금 흐름을 시각화하고 정기적인 모의훈련을 실시하면 실제 위기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지속 가능한 결제 인프라를 향해

세계는 이미 디지털 화폐 시대로 향하고 있다. 각국은 CBDC를 시험하고, 정부는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마련하며, 소비자는 디지털 결제를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다. 시스템이 멈추거나 통신이 끊겨도 거래와 행정, 서비스가 계속 작동해야 한다. 디지털 결제의 성패는 기술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구조에 달려 있다. 조달과 계약, 운영 절차 전반에 복원력을 기본 원칙으로 두고, 현금 운용 체계를 유지하며, 신기술은 위험이 낮은 영역에서부터 도입해야 한다. 이러한 준비가 갖춰질 때 결제 시스템은 평상시에는 빠르고 효율적으로, 위기 때는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작동할 것이다. 그것이 디지털 시대의 금융 인프라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조건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ashless by Design, Resilient by Default: Digital Money Resilience for Schools and Universitie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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