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15만 개 사라진 미국, AI發 대규모 해고에 고용 시장도 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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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해고 전년 대비 175% 급증, 22년 만에 최대치 기술 부문 해고만 3만 명 넘어, 전월 대비 6배 증가 관세정책 여파로 소비 위축, 소매·물류도 해고 확산

지난달 미국의 해고 인원이 2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고용시장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기술 부문을 중심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확산되는 가운데, 고율 관세 여파에 따른 소비 위축과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구조조정이 맞물리면서 고용 불안이 실물경제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여기에 아마존, 구글, 메타 등 주요 빅테크들이 잇따라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면서 고용시장 위축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감원 규모 94.6만 명
6일(현지시각) CNBC는 미국의 고용 컨설팅 업체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의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달 미국 내 해고 인원이 15만3,074명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75%, 전월 대비 183% 급증한 수치로, 2003년 이후 10월 기준으로는 22년 만의 최고치다. 존 챌린저 CG&C 최고경영자(CEO)는 “최근의 대규모 해고는 2009년 글로벌 경기 침체 시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 보는 일”이라며 “우리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CNBC는 해고가 급증한 배경으로 관세 여파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와 기업의 비용 절감 움직임 등을 꼽았다. 실제로 올해 1~9월 미 기업·기관의 감원 규모를 취합한 결과, 총 94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5% 급증한 수치로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다. 감원 사유로는 ‘악화된 시장 및 경제 상황’이 2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로 소비 산업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 소매업종의 해고 인원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물류 부문은 2배 각각 증가했다.
특히 AI 도입 확산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기술 업계에서 해고가 집중됐다. 지난달 미국 기술 업계에서만 3만3,281명이 일자리를 잃었는데, 이는 9월 대비 6배 증가한 수준이다. 연방정부의 셧다운으로 직격탄을 맞은 비영리 부문은 올해 10월까지의 누적 해고 인원이 2만7,651명을 기록하며 2024년 같은 기간 대비 419% 증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셧다운을 계기로 공무원의 영구 해고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실업률이 현재 4.3%에서 4.7%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7월까지는 채용·해고 모두 적은 '이상 상태'
미국 노동시장의 이상 신호는 이미 지난 7월 고용 보고서에서 감지된 바 있다. 당초 7월 신규 일자리가 11만 개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훨씬 적은 7만3,000개 증가에 그쳤고, 5월과 6월 고용 수치도 대폭 하향 조정됐다. 기업들의 채용 속도도 눈에 띄게 둔화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6월 채용률(전체 고용 대비 신규 채용 비율)은 3.3%로 집계됐는데, 이는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 기록한 3.9%보다 낮고, 고용이 급반등했던 2021년 11월 4.6%와 비교하면 더욱 저조한 수준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채용을 줄이면서도 대규모 해고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6월 해고율은 전체 고용의 1%로, 고용시장이 활황이던 2021년의 최저치(0.9%)에 근접했다. 실업수당 신규 청구 건수도 지난 1년간 다소 증가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경제학자들은 이 시기 미국의 노동시장을 해고에 소극적인 '노동력 저장(labor hoarding)' 상태로 진단했다. 이는 경기 불확실성이 큰 시기, 기업들이 인력을 새로 채용하기보다 기존 인력을 유지하며 생산성을 조정하는 전략을 뜻한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업들이 대규모 해고에는 소극적이지만, 동시에 신규 채용에도 적극적이지 않아 고용시장이 정체된 상태”라며 “이러한 균형은 매우 불안정해, 해고가 소폭 늘거나 채용이 조금만 줄어도 노동시장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역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노동시장의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둔화하며 ‘기이한 균형(curious balance)’이 형성됐다”며 “이 같은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위기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마존·메타 등 빅테크 구조조정 국면 돌입
문제는 이 같은 대량 해고 흐름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구조조정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의 빅테크들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인건비 절감에 돌입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해에만 세 차례에 걸쳐 1만5,000명을 감원했다. 지난 1월 저성과자를 중심으로 전체 직원의 약 1%를 감원한 데 이어 5월에는 6,000명을 내보냈다. 최근에도 9,000명을 해고하는 역대급 구조조정을 발표했는데, 중간 관리자 직책이 주요 감원 대상이었다. 구글도 올해 2월 클라우드 부문 인력을 줄인 데 이어 지난 5월 판매·파트너십 부문에서 직원 200명을 해고했다. AI 및 데이터 중심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 역시 핵심 AI 부문의 인력을 대폭 축소했다. 메타는 오픈AI, 구글 등 경쟁사에 맞서 보다 빠른 의사결정과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적극적인 인재 영입에 나섰던 AI 개발 총괄 조직인 슈퍼인텔리전스 랩스 소속 직원 600명도 내보내기로 했다. 감원 대상은 AI 인프라 부서와 기초 연구조직, 제품 개발 직군으로 일부 인력은 다른 부서로 재배치된다. 해당 조직은 올여름 메타가 거액을 들여 신설한 AI 핵심 연구 부서로 알렉산드르 왕 최고AI책임자(CAIO)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 구조조정 이후 슈퍼인텔리전스 랩스의 인력은 3,000명 미만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아마존도 공격적인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 아마존 로봇공학팀은 "인력이 거의 필요 없는 창고와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사업 운영의 75%를 자동화하고, 최대 일자리 60만 개를 로봇으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2027년까지 자동화를 통해 전체 인력의 약 30%를 감축하고 장기적으로는 로봇 중심 운영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구성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아마존의 자동화 계획은 사실상 대규모 일자리 축소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더욱이 월마트, UPS와 같은 회사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블루칼라의 일자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