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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위기인데" 구조조정 시급한 철강·석유화학업계, 무리한 NDC 설정에 추가 비용 부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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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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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 NDC 상한 목표 60%, 산업계 "터무니없다" 비판
철강·석화업계, 업황 부진 속 등장한 새 악재에 '비명'
초장부터 삐걱이는 철강·석화 구조조정, 암초 부딪히나

국내 철강·석유화학업계가 정부의 무리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설정에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설비 투자 △배출권 추가 구매 △전기료 인상 등으로 인해 비용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일각에서는 업황 악화로 인해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하는 이들 업계가 NDC 목표에 발목을 잡혀 회생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의 무리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

6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를 발표했다. NDC는 지구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 각 나라가 자발적으로 설정하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 계획으로, 파리 협정에 따라 5년마다 제출한다. 기후부는 2035 NDC 상한을 60%로, 하한을 50% 또는 53%로 정했다. 하한 목표는 향후 추가 논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2035 NDC를 접한 산업계는 ‘과도한 목표’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철강업계의 경우, 현재 심각한 공급 과잉 문제에 직면해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저탄소 설비 전환 등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의미다. 수소환원제철 등 획기적인 탄소 감축 기술이 2030년대 중반 이후에나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감축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다.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석유화학업계도 비슷한 입장이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탄소 감축 설비 투자와 배출권 추가 구매 등은 이번에 목표치가 바뀌며 비용이 추가로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구조 전환을 추진해야 하는 업계 상황에서 투자 여력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NDC 상향은 국내 배출권거래제(ETS)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목표치가 높아질수록 배출권 무상할당 기준이 더욱 엄격해지고, 기업들은 부족한 배출권을 시장에서 사들여야 해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철강·석유화학·정유·시멘트 업종 10개사가 ETS 4기(2026~2030년)에 추가로 확보해야 할 배출권은 총 9,981만8,000톤(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배출권 단가 1만~5만원 수준으로 환산하면 9,982억~4조9,910억원 규모다.

철강·석유화학업계 부담 가중

전기료 인상 가능성 역시 문제로 꼽힌다. 기후부는 NDC가 50%로 결정될 경우 전력 부문 탄소 배출이 8,830만t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양)가량 줄어들어야 할 것으로 봤다. 이는 2018년 배출량(2억8,300만tCO2eq) 대비 무려 68.8%가량 적은 수준이다. 이 같은 목표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을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전력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발전 시설을 지어도 실제 전력이 공급되기까지는 긴 시일이 소요되며, 간헐성도 커 무턱대고 공급을 늘리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려워질 위험이 있다.

사실상 유일한 대안은 원전이지만, 이마저도 현실성은 부족하다. 주어진 탄소 감축량을 모두 원전으로 충당할 경우 신규 원전을 60기 이상 지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2035 NDC를 50%로 가정할 시 감축해야 할 탄소는 3억7,115만tCO2eq인데, 이를 1기가와트(GW)당 약 600만tCO2eq의 탄소를 배출하는 석탄화력발전소 기수로 나누면 약 61.8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단기간 내 전력 공급 체계 개편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 속, 국내 발전 5사는 내년부터 배출권 구매에 4조2,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추가 부담할 것으로 전망된다. 발전사들의 열악한 재무 구조를 감안하면 이는 전기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전기료 인상은 이미 막대한 전기료를 납부 중인 철강·석유화학업계에 있어 뼈아픈 악재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최근 4년간 73~82% 폭등했다. 대규모 공장 및 산업 시설에서 주로 사용되는 산업용(을) 고압B·C 전기요금은 2022년 kWh당 105.5원에서 현시점 185.5원으로 약 3년 만에 75.8% 뛰었다. 같은 기간 산업용(을) 고압A, 중소기업이 주로 쓰는 산업용(갑) 전기요금도 각각 64.9%, 46.4% 상승했다. 여수·울산·대산 석유화학 단지는 지난해 자그마치 5조원에 달하는 전기료를 지출하기도 했다. 이는 1년 전보다 10%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구조조정 여전히 '지지부진'

일각에서는 이 같은 비용 부담이 각 산업의 구조조정에 추가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석유화학 구조조정안을 확정했다. 올해 말까지 기업이 구체적인 사업 재편 계획을 제출하면 정부가 이를 바탕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SK지오센트릭, 롯데케미칼, LG화학 등 주요 석유화학 업체를 비롯해 자구책을 확정해 공식화한 기업은 아직 없다.

업계는 정부가 보다 구체적인 정책안을 마련해주길 고대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업계 주도 구조조정을 촉구 중이다. 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일부 (석유화학) 산단과 기업의 사업 재편이 여전히 지지부진해 업계의 진정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시장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모든 산단과 업계가 ‘속도전’을 펼쳐달라”고 주문했다. 구 장관은 이어 “연말까지가 ‘골든타임’”이라며 “업계가 이번 골든타임을 허비한다면, 정부와 채권금융기관도 ‘조력자’로만 남기는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철강 산업 구조조정의 경우 이제야 겨우 청사진이 제시된 상태다. 정부는 최근 공급 과잉이 심한 철근·형강 부문부터 자율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내용을 담은 ‘철강 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수입재 비율이 3%로 낮은 철근은 사업 재편에 따르는 각종 규제 및 절차를 간소화 또는 면제하고,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발적 설비 감축을 추진한다. 수입 비율이 큰 열연·냉연·아연도강판 등은 우선 수입 저가 제품의 범람을 막는 조치를 취한 뒤 단계적으로 조정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해당 안에 대한 업계 반응은 냉담하다. 업계가 절실하게 요구해 온 전기 요금 인하 대책이 제외된 데다, 구조조정을 업계 자율에 맡겨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각 사는 이미 가동률 축소, 셧다운 등으로 이미 범용 제품 생산을 줄이고 있다"며 "구조조정을 위해 설비를 폐쇄할 경우 노조 반발과 지역 경제 타격이 불가피해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전기료·에너지 비용 등 원가 부담이 가장 큰 상황인데, 정부의 고도화 방안에 이 같은 구조적 부담 완화책은 포함되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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