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희토류 수출 통제 1년 유예한 中, '판정패' 거둔 美는 자체 희토류 공급망 확보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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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미 희토류 수출 통제 일시 중단하며 정상회담 합의 사항 이행 첨단기술 수출 통제 강화 포기한 美, 中 희토류 공급망 장악력 못 이겼다 "자체 공급망 확보하자" 트럼프 행정부, 공격적 투자·협력 행보

중국이 갈륨·게르마늄·흑연 등 전략 금속의 대미 수출 통제 조치를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지난달 진행된 양국 정상회담에서 압도적인 희토류 공급망 장악력을 앞세워 '판정승'을 거둔 뒤, 당시 합의한 사항을 이행한 것이다. 양국 관계가 아슬아슬한 휴전 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은 대중국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공급망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中, '희토류 무기화' 카드 잠시 내려놔
9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이날 낸 성명에서 "지난해 12월 발표한 '이중용도 물자 대미 수출 통제 강화에 관한 공고' 가운데 제2항의 시행을 내년 11월 27일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에는 갈륨·게르마늄·안티몬과 초경질 재료 관련 이중용도 물자의 미국 수출을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흑연 이중용도 물자 대미 수출 시 더 엄격한 최종 사용자 및 최종 용도 심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이 통제 유예 방침을 발표한 배경에는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있다. 미국 백악관이 지난 1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중국 쪽은 회담에서 △미국산 대두 수입 재개 △희토류 수출 통제 잠정 중단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원료물질 미국 유입 통제 강화 △대미 보복관세 인하 및 미국 기업 제재 중단 등에 합의했다. 이에 맞춰 미국 쪽도 △대중 보복관세 10% 인하 △중국 선적 화물선 항만 수수료 징수 연기 △미국산 첨단 기술 중국 기업 이전 통제 강화 조치 잠정 중단 등의 조치를 이행하기로 했다.
주요 외신들은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판정패’했다는 평가를 쏟아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이후 꾸준히 유지돼 오던 대중국 첨단 기술 수출 통제 조치가 이번 회담을 통해 처음으로 완화된 탓이다. 지난달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에서 “무역 전쟁, 특히 대등한 경쟁자와의 무역 전쟁은 이기기 쉽지 않다”며 “중국은 반격을 선택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희토류 광물 통제 지렛대를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무역 분쟁이 이룬 것이 많지 않다”며 “기껏해야 미국은 시간을 좀 벌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中에 '약점' 공격당한 美
중국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은 막대한 희토류 공급망 장악력 덕분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기준 전 세계 희토류 채굴량 중 약 70%가 중국에서 나온다. 사실상 중국이 희토류 원재료 공급 반수 이상을 좌지우지하는 셈이다. 반면 미국의 시장 영향력은 미미한 편이다. 미 지질조사국 자료를 살펴보면 2024년 미국의 희토류 생산량은 4만5,000톤(t)으로 세계 2위 수준이지만, 1위 중국(27만t)에는 크게 뒤처진다.
미국에서 생산한 희토류 대부분이 중국에서 가공된다는 점도 문제다. 희토류를 가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원소가 뒤섞인 상태의 희토류를 분리·정제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각종 독성 화학물질, 중금속, 방사성 물질 등이 대거 방출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희토류 채굴·생산을 중국에 사실상 맡겨 온 이유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제련/분리(산화물 생산) 시장의 약 90%, 최종 제품인 영구자석 제조 시장의 93%를 장악하고 있다.
희토류는 스마트폰·반도체·전기차·전투기 등 첨단 산업 전반에서 폭넓게 쓰이는 핵심 물질이다. 희토류 의존 산업에서 공급 차질이 10% 발생하면, 경제 생산량은 1,500억 달러(약 217조8,700억원)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을 옥죄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떠안게 된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 4월 중국이 7종의 희토류 원소와 관련 제품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행했을 당시 희토류 자석을 쓰는 미국의 자동차 생산라인과 독일ㆍ오스트리아의 자동차 부품 공장 등이 줄줄이 멈춰서기도 했다.

美의 희토류 공급망 독립 노력
미국은 이 같은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급망 자립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민간 희토류 기업에 총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3일 미국의 희토류 스타트업 불칸엘리먼츠(불칸)와 리엘리먼트 테크놀로지(리엘리먼트)는 미 정부와 총 14억 달러(약 1조9,000억원) 규모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불칸은 국방부 전략자본실(DIBC)로부터 6억2,000만 달러(약 9,000억원) 대출, 상무부로부터 5,000만 달러(약 726억원) 출자, 민간으로부터 5억5,000만 달러(약 7,990억원) 투자를 받아 미국 내 연간 1만t 규모의 희토류 자석 제조 시설을 건설하기로 했다. 리엘리먼트는 사용된 희토류 자석을 정제·재활용해 원료를 재생산하는 역할을 맡으며 국방부 전략자본실로부터 8,000만 달러(약 1,160억원), 민간으로부터 8,000만 달러 등 총 1억6,000만 달러(약 2,320억원)를 투자받았다.
지난 7월 트럼프 행정부는 네바다주에 본사를 둔 ‘MP 머티리얼스(MP Materials)’의 우선주 15%를 4억 달러(약 5,5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는 MP가 보유한 캘리포니아주 마운틴패스 광산의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하고, 향후 국방 및 산업용 희토류 자석 공급망을 미국 내에서 자립시키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MP는 2017년 설립된 희토류 전문 채굴 및 가공 기업으로 미국 내 유일한 희토류 채굴지인 마운틴패스 광산을 운영 중이며, 텍사스주 포트워스에는 희토류 금속 및 자석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회사 측은 해당 지분 계약을 통해 기존 생산량의 10배에 달하는 희토류 자석 제조 설비를 조속히 확충할 계획이며, 미국 정부는 이에 필요한 추가 자금을 수십억 달러 규모로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더해 미국은 여타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한 공급망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앤서니 앨버니즈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핵심 광물 및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한 미-호주 프레임워크’에 공동 서명했다. 양국은 협정문에서 “국방 및 첨단 기술 제조업 기반을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핵심 광물과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을 가속화하기 위한 공동 협력을 강화한다”고 공표했다. 또한 보증·대출·지분 투자·규제 완화 등을 통해 양국 정부 및 민간 부문 자금을 동원, 핵심 광물 및 희토류의 채굴·가공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본 및 운영 비용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에는 말레이시아와의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추가 핵심 광물 공급망도 확보했다.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말레이시아가 미국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었다”며 “(양국은) 핵심 광물·희토류 부문 개발을 가속하며, 희토류 자석 판매를 제한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같은 달 28일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광물 및 희토류 확보를 위한 채굴·가공 협력에 관한 프레임워크를 채택했다. 당시 백악관이 공개한 문서를 보면 해당 협정의 목표는 양국의 투자 협력과 조율을 통해 핵심 광물 및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을 가속화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