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AI/DS 기고
  • [기고] 728조 국민 예산을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면? AI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

[기고] 728조 국민 예산을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면? AI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Keith Lee
Bio
[email protected]

The Economy Korea 발행인

수정

가짜 인재만 길러내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으로 AI굴기 정책 성공하기 어려워
슈퍼 예산으로 해외 AI반도체 기업 지원하기보다 국내에서 교육 내실부터 다져야
글로벌 수준의 A급 역량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시스템 구축부터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 시정 연설을 통해 728조 예산을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며 2025년도 정부 예산안 승인을 요청했다. 매년 세수 부족으로 큰 폭의 적자를 내며 예비비를 다 소진하고, 심지어 국가 자산을 매각하는 와중인만큼, 긴축 재정을 했어야 하는 상황임에도,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볼 수 없었던 팽창 재정 정책을 내놨다.

이 대통령이 경기도 지사 재직 시절부터 일선 공무원들이 불평을 늘어놓을만큼 예산 집행을 철저하게 감독했던 각종 사례가 많은 만큼,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표현의 진의에는 공감하고 예산 집행의 공정성에는 신뢰를 보낼 수 있지만,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2025년의 한국 사회가 던져야 하는 질문은 이제 예산 감독의 문제가 아니라 예산 효율의 문제다. 지난 6월 대선 유세전에서도 언급됐던 것처럼, 예산을 아무리 공정하게 집행해도 시흥 거북섬 사례처럼 정책 자체가 실패하는 경우가 잦다면, 슈퍼 예산은 경기 부양책이 아니라 슈퍼 부채로 탈바꿈하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왜 해외에서는 성공하는 정책이 국내에서는 실패할까?

여러 도전적인 정책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AI정책이다. 지난 10일,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초중고 전 생애에 걸쳐 AI 교육을 진행하고, AI 박사를 5년 반 만에 취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AI교육 정책을 발표했다. 앞으로 다른 부처들도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맞춰 관련 AI 정책들을 열심히 내놓을 것이다.

다만, 정책을 자세히 뜯어 볼 수록 탁상공론에서 나온, 대통령이 바뀌고, 여야가 바뀌어도 정책을 내놓는 공무원들과 사고 방식이 바뀌지 않은 것이 그대로 보인다. 막 들어선 정권의 도전이 잔뜩 담긴 예산안과 교육 개혁안에 초를 치고 싶지는 않지만, 현장을 전혀 모르는, 그래서 실패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는 정책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해외 선진국에서 잘 작동하는 정책, 심지어 중국에서조차 잘 작동하는 정책이 한국에서 오작동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사회가 그 정책을 운영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인력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AI교육 및 산업 정책과 관련해서는 인력 문제를 지적할 수밖에 없는데, 한국 사회는 수학, 통계학 같은 기초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한 AI 전문가가 거의 멸종된, 열심히 그래픽 카드에 전기만 공급해서 실험 위주로 결과를 보는 것 밖에 훈련을 받지 않은, 개발자 스타일의 2류 AI 인력들로만 구성된 국가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가 기술 역량에 대해 도전적인 발언을 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이미 필자가 재직 중인 스위스 AI대학에서 지난 2021년 가을부터 2025년 가을까지 만 4년간 약 80명의 한국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면서 확인한 바이기도 하다. 80명의 학생 중 절반이 국내의 명문대로 불리는 속칭 SKY, SKP 등의 대학에서 이과 전공으로 최소한 석사 학위 이상을 받은 학생들이었고, 그 외 40명의 학생들 중 상당수도 국내 대학의 대학원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이 국내 대학원에서 보기 쉽지 않은 학생 구성이라며 놀라는 수준의 배경을 갖춘 학생들이었다.

그 학생들 중 유럽 주요 대학의 학부 2학년에 해당하는 수학, 통계학 수업에서 최소 통과 기준인 C학점을 받은 사례가 채 30%가 되지 않고, AI 교육 과정으로 알려진 '머신러닝', '딥러닝' 등의 과목에서 생존하는 경우는 전체의 20% 이하로 떨어졌다. 국내 주요 대학의 공과대학 대학원을 거친 학생들 중 상당수는 '글로벌 기업들이 쓰는 코드를 받으러 왔는데, 수업이 이해가 안 되어서 코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내놓고 중도 하차하는 경우도 매우 잦았다. 약 80명의 학생 중 무사히 졸업한 경우는 11명에 불과했고, 그 학생들마저도 졸업 논문을 쓰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례들을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더 이상 한국인 대상의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됐다.

위의 경험은 비단 필자가 재직 중인 유럽 대학에서만 겪은 것이 아니다. 중국 AI 기술력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딥시크의 한 개발자는 858테라 바이트의 정부 데이터가 화재로 소실되는데 백업본 조차 구할 수 없는 상황을 지적하며,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을 포함해 한국에서 나오는 연구들이 모두 아랍 국가들 수준이라는 모욕적인 발언을 지난 10월 7일에 SNS에 게재하기도 했다. 대학 진학률, 대학원 진학률 등의 외부 수치로만 보기에는 매우 교육 수준이 뛰어난 국가이지만, 정작 내실이 없다는 것을 질타한 것이다.

참고로 글로벌 시장의 연구자들 사이에서 아랍 국가들은 천연자원 판매로 얻은 자본만 있고 인력과 인프라를 갖추지 않은, 외부에 보이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라는 인식이 퍼져있고, 아랍 국가 수준의 연구라는 표현은 멸칭으로 쓰인다. 아랍 국가들도 그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우수 인재 영입 및 연구 시스템 구축에 많은 자본을 쓰고 있지만, 오명을 벗어나는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주: 가로 - 성인 인력들의 평균 역량, 세로 - 역량 활용 불일치 평균 (가로, 세로 모두 0%는 OECD 평균), 한국(KOR)이 성인 역량에서도 -4.5%, 불일치도 5%가 될만큼 인력 활용 역량이 매우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유럽 중앙 경제 연구소 (CEPR),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인재 교육 실패가 낳은 총체적 문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댄 앤드류스(Dan Andrews) 연구원 외 2인이 지난 2023년 OECD 생산성 보고서를 기반으로 발표한 국가별 생산성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일본과 더불어 기술 역량의 시장 활용 능력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충격적인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시간 당 생산성이 낮은 것으로 악명이 높은 일본이 기술 역량이 높은데 시장 활용 능력이 최하위로 평가 받은 반면, 한국은 기술 역량도 낮은데 시장 활용 능력까지 최하위권이었다는 것이다. 한국 인력들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평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관가나 국내 학계에서 어떤 반박이 나올지를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필자가 스위스AI대학의 한국인 학생을 받으면서 확인한 국내 주요 대학의 AI 교육 프로그램 수준을 봤을 때 그렇게 충격적인 수치는 아니다. 수학, 통계학 교육 수준은 단순 문제 풀이 역량만 기계적으로 쌓여 있을 뿐, 논리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한 응용 역량에서 고교 2학년 수준인 미분, 적분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머신러닝', '딥러닝' 등의 주요 AI 과목들의 밑바탕이 되는 계산과학에서 가장 기본 지식에 해당하는 회귀분석을 개발자들 대상 라이브러리를 돌려보는 것 이상의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딥러닝을 비롯한 컴퓨터 기반 계산들이 어떤 데이터를 어떤 목적으로 활용하려고 할 때,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 변환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도 찾아보기 쉽지 않았고, 박사과정 필수 제출 논문 3개를 단순히 3가지의 다른 계산법으로 계산한 결과만을 내고 학위를 받아가는 사례도 목격한 바 있다. 미안하지만 그 학생의 박사 과정 논문 3개는 유럽 주요 대학의 학부 2학년에서 기초로 배우는 '머신러닝', '딥러닝' 과목의 기말 고사는 커녕 수업 중 연습 문제 답안으로 제출했다고 해도 F학점을 받을 수밖에 없을 만큼, 수학적 배경 지식이 전무한, 매우 조잡한 내용이었다. 5년 반 만에 AI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연구 역량이 학부 2학년 수업 연습 문제 수준에도 못 미친다면, 그 학생이 박사 학위를 한 대학과 그 국립대를 유지시키고 있는 정부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평가는 어떻게 될까?

국내 대학들에서 AI 관련으로 대학원 학위를 받은 분들의 논문을 전수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국내 학회에서 통용되는 논문 및 관련 연구자들에게서 확인 가능한 이해도를 기반으로 가늠해봤을 때, 딥시크 연구팀에서 동료로 삼고 싶은 수준의 연구를 할 수 있는 인력을 국내 대학 출신들에서 찾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인재 없이 돌아가는 국가 주도 유치산업보호론

아시아 국가들은 지난 세기 동안 국가 주도의 유치산업보호론 논리로 산업을 성장시키고, 그 공업력을 바탕으로 선진국으로 진입했다. 일본이 이미 20세기 초부터 러·일 전쟁 승리를 통해 가능성을 보여줬고, 20세기 말엽부터는 한국과 대만이 추격전을 시작했고, 21세기에 들어서는 중국이 같은 방식으로 제조업, 중화학 공업,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 산업, AI 산업 등등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경제성장론을 연구하는 영·미권 학자들은 공통적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반복된 성공의 밑바탕에는 교육열을 통해 길러낸 인재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한국이 지난 20년간 중국에게 추격을 허용한 것도 같은 원인에서 출발한다. 한국 대학들은 2005년부터 문과에 미분·적분 과정을 제외하고 학생들을 받기 시작했고, 2009년부터는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대학이 우수 교수진을 데리고 오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2010년대 들어서서는 학령 인구 부족으로 경쟁 없이 대학에 입학하는 비율이 늘었고, 2020년대 들어서는 지방대학부터 학교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 학생들로 채우고 있다. 필자가 채용 면접을 통해 확인한 외국인 학생들의 학문적 이해도는 굉장히 낮은 편이었는데, 한국 대학이 외국인 인재를 훈련시키는 기관이 아니라, 외국인이 한국에서 비자를 발급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사무소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세간의 평가를 실감할 수 있는 경험이기도 했다.

인재 풀이 이런 상황에 AI산업 굴기를 위해 내년에도 수십 조원의 예산을 붓겠다는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보면서, 5년 반 만에 AI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교육부 장관의 발표를 보면서,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교육을 도대체 어떻게들 보고 있길래 저런 선택들을 하는 것인지 납득하기가 어렵다.

미국 사회는 AI산업 인재를 딱히 AI 전공으로 길러내는데 집착하지 않고, 같은 학문적 도구를 쓰는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 과학, 기술, 공학, 수학 전공, 미국 사회에서 '이과' 전공을 통칭하는 표현) 전공자들을 두루 썼다. 심지어 미국 실리콘밸리가 광고 타케팅 알고리즘 개발에 한창이던 2015년에서 2020년까지 STEM과 유사한 수학, 통계학 훈련을 받는 경제학 박사들이 대거 AI 및 데이터 과학 시장에 진입했고, 당시 실리콘밸리를 가면 "왜 노벨상을 도전해야하는 하버드 경제학 박사들이 실리콘밸리에 데이터 과학자를 하러 몰려 오는가?"는 불만 섞인 표현을 하는 공학도들을 흔히 목격할 수 있었다.

필자가 국내에서 겪은 공무원들은 왜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들이 AI 전문가로 경제학 박사들을 채용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그래서 정책 결정에 반영할 역량이 전혀 없는 2류 인재들이었다. 그런 인재들로, 국고가 바닥난 나라가, '영혼을 끌어와' 슈퍼 예산을 책정하면 결과가 어떻게 될까? AI인재에 대한 교육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질 못해 가짜 인재가 대규모로 양산되고 있고, 예산을 집행하고 감독하는 공무원들마저 가짜 인재를 구분할 능력을 상실한, 총체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AI굴기'가 가능할까? 이런 상황에서 728조의 예산이 시흥 거북섬과 같은 '슈퍼 부채'가 되지 않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필자가 재직 중인 스위스AI대학은 더 이상 한국 학생을 받지 않는다. 고교와 학부에서부터 수학, 통계학 훈련, 논리적 사고력 훈련이 글로벌 수준으로 됐지만 학비가 부족한 동유럽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편이 학교가 내놓는 인재 풀의 역량을 더 쉽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솔직하게, 한국 학생들 중에 서유럽 방식의 교육에서 생존할만한 인재를 찾을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정정하고 싶다. 당장 한국에게 필요한 것은 728조의 슈퍼 예산으로 엔비디아의 AI반도체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가짜 인재를 걸러내고, 진짜 인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다. 이미 추격이 불가능한 AI산업에 더 이상 무리한 투자를 하지 말고, 백년 앞을 바라보고 인재부터 길러내는 것이 어떨까? 이대로라면 AI산업에 막대한 자금만 투입되고 인재와 시스템은 부실한 아랍 국가들과 같은 결과가 날 가능성이 높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Keith Lee
Bio
[email protected]

The Economy Korea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