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 속 등장한 미래 데이터센터, ‘AI 패권’ 우주 궤도로
입력
수정
우주로 옮겨간 데이터센터 전쟁 폭증하는 AI 연산량, 땅도 전기도 부족 지구 밖 태양광으로 자원 한계 극복

인공지능(AI)의 급격한 확산이 데이터센터 산업을 새로운 국면으로 몰아넣고 있다. AI 모델 학습과 실행에 필요한 연산량이 폭증하면서 데이터센터 수요도 전례 없이 증가하고 있지만, 막대한 전력 소모와 심한 발열을 동반하는 데이터센터 특성상 냉각 효율과 에너지 절감 능력이 곧 핵심 경쟁력으로 직결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주목 받는 거점은 우주 공간이다. 날씨 변화와 상관없이 24시간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고 탄소 배출 부담이 적은 데다, 냉각을 위한 별도 장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미래 데이터센터로 거론된다.
스타클라우드·구글·론스타, 우주 프로젝트 가동
11일 IT업계와 AI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가와트(GW) 규모의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첫 스타트를 끊은 기업은 우주 스타트업 스타클라우드(Starcloud)다. 스타클라우드는 이달 초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을 탑재한 인공위성 '스타클라우드-1(Starcloud-1)'을 우주에 배치했다. 스타클라우드-1은 H100을 장착한 첫 우주 위성으로, 다른 위성들을 위해 강력한 추론 및 미세 조정 기능을 제공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스타클라우드는 향후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랫폼 '블랙웰(Blackwell)'을 탑재한 위성도 발사할 계획이다.
빅테크 중에서는 구글이 선두에 섰다.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각) 구글은 우주에서 태양 에너지를 바로 사용하는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프로젝트 선캐처(Project Suncatcher)’를 발표했다. 기본적인 구상은 대형 태양광 패널이 달린 소형 위성 여러 대에 구글의 자체 AI 칩인 텐서프로세싱유닛(TPU)을 탑재해 지구 저궤도로 띄워 올리는 것이다. 위성 간에는 광통신(optical communication)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지상 인프라 없이도 대규모 AI 모델을 구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위성을 ‘새벽-황혼 궤도(dawn-dusk sun-synchronous orbit)’에 띄워 지구의 낮과 밤 경계를 따라 이동하게 함으로써, 태양광을 거의 24시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구글은 이를 통해 지상 태양광 발전소보다 8배 높은 발전 효율을 기대하고 있다.
아예 달 표면에 직접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곳도 있다. 미국 스타트업 론스타데이터홀딩스는 최근 책 한 권 크기의 소형 데이터센터를 우주 공간에 띄워 보내 정상 작동을 확인했고, 장기적으로는 달 표면에 물리적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론스타데이터홀딩스가 계획하는 우주 데이터센터는 13개의 위성으로 구성된다. 크기는 가로 200m, 80m며 10메가와트(MW)의 데이터 처리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이는 약 5,000대의 서버를 갖춘 중형 지상 데이터센터와 비슷한 규모다.

태양광·복사 냉각 활용해 지상 대비 운영비 절감
기업들의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은 AI 인프라 확장 과정에서 직면한 ‘전력 병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시도다. 우주 진출까지 고민해야 할 정도로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 그 자체기 때문이다. 대규모 연산을 수행하는 수백만 대 서버가 24시간 365일 멈추지 않고 동시에 돌아가며, 이들이 내뿜는 열을 잡기 위해 냉각 장치까지 풀가동해야 한다. 전체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의 40%가 열 관리에 투입될 정도다.
이렇다 보니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기업들은 GPU를 확보했음에도 전력 부족으로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으며, 방대한 전력 사용으로 인해 미국 전역은 전기요금 상승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소형모듈원자로(SMR), 제트엔진 기반 발전 등 대체 에너지원을 모색 중이지만, 이 역시 AI 수요 폭증에 따른 전력 소모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우주 데이터센터가 실현된다면, 지구의 전력망은 물론 수자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우주에서는 냉각 장치를 쓸 필요가 없어서다. 지상 데이터센터는 서버와 각종 네트워크 장비가 집약돼 있기 때문에 막대한 열이 생기고, 이를 방치하면 성능 저하나 오작동 가능성이 커진다. 이 때문에 현재 데이터센터에서는 전기로 냉각장치를 돌려 차가운 공기나 액체를 장비 사이로 순환시킨다. 그런데 우주 온도는 평균 영하 270도에 이른다. 이런 극저온 환경에 데이터센터를 띄우면 전기 소모 없이도 열을 금세 식힐 수 있다.
밤이나 악천후가 없는 우주에서는 태양광을 이용해 친환경 전력도 항상 생산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전력을 탄소 배출 없이 사실상 무한정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지상 태양광 발전은 주야간·계절·날씨 등 제약 탓에 가동률이 10~24%에 그치지만, 우주에서는 밤낮없이 태양광을 받을 수 있어 95% 이상 가동률을 기대할 수 있다. 태양은 인류 전체 전력 생산량의 100조 배가 넘는 에너지를 방출한다.
게다가 지상에 짓는 데이터센터에는 넓은 부지가 필요한데, 우주에 띄우는 데이터센터에는 고정된 공간이 없어도 된다. 그저 지구 궤도에 떠 있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에서 처리한 정보는 무선 통신을 통해 지구로 보낸다. 또한 우주 공간에서의 전파 전달속도는 광섬유를 통한 정보 전달 속도보다 50% 정도 더 빠르다. 예컨대 뉴욕과 런던의 시급한 금융 정보는 해저 케이블보다 대서양 상공에 떠 있는 우주 데이터센터 위성이 더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은 현재의 위성 설계·제작 기술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다. 대형 태양광 발전시스템, 열파이프와 방열판으로 이뤄진 열 방출 시스템, 위성 간 레이저 통신시스템 등은 큰 노력 없이 구현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미 유럽연합(EU)은 지난해부터 210만 유로를 투자해 ‘유럽의 탄소중립과 데이터센터 주권을 위한 우주 클라우드’ 프로젝트에 들어간 상태다. 앞서 EU는 프랑스 탈레스와 이탈리아 핀메카니카의 합작법인(JV)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를 통해 진행한 연구 용역 결과 우주 데이터센터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고 실제 가동도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해저·극지방·폐광도 대안으로 부상
우주 공간에 이어 바다도 지상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차가운 바닷물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서버 열을 식혀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구상이다. 앞서 MS는 2018년 스코틀랜드 오크니제도 앞바다에 서버 864대를 탑재한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는 ‘나틱 프로젝트(Natick Project)’를 실시했다. 지상 인력 개입 없이 25개월간 무인으로 운영한 결과, 전력사용효율(PUE) 지표는 최신식 지상 데이터센터(1.12)보다 낮은 1.07로 측정됐다. 바닷속이 육지보다 훨씬 나은 환경이었던 것을 증명한 것이다.
다만 MS는 수중 데이터센터의 가능성만 확인한 채 실제 구축은 추진하지 않았으나, 중국 하이랜더는 2023년 하이난 앞바다에 세계 최초로 상업용 수중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하이랜더 수중 데이터센터는 MS와 방식이 거의 같다. 내부는 질소로 채우고, 파이프를 통해 차가운 바닷물을 순환시켜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힌다. 무동력의 자연 냉각 방식 덕분에 육상 데이터센터보다 전력 사용량을 30% 이상 줄일 수 있고, 냉각탑이 필요 없으니 공간도 절약하고 물도 아낄 수 있다. 또 공장에서 데이터센터를 만든 뒤 잠수시키면 되기 때문에 90일이면 설계·생산·구축이 모두 가능하며, 필요할 경우 바닷속에서 무한정 확장도 가능하다.
이와 유사한 원리로 서버 전체를 바다가 아닌, 절연성 특수액체에 담가 식히는 ‘액침 냉각’ 기술도 각광받고 있다. 현재 데이터센터 대부분은 팬을 통해 찬 공기를 순환시키는 공기 냉각 방식을 쓰지만, 플루이드(비전도성 액체)에 직접 담그는 액침 냉각은 팬이나 송풍기를 돌릴 필요가 없어 전력 소비를 3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특히 고밀도 GPU 서버에 적합해 AI 데이터센터의 차세대 냉각 기술로 주목된다.
서늘하고 건조한 극지방도 대안 중 하나다. 앞서 메타는 극지방과 가까운 스웨덴 룰레오에 데이터센터를 세웠다. 2013년에 세운 룰레오 데이터센터는 메타가 미국이 아닌 지역에 세운 첫 데이터센터다. 지리적 이점 덕에 북극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수만 대의 서버를 식히는 것이 가능하다. 룰레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에너지는 인근 수력발전소에서 공급받는다. 이를 통해 메타는 2020년부터 신재생에너지로만 데이터센터를 가동 중이다.
데이터센터 구축지로 폐광도 주목받고 있다. 지하 공간과 일정한 온도, 두꺼운 암반을 갖춰 냉각 효율과 보안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센터 입지로 제격이란 평가다. 노르웨이의 레프달 광산 데이터센터가 대표 사례다. 폐광을 개조한 레프달 센터는 12만㎡의 넓은 공간을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근 해수를 끌어와 서버 냉각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소모전력의 98.5%를 수력발전으로 얻기 때문에 운용 비용은 다른 데이터센터 대비 절반 수준이다. 미국 미주리주에 있는 블루버드 데이터센터와 캔자스주에 있는 라이트에지 데이터센터도 폐광을 활용해 건설했다. 이들은 지하 20~30m에 있어 연중 18~20도의 서늘한 온도가 상시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 데이터센터의 서버실 권장 온도는 18~23도인데 지하에서는 이보다 낮은 온도가 유지되기 때문에 냉각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