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시대, 고급 교육을 포기한 대학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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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사고력, 암기력 검증 문제들은 이미 'AI도사'가 된 학생들에게서 변별력 사라져 복합적, 중첩형 논리적 사고력 문제들로 대체해야하지만 동아시아 지역의 과거 교육과 철학적으로 달라 AI시대에 맞춰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 따라올 수 있는 대학은 많지 않을 전망
최근들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과제를 제출하고 시험을 치르는 사례가 대학가에서 속속 알려지면서 대학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상황이 왔다.
서울대 경영학과에서는 1학년 학생 대상 교양과목인 '통계햑실험' 중간고사에서 다수의 학생들이 AI를 이용해 시험문제를 풀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고, 연세대, 고려대 등의 국내 주요 명문대학들에서도 AI를 이용한 부정행위 사례가 다수 알려지면서 세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서울 동국대의 한 프로그래밍 수업에서 학생들이 AI를 사용한 정황이 들어나 담당 교수가 "AI를 사용할 경우 F학점을 부여하겠다"고 공지한 사례도 있었다.

단순 사고력 문제로 학습 역량을 검증하는 시대는 지났다
해외 대학에서 AI 활용을 위한 기초 수학, 통계학 강의 및 AI를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 문제를 풀어내는 강의를 하면서 이미 자주 목격한 사례이기 때문에 놀랍지는 않지만, 아마 국내 명문대들의 강의 수준에 대해 막연한 이해만 가진 분들에게는 적잖이 충격적인 정보일 것이다.
이미 해외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겪고 있는 문제로, 주요 명문대들은 시험 문제의 수준을 높이고, AI가 풀어낼 수 없도록 과제에 논리적 사고가 필요한 부분을 추가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반면, 학생들의 수준이 떨어지는 대학들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이야기를 교수 사회에서 자주 듣게 된다. 국내에서도 논란이 일었던 전공 및 과목을 보면 대체로 지적 역량을 크게 요구하지 않는 저학년 과목, 교양 과목 및 암기 위주로 운영되는 전공들이다.
필자가 재직 중인 스위스AI대학에서도 요구되는 논리적 사고력이 어느 정도일 때 인간 학생과 AI 시스템이 난이도를 따라와주지 못하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난이도로 확인을 해 봤다.
예를 들어, 소수 기업들이 시장의 가격 결정력을 가진 과점 시장에서 산업 내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인 허핀달-허쉬만 지수(Herfindahl-Hirscheman Index, HHI)의 값이 지난 1년간 매출액 기준으로는 증가한 반면 출점 점포 숫자 기준으로는 감소한 사례에 관련된 데이터를 주고, 시장 내의 경쟁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 중인지를 묻는 단순 질문이 주어졌을 때, 인간 학생 중 논리적 사고력 훈련이 되지 않은 아시아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답을 내놓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포기했던 반면, 평소 논리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들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던 유럽 상위권 학생들은 모델을 현실에 적용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같은 질문에 대해 챗GPT를 비롯한 대부분의 AI 시스템도 유럽 상위권 학생들과 같은 수준의 논리적인 답변을 내놓는 것을 보면서, 해당 문제를 수업 후 개념 학습 문제 리스트에서 제외한 사례가 있다.
이후 지역간 격차, 취급 상품의 변화 등등의 자료를 추가해봤지만, 1차원적인 논리적 사고로 답안 작성이 가능한 문제들에서 AI시스템들이 모두 우수한 답변을 내놓는 것을 보면서, 결국 분포함수 등의 타 학문 전공 지식을 활용한 다차원 복합 논리가 필요하도록 문제를 재구성하고서야 AI시스템에서 오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념 학습 문제의 난이도가 급격하게 올라가자 아시아 학생들이 대부분 이탈한 반면, 유럽 상위권 학생들은 타 학문과 연계하는 응용 사례를 스스로 만들어 내면서 개념 확장력을 보여줬다.
해당 사건을 겪으며 논리적 사고력 훈련을 따라올 수 있는 인재가 아니면 AI로 대체되지 않을 직업군에서 살아남을 수 없겠다는 판단을 내리게 됐고, 재직 중인 대학에서는 입학 시험 요건을 강화하면서 중첩 논리 구조를 따라올 수 있는 기초 사고력 훈련이 된 학생들 위주로 학생을 받게 되기도 했다.
대학의 본래 목적 - 최상위권 우수 인재 양성 - 으로 돌아가게 될 것
위의 에시 질문을 국내 주요 명문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거친 학생들에게 던지면 사고가 정지된 표정, 충격을 먹은 표정을 짓다가 답변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AI시스템으로 30초, 1분 이내에 답변을 확인할 수 있는 개념 질문조차 국내 상위권 대학 학생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주요 대학들의 교수진들이 유사한 실험을 거치며 쌓인 집단 지성은 공통적으로 중위권, 하위권 대학의 종말을 예측한다. 대학가에서는 정상적인 교육 없이 학위만을 제공하는 대학을 '학위 공장(Diploma mill)'이라고 부르는데, 심지어 상위권 대학들에서 길러낸 인재들도 AI시스템보다 열등한 답변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진만큼, 최상위권 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이 학생 교육이라는 대학의 본래 목적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모 명문 공과대학의 한 교수는 학생들이 'AI활용 전문가'가 되고 있는 반면, 논리적 사고를 AI에 의존하면서 사고력은 크게 떨어져 있어, 오히려 시험 문제를 만들기가 굉장히 어려워졌다는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위의 HHI - 분포함수 사례와 같이 타 학문과 연계된 고급 문제를 내놓고 싶지만, 국내 교육 현실상 교육 과정의 난이도를 높이기는 어렵고, 난이도가 높아질 경우 학생들이 이탈해버려 수업을 구성할 수 없는 사례도 잦다는 것이다. 반면 난이도를 낮추게 되면 이미 챗GPT 등의 주요 LLM 모델이 정답을 내놓는 것을 알면서도 시험 문제로 출제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함께 대화를 나눈 타 대학 교수 중 한 명은 이미 기업들이 챗GPT이하의 사고력을 갖춘 인재를 해고하고 있는 만큼, 현재의 AI 시스템이 기반한 개념간 상관관계 기반 알고리즘을 넘어설 수 있는 S급 인재가 아니면 시장에서 단계적으로 퇴출될 것으로 봤다.
인터넷 시대 대학의 변화, AI 시대 대학의 변화
논의에 참가했던 대학 교수들은 과거 위키피디아 등에서 찾은 정보를 조합해 과제를 제출했던 사례들을 지적하면서,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가며 자료 조사를 하던 것이 인터넷 검색으로 바뀐 점은 효율성 증가라는 측면에서 장점이었지만, 반대로 정보 접근이 쉬워지면서 수업의 맥락에 맞지 않지만 용어가 같다는 이유로 위키피디아의 정의를 답안지로 써 넣은 학생들이 늘었던 단점을 예시로 들었다. 이런 사건이 반복되면서 주요 대학 교수들도 단순히 인터넷 검색만으로 답안을 만들어 낼 수 없도록 교육 난이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도구에 대한 접근성이 강화되면서 물리적 장벽은 낮아졌지만, 정작 전문성을 상실한 인력이 진입하게 됐고,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 교육 프로그램이 한 차례 진화했던 사례를 든 것이다.
챗GPT가 연 AI시대는 검색 자체의 정확도는 담보할 수 없게 됐지만, 매우 그럴듯한 검색 결과물을 제시해준다. 이미 온라인에 널리 퍼진 자료들을 바탕으로 구성된 결과물인만큼, 근거 자료가 있었다면 정확도는 매우 높고, 검색 후 인간이 사고해야 하는 부분마저 대체해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제 교육이 다시 한번 진화하지 않으면 'AI도사'가 된 학생들에게 대학 교육은 장난감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각 전공 별로 사정은 다르겠지만, 필자가 가르치는 전공에서는 중첩 논리 구조를 따라올 수 있는 학생들에게만 교육 기회가 주어지고, 그 교육을 살아남은 학생들에게만 취업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학(大學)이라는 교육 기관이 처음 생겼을 때의 목표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시아 상위권 학생들이 유럽 상위권 학생들 대비 논리적 사고력 훈련이 부족하다는 것은 고등교육 관계자들 사이에 상식 같은 내용이다. 앞으로 국내 대학들이 어떻게 진화해야 AI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가며 교육 과정이 성장·진화하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