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인력 갈아넣긴 어렵다" 성장 동력 꺼져가는 프랜차이즈 업계, M&A 시장서도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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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 매물, M&A 시장서 줄줄이 외면 과로와 희생을 전제로 한 성장 모델로 비용 절감해 와 노동자 보호 나선 정부, 업계 비용 부담 확대 불가피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프랜차이즈 브랜드 매물들이 좀처럼 소화되지 못하고 있다. 정계에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법 적용 방안·가맹사업법 개정안 등 노동자 권리 보호를 위한 대책이 속속 등장하자, 인력 소모를 발판 삼아 성장해 온 프랜차이즈업계에 대한 시장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프랜차이즈 M&A 시장 '냉각'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VIG파트너스가 보유한 본촌(본촌인터내셔날)은 최근 해외 기업공개(IPO) 계획을 접고 물밑에서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본촌은 한국식 치킨을 주력으로 K푸드를 앞세워 성장해 왔으며, 2018년 VIG가 지분 55%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된 뒤에는 글로벌 사업 확장에 공을 들였다. 지난해 매출액은 448억원, 영업이익은 76억원 수준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본촌의 인수자가 국내에서 등장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전략적투자자(SI)나 사모펀드(PEF) 등 해외 자본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다.
동종업계의 노랑통닭은 한 차례 매각에 실패했다. 노랑통닭 지분 100%를 보유한 큐캐피탈파트너스·코스톤아시아는 졸리비 컨소시엄(엘리베이션에쿼티파트너스·졸리비푸즈)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매각 협상을 이어 왔으나, 지난달 가격 눈높이 차이로 협상이 결렬됐다. 큐캐피탈파트너스·코스톤아시아는 현재 다른 원매자와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지며,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한동안 밸류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육류 프랜차이즈 명륜진사갈비 역시 경영권 매각을 추진해 왔지만, 지난해 10월 PEF 포레스트파트너스가 인수 추진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자금 모집에 난항을 겪으며 좀처럼 거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기관투자자(LP)들의 프랜차이즈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아 5배의 멀티플도 '과하다'는 평이 속속 제기되고 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맹점주 대상 불법 대부업 영위 논란까지 겹쳤다.
프랜차이즈업계의 성장 전략
이처럼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이 싸늘해진 것은 향후 프랜차이즈업계의 성장 동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지금까지 프랜차이즈업계는 특유의 인력 운용 방식을 앞세워 인건비를 절감하며 수익을 창출해 왔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프랜차이즈 매장이 관행처럼 연장 근무를 실시하고 있으며, 매출 집중기에는 식사 시간이 보장되지 않을 정도로 ‘몰아치기 근무’가 이뤄진다"며 "최근 과로사 의혹이 제기된 프랜차이즈 제과점 런던베이글뮤지엄 근로자 역시 사망 전 12주 동안 매주 평균 60시간 이상 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 2022년에는 커피 전문점, 패스트푸드 매장 등 청년층이 다수 근무하는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총 76개 매장에서 264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이 발견됐다. 특히 이 중 49개 매장은 328명의 근로자에 대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1억500여만원의 임금을 체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저임금 위반과 근로계약서 미작성, 임금명세서 미교부 등 기초노동질서 위반 사항 역시 다수 적발됐다.
소규모 가맹점에서 기본적인 휴일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문제도 확인됐다. 주 1회 이상 유급휴일이 보장된 경우는 커피·패스트푸드업계가 46.7%, 이·미용업계는 17.9%에 불과했다. 연차유급휴가는 커피·패스트푸드업계의 32.6%, 이·미용업계의 15.2%만이 보장받고 있었다. 직영점의 경우 조사 대상 근로자의 86.4%가 주로 회사 사정에 의해 매일 또는 매주 단위로 근로 시간·휴무일이 변경돼 건강상 문제 등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관행은 국내 프랜차이즈의 해외 매장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지난 2023년 뉴욕시 소비자 및 노동자 보호국(DCWP)은 SPC그룹의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에 1,500명의 종업원에게 270만 달러(약 39억5,700만원)를 보상하고, 27만 달러(약 3억9,570만원)의 벌금과 기타 비용 등을 부담하도록 명령했다. 2017년 11월부터 2020년 10월 사이 공정 근무시간 규정(Fair Workweek Law)을 준수하지 않아 종업원들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구체적으로 파리바게뜨는 △근무시간 변경 시 종업원들에 우대 급여(premium pay) 미지급 △새로운 종업원을 고용하기 전 기존 종업원들에게 근무시간에 관한 우선권 미부여 △직원 동의 없이 근무시간 변경 △종업원들에게 14일 전 정상 근무시간 스케줄 미안내 등의 행위를 지적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고용 환경 개선 나서
정부는 이 같은 프랜차이즈업계의 고용 실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주도하에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10월 14일 패스트트랙 지정 180일이 지나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자동 회부됐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면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최대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부의 후 60일 등 총 330일 이내에 법안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민주당은 범사위 심사를 신속히 진행해 최대한 빠르게 본회의 상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협상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가맹점주 단체 등록제를 도입하고, 등록된 점주 단체의 협의 요청에 본부가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맹점주 단체에 노조 단체협상권과 유사한 권한을 부여하는 셈이다. 프랜차이즈업계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 해당 법안이 그대로 적용될 시 정상적 사업 영위가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다수의 가맹점주 단체가 난립해 가격 책정부터 프로모션, 신제품 출시 등에 일일이 개입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더해 정부는 근로기준법의 모든 내용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앞서 지난 8월 국정기획위원회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주 15시간 이상 근로계약의 의무화 △2년 이상 근무 시 무기계약직 의무 전환 등의 내용이 담긴 국정과제 추진 계획을 대통령실에 보고한 바 있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은 △주 52시간 근로 제한 △해고 제한 △연장·휴일·야간 근로 가산 수당 △연차 유급휴가 등을 적용받지 않는다. 정부는 해당 사업장에 내년 하반기부터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세 점포가 대부분인 프랜차이즈업계의 비용 부담이 대폭 가중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