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PE분석
  • ‘과잉생산→덤핑’ 중국 스스로 불러온 성장 역설, 관세 아닌 내수의 문제

‘과잉생산→덤핑’ 중국 스스로 불러온 성장 역설, 관세 아닌 내수의 문제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기자
Bio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수정

생산능력 한참 밑도는 내수 소비력
글로벌 시장 내 가격 왜곡 심화
세계 무역 질서 악순환 고착 우려

전 세계 시장 왜곡을 불러온 중국의 과잉 생산이 미국의 관세 때문이 아니라 만성적인 내수 부진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인위적으로 확대한 생산 능력이 중국 내 수요 부진과 맞물리면서 글로벌 시장이 덤핑 물량을 떠안았다는 지적이다. 전기차와 철강, 반도체 등 중국 주력 산업이 모두 저가 수출 경쟁에 내몰리자, 세계 각국은 반덤핑 조사와 고율 관세로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의 내수 회복과 산업 구조 개편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데 전망이 일치했다. 

산업 전반 가격 하락 압력 증대

유럽중앙은행(ECB)은 11일(이하 현지시각) 발간한 ‘중국의 무역 흑자 증가: 수입 정체와 수출 급증(China’s growing trade surplus: why exports are surging as imports stall)’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잉여 생산품을 유럽 시장에 덤핑하는 이유는 미국의 관세 때문이 아니라 만성적인 중국의 수요 약세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의 유럽향 수출 증가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보다 훨씬 앞선 시점에 시작됐으며, 이는 중국 내수 약세가 시작된 시점과 일치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미국과의 무역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중국의 수출이 유럽으로 더 전환될 수 있다는 설명 또한 덧붙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ECB는 중국의 수출 급증과 무역 불균형을 단기적 외교 마찰로만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내수 약세는 2020년대 초반 주택시장 침체에서 비롯됐다”며 “이후 정부의 제조업 중심 투자 확대가 과잉 생산능력을 초래했다”고 짚었다. 중국 내 부동산 침체로 수입 수요가 급감하고, 내수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국가 주도의 산업투자가 이어지며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ECB는 “중국 기업들이 매출 유지를 위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지만, 단기 비용 절감을 위해 가격을 낮추는 전략이 반복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여타 통계에서도 중국의 내수 부진은 선명하게 드러난다.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8%로 올해 들어 처음 5% 아래로 떨어졌다. 1분기 5.4%, 2분기 5.2%에서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경기 둔화 흐름이 뚜렷하다. 부동산 개발 투자는 같은 기간 전년 대비 13.9% 감소했고, 고정자산 투자는 0.5% 줄어 202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9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3.0%에 그치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수출이 상대적으로 견조했음에도 내수 기반이 흔들리면서 성장세를 끌어올리지 못한 모양새다.

물가 흐름도 침체 국면을 반영한다. 중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해 두 달 연속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이후 16년 만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시사한다. 중국의 CPI는 올해 1월 이후 단 한 차례도 0.2% 이상 상승하지 못했고, 2월 이후 다섯 차례나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저물가가 장기화하는 국면에서는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고용 또한 위축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시장에서는 소비 위축과 경기 둔화의 악순환이 고착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소비 부진의 단면은 일상 경제에서도 두드러졌다. 최근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는 파산 절차를 밟는 네타, 하이파이, 엑스트레일 등 차량 제조사의 제품이 헐값에 거래되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의 구매력 하락과 경기 불안이 소비 선택을 저가 중심으로 옮겨가게 만들었다는 해석을 내놨다. 제조업계의 과잉 생산이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저가 경쟁은 다시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중국 완성차업계의 평균 판매가는 2021년 3만1,000달러(약 4,500만원)에서 올해 2만4,000달러(약 3,500만원)로 하락했고, 업계 수익률도 7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출로 쏟아내는 덤핑의 악순환

중국 산업계는 내수 부진의 돌파구를 수출에서 찾겠다는 구상이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매우 요원한 상황이다. 10월 기준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7% 증가하며 내수 부진과 반대로 가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실적 확대의 이면에는 ‘이윤 없는 수출’이 자리한다. 이러한 중국 산업계의 저가 공세는 단기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는 일정 부분 주효하지만, 가격 경쟁력에만 의존한 구조 탓에 산업 전체의 수익성은 도리어 갉아먹는 악순환을 낳는다. 

이 같은 부작용은 다시 법적 장벽으로 이어진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집계에서 올해 상반기 중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한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사는 총 7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2023년 상반기까지 반기당 20~30건 수준이던 조사 건수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미국이 21건으로 가장 많았고, 인도(10건), 멕시코, 브라질 등 신흥국까지 적극 대응에 나선 결과다. 과거 선진국 중심으로 진행되던 반덤핑 조사가 개발도상국으로까지 확산된 것은 중국의 저가 수출 전략이 전방위적 반발을 사고 있음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철강 산업은 그중에서도 가장 거센 역풍을 맞았다. 10월 기준 전 세계 62개국이 중국산 철강재에 대해 207건의 무역 규제를 시행 중이며, 이 중 168건은 반덤핑에 따른 조치다. 중국 철강 수출은 2020년 이후 해마다 두 배 이상 증가해 작년 1억1,072만 톤을 기록했고, 올해 들어서도 9월까지 8,769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각국의 제재에도 중국의 철당 수출이 멈추지 않는 이유는 정부 보조금과 세제 혜택, 낮은 대출금리 등 왜곡된 비용구조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이런 상황에서는 가격 인하와 덤핑 수출의 악순환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 국가들이 앞다퉈 철강·배터리·전기차 등 핵심 품목을 중심으로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의 과잉 생산이 일시적 공급 확대를 넘어 무역질서 자체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미 수입쿼터(TRQ)와 원산지 관리 강화 방안을 시행 중이며, 태국·베트남 같은 동남아 국가들까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며 규제 대열에 합류했다. 여기에 조강 중심의 원산지 추적 또한 잇따라 강화되면서 중국의 반제품·중간재 중심 우회 수출 전략 또한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中 저가 공세에 각국 관세·규제로 대응

중국이 새로운 국가 핵심 산업으로 제시한 반도체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 이후 자국 내 구형 장비를 총동원해 20나노 이상 공정의 생산을 급격히 확대했다. 그 결과 중국의 구형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올해 28%에 달하며, 2027년에는 39%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런 성장세는 기술혁신의 성과라기보다 내수 수요 부진으로 쌓인 잉여 생산량을 해외로 밀어낸 결과에 가깝다. 과잉생산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본질적인 경쟁력 확보보다 물량 중심의 저가 경쟁이 자리 잡았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움직임도 구형 반도체 중심으로 전환했다.중신국제반도체(SMIC)를 비롯한 중국 주요 파운드리(수탁생산) 기업들은 미국의 제대 이후 일제히 첨단 공정 투자를 축소했다. 이 과정에서 단기 수출은 늘었지만, 산업 수익성은 뒷걸음질 쳤다. 자국 내에서 소화되지 못한 물량이 해외로 쏟아지면서 글로벌 시장 가격이 하락했고, 경쟁 업체들마저 채산성 악화에 직면한 것이다. 내수 침체의 충격을 수출로 만회하겠다는 전략이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산업 생태계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를 낳는 이유다. 

여기에 최근에는 철강을 비롯한 전통 제조업 전반에서도 중국발 공급 과잉에 대한 반발이 한층 거세지는 추세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중국산 후판에 대해 잠정 반덤핑 관세 부과 절차를 시작했고, 인도는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최대 25%의 세이프가드 관세를 검토하고 나섰다. 이에 앞선 작년 10월에는 브라질 정부가 중국산 철강제품을 겨냥해 관세 25%를 부과하는 방안을 결정해 시장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간 중국과 끈끈한 경제 파트너십을 과시했던 신흥경제국연합체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회원국들마저 중국산 저가 철강에 관세 대응 카드를 꺼내 들면서 자국 내 공급 과잉을 해외로 밀어내는 중국의 전략에도 먹구름이 짙어지는 양상이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기자
Bio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