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MEMO] AI와 함께하는 캠퍼스, 관계의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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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대학생 90% 이상이 AI 도구 활용, 교육 현장 변화 가속 챗봇, 교사·학생 관계 매개하며 ‘중재자’로 부상 인간 중심 원칙 속 AI 공존 전략과 관리 체계 필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Research Memo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영국 주요 대학에서 인공지능(AI) 도구를 사용하는 학생이 92%를 넘어서며, AI 기술의 확산 속도가 교육 현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AI를 전혀 쓰지 않는 학생은 12명 중 1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학생 중 상당수는 AI를 실제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체계적인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 교육 방식이 대응하기 전에 AI 활용이 먼저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는 셈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술 확산을 넘어 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다. 학생들은 챗봇을 통해 질문하고 사고하며, 학습 방식을 스스로 바꿔가고 있다. 미국에서도 학교 과제에 챗GPT 등 AI를 활용하는 10대가 전체의 25%로, 1년 새 두 배 늘었다. 인간적 연결의 중요성이 약화된 것은 아니지만, 학습 과정의 주요 연결점이 점차 디지털 기술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결국 교육의 본질을 지키려면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AI와 공존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육 관계의 전환, 교사 역할의 재정의
AI 챗봇이 교사를 대체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으나,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관계의 재편이 더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향후 5년간 챗봇이 학생과 교사, 또래 간 상호작용을 어떻게 바꿀지가 교육의 방향을 가를 전망이다. 최근 국제 연구는 챗봇 활용이 단기적으로 불안과 우울을 완화하고 외로움을 줄일 수 있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그러나 정서적 의존이 깊어질 경우 오히려 사회적 교류가 위축되는 부작용도 확인됐다. 즉, 절제된 활용은 긍정적 효과를 내지만 과도한 의존은 위험을 키운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학교 현장에서는 사용 금지보다 ‘적정 이용 기준’을 세밀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정확성 한계도 여전히 뚜렷하다. 최근 뉴스 및 전문 분야 테스트에서 AI 답변의 절반 가까이가 출처 오류나 정보 누락 문제를 보였으며, 학문 분야에서도 허위 정보 생성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작은 오류 하나가 학습 흐름 전체를 왜곡할 수 있는 만큼, 기술의 신뢰성 검증과 보완이 필수적이다.
학습의 사회적 구조에 관한 논의도 활발하다. 미국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는 주의력·기억력·지속성 같은 학습 역량이 ‘소속감과 신뢰감’ 등 관계적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학생은 단순히 지식을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배운다. 이에 따라 비인간적 매체를 무분별하게 도입할 경우, 오히려 인지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교육정책은 뇌 발달을 촉진하는 사회적 자극 환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 항목-문제 있는 응답, 뉴스 내용 왜곡, 심각한 출처 오류(X축), 응답 비율(Y축)
교육 현장에 맞는 AI 챗봇 설계 방안
AI 챗봇이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학습의 중재자로 자리 잡으려면 체계적 설계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주로 활용하는 기능은 개념 설명, 자료 요약, 질문 생성 등으로, 비판적 사고력을 유지하면서 사용할 경우 학습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그대로 제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결과물뿐 아니라 과정까지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인간 개입을 시스템에 내장한 안전장치가 중요하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음성 기반 챗봇이나 성별 지정 음성이 사용자에게 정서적 의존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상담 요청 시 학교 자원으로 연계하거나 자해·학대 관련 대화는 즉시 중단 후 전문가에게 보고하는 절차를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도움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된 전문 인력의 개입을 유도하는 절차다. 국제기구들도 학교용 AI의 안전 기준 마련에 나섰다. 유네스코와 OECD는 사전 검증 절차와 투명한 계약 조건을 강조하며, 교육기관이 이를 기준으로 업체와 협력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교실 운영 역시 AI 챗봇의 특성에 맞춰 변화돼야 한다. AI 활용은 제한적·감독된 조건에서 긍정적 효과를 낸다. 아이디어 도출이나 개념 확인 등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고, 이후 학생 간 토론과 실습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는 제안이 나온다.
정확성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검색 결합형 생성(RAG)이나 사고 연쇄 프롬프트 등 신기술로 오류를 줄일 수 있지만, 완전한 해결은 어렵다. 특히 임상 기록, 법률 문서 등 한 번의 실수가 큰 결과를 초래하는 분야에서는 챗봇을 조력자 수준에 한정하고, 최종 결론은 반드시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 학교는 공급업체의 오류 처리 방식과 출처 공개 여부를 꼼꼼히 점검해야 하며, 출처 명시·해명 기능이 부족한 시스템은 고위험 과목에서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 항목-AI 도구 활용 경험, 학교 차원의 AI 교육 및 지원 경험(X축), 비율(Y축)
실물형 AI 등장과 교육의 변화
AI 기술 진화에 따라 텍스트 기반 챗봇을 넘어, 실제 사람처럼 움직이는 인간형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전기차 기업 샤오펑(XPeng)이 선보인 ‘아이언(IRON)’ 로봇은 사람과 유사한 동작으로 주목받았다. 이러한 실물형 AI는 교실에서 조교이자 동반자로 작용할 가능성을 열지만, 감정 왜곡과 의존을 심화시킬 위험도 크다. 시선 추적 등 생체적 기능이 강화될수록 학생과 로봇 간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명확한 도입 기준과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실제 AI와의 사회적 관계에 대한 위험은 단순한 기술적 추론을 넘어, 현실적 과제가 되고 있다. 일부 사용자는 AI 동반자에게 강한 애착을 보였으나, 정서적 의존과 상실감으로 이어진 사례도 보고됐다. 이에 따라 각국 규제기관은 ‘AI 치료’ 남용에 경고를 보내고 있으며, 교육 현장에서는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자체 지침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람 중심의 교육을 위한 설계
AI의 확산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교육의 중심은 여전히 인간이어야 한다. AI가 교사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학습의 중재자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원칙이 필요하다. AI 활용은 개념 학습이나 자료 탐색 등 준비 단계에서 허용하되, 완성된 과제나 평가 단계에서는 목적이 명확히 규정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이 제시된다. 학습자는 프롬프트 설계, 출처 인용, 오류 검증 등 기본 역량을 교육받아야 하며, 감정적 위험이 감지될 때 즉시 교사나 전문가에게 전달되는 체계가 필요하다.
기술 공급업체와의 계약에서도 투명성이 핵심이다. 출처 표기, 답변 신뢰성 경고, 로그 기록 등 검증 가능한 관리체계를 포함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교사는 문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관리 체계를 과도한 규제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여러 연구 결과는 신중함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유럽방송연합(EBU)의 다중 AI 테스트에서 공개 정보의 절반 이상이 오류를 포함했고, 오픈AI 역시 정보 환각 문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결국 AI 도입의 목적은 기술을 경계하는 데 있지 않고, 인간 중심 학습의 본질을 지켜내는 데 있다. 교사는 디지털 시대의 통제자가 아니라, 학생이 기술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설계하는 전문가로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 AI가 대체자가 아닌 소통의 매개로 기능할 때, 사람 중심의 교육은 오히려 더 강해질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AI Chatbots in Education Won’t Replace Us Yet, But They Will Reshape How We Talk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