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으로 글로벌 전략 바꾼 GM, 생산·조달 ‘미국 회귀’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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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조달 중심 구조 해체 수순
한국에서도 점진적 사업 축소 흐름
북미 중심 가치사슬 재편에 속도

미국 3대 완성차 업체 중 하나인 제너럴모터스(GM)가 글로벌 전략의 중심축을 급격히 재편하는 모습이다. 중국에서 벗어나려는 공급망 전환을 본격화한 가운데, 한국에서도 직영 서비스센터 축소로 사업 범위를 줄이며 아시아 전체에서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이와 동시에 북미 생산 비중을 높이는 조정이 이어지며 GM의 우선순위가 점차 미국 내 안정적 생산과 조달 체계 강화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공급망과 시장 운영, 생산 구조가 한 방향으로 정렬되면서 GM의 글로벌 전략의 방향성 또한 갈수록 선명해지는 모양새다.
중국산 부품 의존도 ‘0’ 로드맵
12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GM은 최근 협력 부품업체들에 중국에서의 조달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북미 생산 차량에 필요한 소재·부품 공급선을 중국 외 지역으로 전환하라는 요구를 전달했다. 이와 함께 일부 업체에는 2027년까지 중국산 부품 사용을 전면 중단하라는 시한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내부적으로 이번 조치를 공급망 ‘회복탄력성(resilience)’ 확보 전략의 연장선으로 규정하며 중국 현지 조달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GM의 공급망 재편은 미·중 간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 이후 양국 간 관세 정책 변동성이 커지고, 희토류·반도체 등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빈번해지면서 자동차 업계는 중국 의존도 축소 압박을 강하게 받았다. 과거 중국은 조명·전장·금형·리튬 원자재 등 자동차 부품 전반을 공급하는 핵심 생산 허브였지만, 올해 들어 희토류와 일부 전자부품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시장 불확실성을 키웠다. GM이 부품 전반을 대상으로 한 ‘탈중국’ 지침을 공식화한 것도 이러한 리스크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GM은 이미 배터리 원자재와 반도체 부문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투자를 선행해 왔다. 미국 희토류 기업과의 공급 계약 확대, 네바다 리튬 광산에 대한 수억 달러 투자 등 북미 내 소재 확보 능력을 키우는 식이다. 반면 이번 지침은 전기차 배터리처럼 대체가 어려운 분야를 비롯해 차체와 금형, 일반 전장부품 등으로 적용 범위를 크게 넓힌 게 특징이다. GM은 북미 생산 차량의 경우 가능한 생산국 내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원칙을 거듭 밝힌 바 있으며,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등 미국 무역 제한국 역시 공급망에서 배제한 상태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GM의 조치가 단기간에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우려 섞인 시선이 주를 이룬다. 중국의 부품 산업은 수십 년간 축적된 생산 생태계를 기반으로 가격과 납기, 기술력 등에서 월등한 만큼 당장 대체처를 찾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공급사 관계자는 “GM의 일방적 통보 이후 대체 공급선 탐색으로 혼란이 커졌다”며 “중국 업체가 담당해 온 생산 규모와 품질을 일시에 대체할 수 있는 국가는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GM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 차질 경험 누적을 이유로 들며 중국 중심 공급망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韓 서비스센터 매각·폐쇄로 구조조정 가속
나아가 GM은 아시아 전반의 사업 구조를 축소하고 북미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나섰다. 한국 시장 내 서비스센터 매각·폐쇄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으로, 중국 공급망 절단과 함께 추진되는 조치다. 최근 한국GM은 내년 1월 1일부터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의 애프터세일즈 접수를 중단하고, 2월 15일부터 운영을 완전히 종료한다고 알렸다. 이에 따라 서울과 부산, 창원, 광주 등 전국에 분포한 대형 직영센터 전부 매각 절차에 들어가며, 450명에 달하는 근무 인력은 내부 재배치 대상이 된다. GM은 “효율성 개선을 위한 조치”라며 전국 386개 협력 서비스센터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로써 한국GM은 최근 5년간 부지·물류센터 등 주요 자산을 매각해 4,500억원 이상을 회수한 데 이어 직영 정비 인프라까지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지난 2018년 군산공장 폐쇄 이후 꾸준히 제기된 철수설이 재점화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GM의 올해 2분기 수출 차량 관세 부담액 11억 달러(약 1조6,000억원) 중 절반 수준인 5억5,000만 달러(약 8,000억원)가 한국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세 리스크가 이번 결정의 핵심 배경이라는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미국 시장 중심의 수익성 회복 전략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한국 생산·정비 인프라를 유지할 동기가 약해졌다는 의미다.
사업 축소에 따른 노사 갈등도 피해 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GM 노조는 “일방적 폐쇄 통보는 명백한 합의 파기”라고 지적하며 양측의 대안 논의가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 폐쇄 시점까지 확정한 데 대해 강한 반발을 드러냈다. 반면 사측은 적자 구조와 관세 부담을 고려할 때 직영 서비스센터 유지가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 중이다. 일반적으로 브랜드 정비 거점은 내수 시장을 유지하는 핵심 자산으로 분류되는데, GM은 이를 과감히 축소하며 북미 중심 전략 강화와 한국 내 사업 비중 축소라는 흐름을 보다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전기차 및 글로벌 생산구조도 ‘흔들’
전 세계로 시야를 넓혀 보면, GM의 이 같은 전략은 한층 선명하게 드러난다. GM은 전기차(EV) 생산 구조부터 글로벌 제조·조달 체계까지 전반적인 운영 방식을 재조정하며 북미 중심의 ‘온쇼어링(미국 내 제조 복귀)’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달 말 GM은 전기차 수요 둔화, 연방 세액공제 종료, 규제 환경 변화 등을 이유로 미국 내 EV 생산 인력 3,3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또 오하이오·테네시의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역시 1월 5일부터 가동을 멈추고, 2026년 중반 재가동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기적으로 EV 라인 확장을 늦추며 비용 및 수요 리스크를 통제하려는 GM의 의도를 드러낸다.
대형 전기차 생산 거점인 디트로이트D 조립공장에서도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전체 3,400명 인력 중 1,200명 이상이 무기한 해고되고, 공장은 가동 중단을 거쳐 다음 달 24일 이후 단일 근무조 체제로 전환된다. 해당 공장은 실버라도, 시에라, 에스컬레이드 IQ 등 GM의 핵심 EV 라인을 담당해 왔지만, 향후 GM은 내연기관 트럭 및 스포츠유틸리티(SUV) 중심으로 조립 구조를 바꾸게 된다. 이러한 조정은 GM의 비용 압박이 심화한 상황도 맞물린다. GM은 올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EV 관련 구조조정 비용만 16억 달러(약 2조3,000억원)를 반영했으며, 캐나다에서 생산하던 전기 상용밴 브라이트드롭 생산 종료 과정에서도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GM의 조정은 EV 부문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생산 거점 전체를 북미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향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지난 6월 GM은 향후 2년간 미국 공장 3곳에 총 40억 달러(약 5조4,000억원)를 투자해 생산량을 연간 200만 대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기존 멕시코 공장에서 만들던 이쿼녹스와 블레이저 등 2개 차종은 미국 캔자스·테네시 공장에서 생산된다. CNN은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회피 또는 유예를 위한 미국 내 투자 확대 흐름”이라고 짚으며 “관세에 보조금, 수요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북미 생산 확대는 GM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전략으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GM의 온쇼어링 전환은 미국 내 고임금 제조업 일자리 확대라는 정치적 효과까지 수반한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GM의 40억 달러 투자 계획에 반색을 표하며 “전략적 자동차 관세가 효과를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GM의 결정은 단순한 생산 거점 이동을 넘어 전 세계를 아우르는 가치사슬을 근본적으로 손보는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중국 공급망 절단과 한국 시장 인프라 축소에 이어 전기차·내연기관 생산 구조까지 북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GM의 글로벌 전략은 뚜렷하게 ‘탈아시아–북미 집중’ 방향으로 이동하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