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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패권 중심에 선 ‘애리조나’, 설계부터 생산까지 산업 지형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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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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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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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준비하는 미국 반도체 공급망
애리조나, 미국 반도체 산업 중심지로
TSMC·인텔 등 반도체 빅2 집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지금껏 최첨단 반도체는 미국에서 설계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만에서 생산한 뒤, 한국에서 생산한 메모리 반도체와 조립하는 구조였지만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며 본격적인 ‘반도체 재산업화’를 추진하면서, 설계에서 제조, 후공정에 이르는 전 생태계를 미국으로 되돌리는 모양새다. 그 선봉에는 ‘실리콘 데저트’로 불리는 애리조나가 있다. 풍부한 인력 자원, 낮은 세율로 대표되는 우호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바탕으로 실리콘 밸리와 유사한 기술 생태계를 구축해 가고 있다.

친(親)기업적 환경 조성, 사막에서 반도체 허브로

12일(이하 현지시간)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미국의 반도체 산업 투자는 2025년 210억 달러(약 29조7,000억원)에서 2027년 330억 달러(약 48조5,000억원), 2028년 430억 달러(약 63조2,000억원)로 급증할 전망이다. 2027~2030년까지 미국의 총 반도체 투자액은 1,580억 달러(약 232조원)에 달한다. SEMI의 클라크 청 디렉터는 “미국은 지금까지 확인된 반도체 제조 투자 계약을 바탕으로 성장 측면에서 다른 나라들을 앞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사실상 2027년부터는 미국의 반도체 투자액이 중국, 대만, 한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곳은 애리조나다. 애리조나는 수년 새 미국 반도체 산업의 고도화 전략에서 핵심 지대로 부상했다. 사막이라는 물리적 특성과 저밀도 인프라 등이 반도체 팹 구축 조건에 부합하면서다. 실제 애리조나에는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기 좋은 입지상 장점이 분명하다. 애리조나는 비가 적게 내려 자연 재해 위험이 작다. 연간 강수량은 345mm로, 애리조나가 위치한 미 남부 연간 강수량이 1,270∼1,524mm인 것에 비해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이러한 기상 조건으로 애리조나는 미국에서도 특히 허리케인과 토네이도 위험이 낮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또 애리조나는 연평균 300일 이상 맑은 날씨를 자랑하는데, 강한 햇빛과 긴 일조 시간 덕분에 태양광 발전소가 효과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현재 애리조나에서는 전체 전력의 5%에 해당하는 520만 킬로와트(kW)를 태양광 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은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 최근 많은 기술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를 중시하는 상황에서 애리조나의 태양광 발전 인프라는 기업들의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크게 기여한다.

대학 내 6나노급 '나노팹'도 갖춰

여기에 저렴한 토지 가격, 규제 완화, 기업 친화적 세금 정책 등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설비 투자를 촉발했다. 지난 20년간 애리조나 주지사들은 레드(공화당)냐 블루(민주당)냐를 가리지 않고 일관되게 법인세를 포함한 기업 관련 세금을 미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각종 기업 지원책을 강화해 왔다. 노동자가 노동조합 가입 여부에 상관없이 일을 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하는 ‘노동권리법(right towork law)’을 도입해 강성 노조가 뿌리내릴 수 없는 곳으로 만들었다.

인적 요인도 한몫했다. 애리조나 주정부는 주내 산업을 유치하기 위한 제도적인 환경 정비 및 인재 양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애리조나주립대(ASU)가 대표적이다. ASU는 기업 특화 커리큘럼 개발 등 적극적인 산학협력을 바탕으로 ‘교육 소비자’인 학생의 취업률을 끌어올렸다. 7년 연속 US뉴스 선정 ‘가장 혁신적인 대학’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반도체 생태계 지원 역시 남다르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나노팹’에는 6㎚(나노미터·10억분의 1m) 초미세 공정 반도체 제조가 가능한 E빔 등 최첨단 설비가 갖춰져 있다. 나노팹은 연구와 실습에 사용되는 것은 물론 일반 기업에도 빌려준다. ASU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설계한 칩을 이곳에서 실증한 후 대형 파운드리에 주문하거나 투자를 유치한다”며 “대형 파운드리조차 생산라인이 풀가동될 때는 급한 테스트를 위해 빌리곤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산학협력으로 ASU가 벌어들이는 연간 수입은 6억 달러(약 8,800억원)에 달한다. 학비를 올리는 대신 기업에 얻은 수익으로 대학이 성장하고 대학은 학생 교육에 투자해 산학협력을 고도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한 셈이다.

TSMC의 애리조나 팹/사진=TSMC

TSMC, 애리조나에 대규모 베팅

애리조나 주정부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애리조나에 집행된 반도체 투자는 60여 건, 총액은 2,000억 달러(약 293조원)를 넘어선다. 이 가운데 대만 TSMC의 공식적인 투자액만 650억 달러(약 95조6,000억원)에 이른다. TSMC는 애리조나에 첫 반도체 제조 공장을 설립하면서 120억 달러(약 17조6,000억원) 규모의 첫 투자를 시작했고, 현재 세 번째 공장 건설 계획까지 발표되며 그 규모는 650억 달러 이상으로 증가했다.

지난 3월에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미국 반도체 산업에 1,000억 달러(약 146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도 발표했으며, 기존 애리조나 주 3개 공장에 대한 투자 약속도 병행하고 있다. 이 중 첫 번째 공장은 올해 처음으로 생산을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 AI 프로세서용 첨단 칩이 생산되고 있다. 기존에는 대만 TSMC 공장에서 독점 생산되던 칩이 미국에서도 생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공장은 각각 2028년과 2030년 가동될 예정이다. 특히 두 번째 공장은 이전에 발표된 3나노 기술 외에도 차세대 나노시트 트랜지스터를 사용해 칩을 생산할 예정이며, 세 번째 공장은 2나노 이상의 고급 첨단 공정을 사용해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TSMC의 애리조나 투자 결정은 미국 연방정부와 애리조나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의 결과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20년 TSMC를 설득해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 팹 건설 계약을 체결했고,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8월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칩스법)를 통과시켜 보조금 527억 달러(약 77조원)와 세금 인센티브를 투입했다. 칩스법은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바이든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TSMC는 미국 재무부에 자격 요건을 맞춘 자본 지출의 최대 25%에 해당하는 투자 세액 공제를 신청할 계획이다. 아울러 애리조나 주정부와 피닉스 시정부 또한 공장 입지에 도로 및 하수도 등 인프라 개선과 세금 혜택 등을 통해 TSMC의 투자를 촉진했다. TSMC는 이를 통해 애리조나에서의 사업 확장을 더욱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인텔의 애리조나 ‘팹 52’/사진=인텔

인텔 부활 여정 최전선, 애리조나 ‘팹 52’

일찌감치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을 세운 인텔도 캠퍼스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인텔이 애리조나주에 처음 자리 잡은 건 1979년으로, 챈들러(Chandler) 지역에서는 1980년부터 사업을 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오코틸로(Ocotillo) 부지는 1990년대 초 매입한 농지에 조성됐고, 1990년대 팹 12가, 1996년에는 팹 22가, 2000년대 초에는 팹 32가 건설되며 확장됐다. 팹 42는 2011년 착공했으나 잠정 중단됐다가, 2017년 완공을 위해 70억 달러(약 8조8,200억원) 투자를 발표하며 공사가 재개돼 2020년 10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인텔 18A’가 생산되는 시설은 2021년 말 착공한 팹 52다. 인텔은 팹 52의 건설 과정에서 100만 입방미터(㎥) 이상의 토사와 암석을 굴착했고, 60만 입방미터의 콘크리트와 7만5,000톤의 철근을 사용했으며, 3만5,000톤의 구조용 철강을 사용했다고 언급했다. 또 총 9,000km에 달하는 배관과 케이블 등 설비 라인을 설치했다. 현재 인텔은 오코틸로에서 팹 52를 넘어 팹 62로 확장을 계획 중이다. 이에 따라 320억 달러(약 44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예정하고 있다.

애리조나 주정부에 따르면 인텔은 1979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애리조나에 500억 달러(약 70조1,150억원) 이상을 투자했고, 현재 애리조나에서 가장 큰 민간 고용주 중 하나로 꼽힌다. 인텔은 애리조나주에서 2025년 1월 기준 약 9,600개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고, 2023년 기준 연 107억 달러(약 15조2,000억원) 규모의 경제적 영향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교육에서도 지역 대학들과의 협력 등을 통한 인재 양성 과정이나 지원책 등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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