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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지분도 무기” 행동주의 공세, 제도 변화 타고 2막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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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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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 행동주의 확대 기폭제로
“주요 대기업도 표적” 대규모 공세
시장 전반 참여 방식 확장 움직임

한국 자본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두 차례의 상법 개정으로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권을 둘러싼 쟁점이 표면화되면서 소수 지분만으로도 기업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서다. 이 과정에서 주요 대기업들이 연이어 표적이 됐고, 연말 주주총회를 앞둔 캠페인 움직임 또한 다수 포착됐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기업에는 부담이지만, 동시에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 제고와 자본시장 성숙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활짝 열린 행동주의 펀드의 ‘문’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일정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기업의 지배구조와 주주 이익을 문제 삼으려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행보에 경영진의 고심이 깊어진 상황이다. 지분율이 높지 않은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가진 기업이 다수 포진한 한국은 행동주의 확산세가 매우 가파른 곳으로 꼽히는데, 연말로 접어들면서 굵직한 캠페인 또한 다수 전개될 조짐을 보이는 탓이다. 통상 연말은 정기주주총회 의결권 결집을 위해 주주명부 폐쇄 전까지 지분 확보와 주주제안이 몰리는 만큼 행동주의의 기세가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국면으로 분류된다. 

이 같은 흐름은 제도 변화와 맞물려 이뤄졌다. 지난 7월 개정된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고, 전자위임장과 전자주총 제도의 보편화를 통해 소액주주가 이사회에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경로를 넓혔다. 여기에 집중투표제 또한 의무화되면서 행동주의 펀드에 유리한 기반을 형성했다. 특정 안건에서 다수 표를 결집하기만 하면, 소수 지분으로도 이사 선임이나 구조조정 요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시장에선 액트(ACT)를 비롯한 소액주주 플랫폼이 다수 등장하며 주주연대 형성을 수월하게 만들었다. 

정책적 환경 역시 행동주의 공세에 힘을 싣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그간 시장에선 조기 상장폐지 기업이 증가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기치로 자본시장 개편 속도를 높이자, 그간 진입 장벽 대비 퇴출 절차가 지나치게 느리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상폐 제도가 빠르게 정비됐다. 이러한 변화는 ‘경영진 책임’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려는 행동주의의 명분과 맞물리며 지배구조 개선, 경영 전략 변화 등 캠페인에 무게를 싣는 효과를 낳았다. 

IB업계를 비롯한 각종 자문 생태계는 새로운 수요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에 맞서 방어 전략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만큼 의결권 대응이나 주총 운영 전략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체계가 필요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실제 일각에선 주주제안 대응 논리를 설계하거나 지분 구조 분석, 경쟁 캠페인 발생 가능성 평가 등 파생 업무가 증가하는 흐름도 감지되는 추세다. 이에 행동주의의 확산 자체가 자문업계에는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는 관측 또한 힘을 얻는 양상이다.

주가 상승에도 웃지 못하는 기업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표적 범위는 자연스럽게 대기업으로 확대됐다. 일부 행동주의 펀드는 배당 확대 혹은 경영 효율화 요구를 넘어 기업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와 이사회 개편 요구를 본격적으로 내걸고 나섰으며, 주주명부 폐쇄 일정과 맞물린 연말 투자 전략까지 더해지면서 다수의 대기업이 예년보다 훨씬 촘촘한 방어 전략을 요구받는 상황이다. 이 같은 압박은 기업의 운영 원칙 전반을 공략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평가된다.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는 최근 LG화학을 둘러싼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털의 공세다. 팰리서는 주가 저평가 해소를 명분으로 △이사회 개선 △주가 연동형 보상체계 도입 △LG에너지솔루션 지분 활용 자사주 매입 △장기 주가 부양 프로그램 마련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해당 서한이 공개된 직후 LG화학 주가는 하루 만에 13%가량 뛰었고, 상승폭 대부분을 유지 중이다. 다만 LG화학으로선 향후 자회사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팰리서가 과거 삼성물산 및 SK스퀘어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압박한 뒤 지분 매각을 통해 수익을 거둔 전례가 있는 만큼, 단기 차익을 거둘 목적으로 움직임에 나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대기업을 향한 행동주의의 공세는 LG화학에 국한되지 않는다. KT&G 역시 플래쉬라이트 캐피털 파트너스(FCP)로부터 주주대표 소송을 당하며 대응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FCP는 KT&G 이사회가 자사주를 무상 또는 저가로 기부해 회사에 1조원대 손해를 끼쳤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외에도 한국콜마그룹과 넥센타이어 , 코웨이 등 여러 기업이 연달아 캠페인 대상에 오르면서 이어질 정기주총 시즌에는 배당정책 개편, 지배구조 변경, 경영권 분쟁 관련 지분 경쟁 등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행동주의 펀드 공세가 본격적인 확장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한다. 아주기업경영연구소는 ‘2025년 정기주총 프리뷰’를 통해 올해 주총의 핵심 쟁점으로 △배당 요구 강화 △정관 변경 △주주제안 증가 △경영권 분쟁 심화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대기업일수록 지분 구조가 복잡하고 이해관계자가 많아 방어 난도가 높기 때문에 행동주의 캠페인의 장기적 파급력이 더 클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공개서한과 지분 목적 변경 공시, 전략적 연대 등 외부 압박에 대응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이사회 구성 및 자본정책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금융시장 성숙 과정” 평가

시장에서는 행동주의 펀드 공세가 금융시장에 가져올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행동주의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같은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질지, 혹은 단기 차익만을 노리는 전략으로 흐를지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는 까닭이다. 긍정론자들은 기업이 주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점을 높이 사는 반면, 경영권 방어 수단이 제한적인 중견·중소 상장사일수록 긴장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우려 또한 이어지는 형국이다. 이는 곧 행동주의 공세가 한국 자본시장이 어떠한 기준을 새롭게 받아들일지를 시험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시장의 학습 과정이 한층 분명해진다. 2023년 오스템임플란트는 MBK파트너스·유니슨캐피탈코리아가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두 차례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사실상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갔고, SM은 얼라인파트너스의 문제 제기를 시작점으로 하이브·카카오가 공개매수 경쟁을 벌이며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넘는 상황까지 펼쳐졌다. 한샘 역시 IMM프라이빗에쿼티의 1,000억원 규모 공개매수로 최대주주 지분율이 35%대까지 높아졌다. 이처럼 행동주의는 기업의 주가 재평가 촉매로 작용하는 동시에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과거와 다른 대응 방식을 배우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행동주의에 대한 시각도 점차 변화하는 모습이다. 과거 소버린·엘리엇 등이 보여준 약탈적 기업 사냥 이미지가 강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정당한 문제 제기로 인식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소위 ‘왕개미’들의 연대,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주주 행동 확산, 중복상장·물적분할 반대 요구 등이 맞물리면서 상장사 이사회와 경영진이 주주를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의식해야 하는 환경이 자리 잡은 것이다. 이는 행동주의가 소수 전문 펀드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자본시장 전반의 참여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근 스틱인베스트먼트를 둘러싼 최근 경영권 분쟁은 이러한 변화가 투자운용사·사모펀드 영역으로까지 옮겨붙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최근 수년간 LIG넥스원 투자 회수, 하이브 투자 텐배거 등으로 회사에 막대한 유보금을 쌓았지만, 자사주 매입이나 지배력 강화 같은 전략적 선택은 뒤로 미뤄두면서 창업주 지분이 10%대 중반에 머무는 결과를 낳았다. 그 사이 행동주의 연합은 25%가 넘는 지분을 확보하면서 힘의 균형을 흔들기 시작했다. 

행동주의 연합은 “회사가 상장사로서 최소한의 지배력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당장 이사회 구성을 손보고,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병행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스틱 측은 사모·대체 투자 기반의 기존 사업 라인과 성장 전략을 지키기 위한 방어 논리를 마련하는 데 집중하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특정 운용사의 거버넌스 이슈를 넘어 상장 사모펀드 구조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으로 평가했다. 행동주의 공세가 본격화할수록 기업과 투자운용사는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정비하고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해야 하는 환경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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