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남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면 규제 만능주의 대신 시장 만능주의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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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파트, 부동산 상급지 가격 거품 잡는 규제는 모조리 실패할 것 가격은 규제가 아니라 매도자와 매수자가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 강남 일대에 혐오시설을 유치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단기책이나 경제 성장 동력을 다시 키워 투기 수요를 실물 자산으로 유도하는 장기책 고려해야
이재명 정권이 들어선 이후 5개월 동안 3개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대책마다 상이한 점은 있지만, 핵심은 대출 규제를 통한 부동산 거품 방어 전략이다. 대출 규제 덕분에 거래량은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강남 일대의 부동산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아니 더 오른다는 보도도 종종 확인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강남 일대 부동산 가격이 합리적 기대를 벗어나 심리적 요인에 따라 작동하고 있고, 금융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되어도 실물 경제로 유입되는 대신 강남 일대의 부동산으로만 흘러들어가는만큼, 현 시점에서 금리 인하는 어렵다는 보고서를 냈다. 즉, 강남 일대 부동산은 일종의 '프리미엄 자산'으로, 규제와 상관없이,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이 되면 무조건 구매한다는 관점으로 수요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 상품 시장 기준으로 보면 명품 시장에 대한 수요에서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강남 아파트는 사회적 지위와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
재정정책, 통화정책으로 정부와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책을 써도 정작 실물 경제가 성장하는데는 돈이 흘러들어가지 않고, 강남 아파트 가격만 올린다는 한국은행의 보고서는 내수 부진, 성장 동력 상실이라는 한국 산업의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것과 동시에, 강남 아파트가 프리미엄 상품, 혹은 명품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사회적 신호 효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노무현 정권 부터 약 20년간, 강남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 경우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내 건설 경기가 급속하게 냉각됐던 2008년부터 2010년 밖에 없다. 노무현 정권과 문재인 정권은 세금을 통해 강남 부동산 가격을 낮추려고 했지만 거꾸로 가격이 최소 열 배가 넘게 뛰도록 만드는 부작용을 낳았고, 이재명 정권도 3개의 부동산 정책을 내놨지만 강남 아파트 가격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어떤 규제를 써도 가격을 잡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규제가 가격을 잡을 수 있는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규제는 가격을 조정하기 위해 쓰이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집단간의 이익관계를 규정하기 위해서 쓰인다. 모든 자산의 가격은 매수자와 매도자가 결정한다. 자산의 가치가 클 수록, 매수 경쟁이 치열할 수록 자산의 가격은 상승하고, 자산 자체의 가치가 낮을 수록, 매도 경쟁이 치열할 수록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의 가장 기본적이 상식이다.
세금을 부과하면 매도 후 다른 곳으로 이사하고 싶어도 세금을 낸 다음에 다른 집을 구매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매도 물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게 되고, 매도 물량이 줄어든만큼 매수자들간의 경쟁은 치열해진다. 매도자는 매도 후 다른 자산을 구매할 수 있도록 세금을 보전해달라고까지 나올 수도 있다. 때문에 자본소득세로 강남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했던 것이다.
대출 규제는 얼핏 보기에 매수자가 줄어서 매도자들이 가격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겠지만, 매도자들도 시장에서 이탈해버리면서 거래 물량이 줄어들고, 결국 매수자들이 여전히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하는 시장으로 남아있다. 대출 규제가 의도한 효과를 보려면 공급 물량이 쏟아져야하는데, 주택 시장은 주식 시장처럼 빈번하게 손 바뀜이 일어나지도 않고, 강남 아파트는 경매로 넘어가도 낙찰가율이 100% 부근에 이를만큼 가격 방어력이 탄탄한 시장이다.
규제 만능주의가 아니라 시장 만능주의로 돌아가야
강남 아파트들에 대한 수요가 굳건한 가장 큰 이유는 강남이라는 주거지와 명품 브랜드 아파트라는 주소지가 주는 프리미엄 효과 때문이다. 현 거주지를 쓰는 명단을 돌려서 강남의 브랜드 아파트가 적혀 있으면 부잣집으로 인식해주고, 대외 노출이 많은 기업가, 공직자들이 주거지를 강남 브랜드 아파트로 제출하면 자금력이 탄탄하다고 판단한다.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은행 대출을 받기 위해서도, 타 기업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도, 일부러 기업 본사 주소도 강남으로, 법인등기부등본에 나오는 대표자의 주소도 강남으로 쓴다.
유럽, 미국의 호화 명품 브랜드에 아무리 사치세를 매겨도, 심지어 수입 물량을 줄여도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는 줄어들지 않는다. 단지 경기 침체기가 오면 소비량이 감소할 뿐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속칭 '상급지'로 불리는 강님 일대 브랜드 아파트들이 주는 신호 효과, 소비자들의 구매 수요, 공급량 및 가격 대비 수요 변화 등등의 주요 경제학적 상품 평가 지표 그 어느 것을 봐도 호화 명품의 그것과 다른 부분을 찾기 어렵다.
즉, 강남 아파트들의 가격은 규제로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착륙 정책 - 혐오 시설로 프리미엄을 제거하면 어떨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결국 가격이 수요-공급을 따르는 만큼, 강남 아파트 재건축 규제를 풀어서 공급량을 늘리거나, 성수, 분당 등의 유사 지역을 더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명품 브랜드들도 너무 많이 풀리면 가격이 떨어지다가 수요가 아예 사라지는 순간이 온다. 모두가 들고 다니기 때문에 더 이상 명품이 아니고, 명품의 실물 가치를 감안하면 '가성비(가격 대 성능비)'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 인근에 더 많은 주거지를 지을수록 지방 공동화가 심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고, 출생률을 감안한 인구 감소를 따져봤을 때, 20-30년 후에는 서울 외곽 지역의 부동산들도 공동화가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가의 30년, 50년 대계를 따져 봤을 때 추가 공급을 섣부르게 결정할 수는 없다. 정부가 공급 대책을 내놔도 시장에서 현실성에 의구심을 주는 가장 큰 이유다.
사실 프리미엄을 빠르게 제거할 수 있는, 시장에서 검증된, 매우 확실한 방법이 있다.
혐오 시설을 유치하는 것이다. 쓰레기 소각장, 공동묘지, 방사능 폐기장, 형무소, 화장장 등은 대표적인 혐오시설이고, 그 외에도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고아원, 복지원 등도 부동산 가격에 하방 압력을 주는 시설들로 알려져 있다. 최근들어서는 데이터 센터가 전자파를 많이 내뿜고, 전기를 많이 소모해 인근 지역 전기료를 상승시킨다고 거부하는 사례도 잦다. 해외에서도 혐오 시설을 반대하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 사건이 일어난 지역의 주거비는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것이 상식처럼 자리 잡혀 있다.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남의 불행을 보았을 때 기쁨을 느끼는 심리를 일컫는 독일어)' 심리가 매우 강한 한국 사회 정서상, 강남 지역에 혐오 시설이 대거 유치될 경우, 강남 지역의 불만 표현에 대해 타 지역 거주민들이 일반적인 혐오 시설 반대 운동과는 다른 시선을 가질 것이다.
그 외에도 강남에 본인이나 가족이 부동산이 있으면 정부 관련 직위, 프로젝트 등에 일절 진입이 불가능하도록 만든다던가 하는 식의 프리미엄 추락 정책이 가능하지만, 차명 보유 등의 방식으로 규제를 교묘하게 피해갈 확률이 높다. 요컨데, 가격과 수요 문제는 규제가 아니라 시장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연착륙 정책 - 경제 성장 동력 되살려 부동산 거품 장기적으로 축소
혐오시설 유치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할지는 정책 결정자 입장에서 정치적으로 큰 고민을 해야하는 문제이니, 방향을 바꿔서, 왜 이렇게 강남 아파트 가격이 한국 사회의 핵심적인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20년 간 세금 정책, 대출 규제 정책이 총 동원되어야 했을까를 따져서, 좀 더 큰본적인 해결책을 찾아낼 수는 없을까?
사실 강남 아파트들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부동산은 이미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 강남을 비롯한 주요 부동산들의 프리미엄이 사라지게 되면, 부동산 위주로 가계 자산이 형성된 한국의 부의 분배 구조상, 중국처럼 디플레이션이 올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를 해결할 복안도 함께 마련해야 투자금이 강남 아파트에서 빠져나와서 기업으로 흘러들어간다. 안 그러면 제2의 강남만 만들어질 것이다.
즉, 한국 사회에 성장하는 기업이 사라지고, 경제 활동을 통한 주거 마련 가능성이 사라진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였던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일본, 한국, 그리고 지난 20년간 중국의 고도 성장기는 모두 부동산 거품을 통해 확보된 유동성이 기업 활동에 자금을 공급하면서 시작됐다가 그 거품이 사라지면서 경제 활력도 함께 사라지는 구조였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아시아 3국이 모두 건설 경기로 끌어올린 경제 활력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전시키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부동산 거품이 터졌거나, 논란이 되는 것이다. 중국은 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4차산업으로 압축되는 AI 산업, 바이오 산업, 재생 에너지 사업 등의 R&D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는 반면, 한국은 반도체를 제외한 모든 산업군의 경쟁력에서 중국에 밀리면서 경제 활동 공동화(空洞化)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잉여 자본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부동산 거품 위험이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상품 경쟁력을 앞지르고 있는 중국도 디플레이션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한국이 연착륙 정책을 무사히 안착 시키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경착륙과 연착륙 중 어느 쪽이 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다만 둘 중 하나가 아니라 규제로 거품을 잡으려는 정책은 되려 거품을 더 키우기만 할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