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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난항 속 ‘고별 세일’ 나선 홈플러스, 메리츠 ‘채무 조정’ 압박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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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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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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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엔 '90% 세일' 플래카드만
체급 큰 원매자 없어, 인수합병 기대도 뚝
메리츠금융그룹, 채권 회수 불투명

기업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 매장 곳곳에서 ‘고별 세일전’이 진행되고 있다. 연내 폐점 대상이던 점포들이 정치권 개입 이후 일시적 유예에 들어갔지만, 매각 작업이 교착 상황에 빠지면서 정리 국면으로 기울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홈플러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증권·화재·캐피탈)의 회수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최근 법정 최고이율을 반영해 1조3,000억원 규모의 회생채권을 신고한 메리츠금융은 법리적으로 담보가 충분한 상태지만, 사회적·정치적 제약 탓에 실제 회수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폐점 보류에도 ‘고별 세일’, 인력·소비자 혼란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시흥점은 전날부터 고별 세일전에 돌입했다. 가양점은 지난달 30일부터 고별 세일전을 시작했다. 일산점과 울산남구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두 연내 폐점 계획이 보류됐던 곳이다. 앞서 홈플러스는 임대료 조정이 이뤄지지 못한 15개 점포를 폐점 대상으로 분류했으나, 이후 해당 매장에 대한 폐점을 보류하고 인가 전 인수합병(M&A)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고별 세일전은 앞서 폐점 소식에 영업을 중단한 점포 내 공간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폐점 보류 결정이 나기 전에 전문업체와 계약을 진행한 사안이라 그대로 공간 대여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폐점이 조건부로 미뤄졌기 때문에 새 점포를 꾸리긴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폐점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운영하려면 제대로 된 임차인이 들어올 수 없다. 어느 누가 영업 기간이 불확실한 곳에 점포를 내겠느냐”며 “브랜드 고별 세일전 등으로 공간이 운영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폐점이라고 했다가, 폐점 보류라고 했다가, 이번엔 또 고별 세일전이 이어지니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인근 점포로 전환 배치하는 등 고용을 100% 보장 받았던 홈플러스 점원들도 혼란에 빠졌다. 앞서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지난 2021년부터 폐점을 통한 자산유동화를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전국 매장 140여 곳 중에서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던 안산점을 매각한 데 이어 대전탄방점, 대구점, 대전둔산점, 부산 가야점, 동대전점 등을 매각했다.

이에 노조는 회사와 협의해 전환배치 시 우선순위로 둔 점포 3곳 가운데서 배치하는 제도를 마련했지만, 지속적인 점포 축소로 인해 이는 사실상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계산대에서 근무하던 직원을 조리직으로 이동시키면서 퇴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노조 측에서는 점포 폐점으로 인한 전환 배치 시 퇴사율이 약 3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가 점포 폐점을 본격화하면서 지난 2019년 140여 개에 달했던 매장 수는 올해 상반기 120여 개로 줄어든 상황이다.

정상적 영업 사실상 불가능

폐점 대상이었던 점포가 폐점 보류로 방향을 바꾼 것은 지난 9월 19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이후부터다. 당시 김 원내대표는 “매수자가 결정되기 전까지 15개 홈플러스 점포와 나머지 또 다른 점포에 대해 폐점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폐점에 따른 실업 문제 등 파생되는 사회적 문제를 고려한 조치였다.

이에 대해 자본시장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폐점을 못 하게 되면서 현금흐름 개선에 나설 기회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자본시장업계 관계자는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를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산정했는데, 여기엔 홈플러스가 제시한 폐점 계획이 반영돼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폐점이 보류됐다는 사실은 계속기업가치 추산치에 변동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는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 회생 절차 신청 이후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한 상태다. 납품사의 제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대금 정산 주기가 단축되며 유동성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는 종합부동산세, 부가가치세, 지방세, 재산세 등을 제때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 미납 세금 규모만 7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여름에는 자금난 악화로 전기 요금도 체납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전기 요금을 3개월 이상 납부하지 않은 사용자에 대해 전기 공급을 중단한다. 홈플러스는 7월 전기 요금을 뒤늦게 납부했지만, 8월과 9월 전기 요금은 아직까지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적인 영업이 사실상 어렵다는 뜻이다.

매각 작업도 교착

이런 상황에서 매각 작업도 교착 상태에 빠졌다. 지난달 말 진행된 홈플러스 공개 예비입찰에는 인공지능(AI) 핀테크 업체 하렉스인포텍(Hares Infotech)과 부동산 임대·개발 업체 스노마드(Snomad) 단 두 곳만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의 자산 규모와 조달 능력을 고려할 때 법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승인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홈플러스가 이번 M&A에 실패할 경우 법원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세 가지다. △회생절차를 폐지해 청산 절차에 돌입하거나 △M&A 없이 홈플러스 자체적으로 회생계획안을 도출하거나 △재차 M&A를 추진하는 방식이다. 애초 홈플러스의 처리 방안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빚 잔치' 였다. 홈플러스가 운영을 계속하지 않고 청산했을 때의 가치가 기업을 계속 운영했을 때의 가치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에 경영을 계속 이어 나갈 유인이 크지 않았다. 전국 각지에 점포를 보유하고 있어 부동산 자산 가치가 높게 평가받는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하지만, 이론적으론 곧바로 청산 절차에 돌입해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플러스는 새 주인을 찾아 나섰다.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MBK파트너스는 미리 갖고 있는 지분을 이때 모두 소각했다. 법원 또한 이례적으로 빠른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리며 홈플러스 회생 가능성에 힘을 보탰고, 인가전 M&A 역시 신속하게 허가하며 속도감 있는 경영권 매각 작업을 지원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2곳의 인수 후보가 등장했으나, 하렉스인포텍은 완전자본잠식, 스노마드는 현금이 8,000만원에 불과한 기업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대기업 원매자가 등장할 가능성도 사실상 없다. 홈플러스라는 매물이 이미 사회적·정치적으로 큰 리스크가 됐기 때문이다. 농협 역시 하나로마트의 구조적 적자로 인수에 섣불리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1.3조 묶인 메리츠, ‘회생채권 조정’ 압박

이렇듯 매각 가능성 자체가 낮아지면서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의 회생채권 회수에 대한 불확실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메리츠금융은 지난해 5월 홈플러스에 1조2,166억원을 대출하면서 국내 대형마트 62개 점포를 신탁 담보로 확보했다. 메리츠금융은 담보 평가액(2조 8,174억원)을 고려하면 법리상 원금 회수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지만, 현실적 제약이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먼저 담보권 실행을 위해 점포 정리나 폐점을 강행할 경우 노조의 강한 반발은 물론, 정치권에서 고용 불안과 지역 상권 침체를 이유로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처분하더라도, 현재 부동산 시장 침체와 거래 절벽으로 인해 제값을 받고 매각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메리츠금융으로서는 매각 성사 또는 회생계획 확정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매각이 불발되면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를 지속하게 되며, 이는 최소 1~2년 더 이어질 공산이 크다. 회생이 장기화될 경우 메리츠금융 역시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일정 수준의 채권 조정 압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회생계획에는 △이자 감액 또는 이자율 인하 △원금 일부 조정 △원금의 장기 분할 상환(최장 10년) 등이 포함된다. 선순위 채권이라 하더라도 담보가 실질적으로 유효하지 않거나 회생계획상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될 경우 일부 조건 변경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메리츠금융은 이자 수익 감소뿐 아니라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등 재무적 부담까지 떠안을 수 있다. 특히 선순위 채권이 조정 대상에 포함될 경우엔 메리츠화재 등 금융계열사의 건전성 비율과 유동성 지표에도 직접적인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메리츠금융이 회생안에 반대한다고 해도 비담보채권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법원이 강제로 회생안을 인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협상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단, 담보채권자의 법적 권리가 별도로 인정되는 만큼 실제 협상 과정에서 메리츠금융의 영향력이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은 변수는 매각 방식과 주요 이해관계자의 합의다. MBK파트너스가 통매각 방침을 유지할 경우 매각 가격을 크게 낮추기 어려워 거래 지연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분리매각으로 전환하면 점포 축소와 인력 감축 우려로 노조 반발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청산 가능성은 낮지만, 만일 청산으로 이어질 경우 메리츠금융의 회수 손실이 크게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 결국 메리츠금융이 보유한 회생채권의 운명은 홈플러스 회생 작업의 성패에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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