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줄어드는 제조 일자리, 고용을 이끄는 서비스 산업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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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자동화로 생산성 향상 및 고용 비중 하락 산업 연계형 서비스·디지털 분야에서 새 일자리 확대 숙련 인력과 정책 전환이 미래 고용 구조 좌우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3년 전 세계 디지털·전문 서비스 교역액은 약 4조2,500억 달러(약 5,760조원)에 달하며 전년보다 9% 증가했다. 같은 해 제조업 현장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로봇이 도입돼, 글로벌 로봇 밀도는 7년 새 두 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서비스 교역의 확산과 제조업 자동화가 맞물리면서, 세계 경제의 고용 중심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생산성은 향상됐지만 산업 부문의 고용 비중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자동화된 공장은 소수의 숙련 인력만을 채용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다수의 국가는 여전히 노동집약적 조립공정에 머물러 있다. 앞으로는 숙련도와 데이터 역량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산업화에 집중해야만 고용 확대와 임금 상승, 첨단 제조업과 연계된 사후 서비스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비스 산업이 이끄는 고용 구조의 전환
과거에는 농업에서 제조업으로의 전환이 빈곤 감소와 성장의 원동력이었지만, 이제 이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2000년부터 2018년 사이 OECD 국가의 제조업 고용은 860만 개 줄었으나 생산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기술혁신과 업무 외주화, 에너지 시장 변화가 이러한 변화를 이끌었다.
현재 기업은 노동 투입보다 자본과 기술에 의존하고 있으며, 신규 일자리의 대부분은 산업과 연계된 전문·기술·디지털 서비스에서 생겨나고 있다. 엔지니어링, 유지보수, 클라우드, 물류, 디자인 등 분야가 대표적이다. 반면 조립공정 중심의 정책을 고수하는 국가는 고용과 수요의 흐름에서 점차 뒤처지고 있다. 유럽직업훈련개발센터(CEDEFOP)는 2030년대까지 첨단 서비스 분야의 신규 일자리가 첨단 제조업의 세 배 이상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이 변화는 신흥국에서도 뚜렷하다. 인도네시아의 제조업 비중은 2002년 GDP의 32%에서 2024년 19%로 하락했고, 대형 의류·신발 공장에서 구조조정이 잇따랐다. 제조업이 더 이상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성장의 중심은 점차 서비스 부문으로 옮겨가고 있다. 따라서 서비스 산업을 단순 보완재가 아닌 고용의 핵심 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일자리 전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주: 연도(X축), 디지털 방식으로 제공되는 서비스 교역 금액(Y축)
고용 통계가 보여주는 변화
세계은행과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2023년 제조업과 광공업, 에너지, 건설 등 산업 부문은 전체 고용의 24% 안팎에 머물렀고, 서비스업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일부 국가에서 제조업 생산이 늘고 있지만 자동화로 인한 생산성 향상 탓에 고용 확대는 제한적이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가 세계 제조업 부가가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는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반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개발도상국의 디지털 서비스 수출액이 1조 달러(약 1,350조원)를 넘었다고 밝혔다.
제조업 내부에서도 변화는 명확하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전 세계 로봇 설치 건수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024년 중국은 제조업 로봇 밀도에서 독일을 앞질러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요구되는 기술과 인력 구성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OECD 역시 중간숙련 일자리는 감소하고 기술자·소프트웨어 전문가·공정 엔지니어 등 고숙련 일자리는 증가하는 추세를 확인한다. 글로벌 공급망의 수요가 이러한 변화를 견인하며, 서비스 산업을 산업정책의 핵심 축으로 삼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주: 연도(X축), 제조업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수(Y축)
생산성과 인재 중심으로 재편
서비스 일자리 확대의 핵심은 생산성 향상이다. 서비스업이 단순 부문을 넘어 기술과 효율을 갖춘 산업으로 발전해야 지속적인 고용 창출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서비스 산업에도 제조업 수준의 체계적 정책이 필요하다.
유럽 각국에서는 최근 서비스 산업정책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고임금·고생산성 서비스는 기업의 역량만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안정적인 디지털 인프라, 데이터 관리 체계, 인공지능(AI) 활용 기반, 전문 인력 양성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감세보다 공공투자를 확대해 중소기업이 진입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고, 사이버보안 지원이나 AI 실증 센터 같은 공공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교육 제도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향후 10년간 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인재는 데이터를 다루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무형 전문가다. 직급 중심 교육보다 기술과 직무 역량을 키우는 실습 중심 훈련이 중요하며, 중장년층을 위한 재교육과 경력 전환 프로그램도 병행돼야 한다. 산업 수요와 연계된 실질 교육이 이뤄진다면 고용의 질과 안정성이 동시에 높아질 것이다.
또한 규제 환경은 변화한 교역 구조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 각국은 전문 자격 상호 인정, 개인정보 보호 기준, 전자 송장 관리, 부가가치세 간소화 등을 추진하며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이런 제도 개편은 생산성과 고용 확대를 함께 이끌 수 있다.
서비스 산업화는 사무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설비 점검, 건물 성능 개선, 물류 최적화, 의료기기 유지관리, 산업용 청소 로봇 운용 등 현장형 서비스 일자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 분야는 기술과 관리 역량이 함께 요구되는 영역이다. 정부가 조달 방식을 단가 중심에서 성과 중심으로 바꾸면, 기업은 인건비 절감 경쟁 대신 기술력과 인재 양성에 투자하게 된다. 그 결과 서비스의 품질이 높아지고, 일자리의 안정성과 보상 수준도 함께 개선될 수 있다.
베트남, 서비스 산업으로 산업 전환 가속
베트남은 조립 중심 산업에서 벗어나 반도체, 인공지능(AI), 디지털 플랫폼 등 첨단 분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반도체 엔지니어 5만 명을 양성하고, 국가 혁신 네트워크 구축과 5G 인프라 확충, ‘디지털산업발전법’ 제정을 추진하며 기술 기업 육성에 나섰다. 글로벌 기업들도 수십억 달러(약 1조3,400억~33조4,0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패키징·테스트·공급망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단순 생산을 넘어 설계, 검증, 품질관리, 데이터 활용까지 아우르는 기술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문 인력 양성과 지식재산 제도 정비, 제조업과 연계된 서비스 기반 확대에 집중한다. 정부가 직접 생산 시설을 운영하기보다 글로벌 대학과 장비 업체와 협력해 핵심 인프라를 강화하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실행으로 옮겨야 하는 산업 전환
서비스 산업화가 성과를 내려면 목표가 분명하고 실행 가능한 전략이 필요하다. 물류 작업시간, 설비 유지보수 효율, 해외 계약 기간 등 구체적 지표를 마련해 성과와 재원을 연계해야 한다.
공공 조달은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다. 클라우드, 사이버보안, 엔지니어링, 디지털 헬스케어 등 첨단 서비스 분야에서 국내 공급자 참여를 확대하고, 결과 중심의 지급 체계를 도입하면 기업의 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이 활성화된다. 세제 혜택과 연계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으로 현장 수요가 높은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제 교역 환경의 개선도 필수다. 전문 자격의 상호 인정, 개인정보 보호 규정, 국경 간 부가세 제도 정비는 디지털 서비스 수출 확대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고숙련 일자리가 늘고 생산성 향상 효과도 뒤따른다.
서비스 산업화는 제조업을 대체하려는 흐름이 아니다. 기술과 표준이 결합된 서비스 일자리는 이미 높은 생산성과 안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각국의 ‘서비스 중심 산업정책’은 제조업의 경쟁력을 지탱하고 확장하기 위한 전략에 가깝다. 이 흐름을 외면하고 저임금 중심의 제조업 정책만 유지한다면, 부가가치 창출의 기회를 잃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조업을 배제하는 선택이 아니라, 제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서비스 산업의 동반 성장 전략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end of the factory escalator: why service-led industrialization must carry the next jobs wav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