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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중단 여파에 휘청이는 美 전기차 생태계, 정부 주도 산업 성장의 한계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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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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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배터리 벨트, 전기차 보조금 혜택 중단 이후 생산 위축 
완성차 업체들도 활로 찾아 구조조정·생산 전략 전환 착수
보조금 업고 성장해 온 中 전기차업계, 지원 축소되자 '위기'

미국의 '배터리 벨트(과거 제조업 침체로 쇠락했던 러스트 벨트와 미국 남동부 지역에 새롭게 형성된 전기차 배터리 산업 지대)'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 세금 공제 혜택을 종료하며 시장 수요가 위축되자, 그 후폭풍이 관련 산업 전반으로 급격히 확산하는 양상이다. 막대한 규모의 정부 보조금을 앞세워 미국과 기술 패권 경쟁을 이어 온 중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보조금 사라지고 동력 잃은 배터리 벨트

16일(이하 현지시각) 미 지역 매체 디트로이트 뉴스에 따르면, 최근 배터리 벨트 내 생산 열기는 눈에 띄게 식은 상태다. 미시간주에 위치한 아워넥스트에너지의 16억 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 공장 부지는 흙바닥만 드러낸 채 비어 있으며, 보그워너와 프로이덴베르크 등 부품사들도 연달아 공장 문을 닫고 수백 명을 해고했다. 켄터키주에 건설 중인 포드와 SK온의 '블루오벌 SK' 2공장 역시 텅 빈 뼈대만 남았다.

스텔란티스와 삼성SDI의 합작사 '스타플러스 에너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스타플러스 에너지는 당초 공장에 2,800명을 고용해 전기차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었으나, 현재 근로자들은 전기차 배터리가 아닌 전력망 안정화나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에너지 저장 장치(ESS)용 배터리를 만드는 중이다. 막대한 투자금이 투입된 기가팩토리가 전기차 수요 절벽에 부딪히자 고육지책을 택한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할 시 상당한 규모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며, 수익성 또한 보장할 수 없다.

이처럼 배터리 벨트 전반이 위기에 빠진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 OB3)' 통과가 있다. 해당 법안으로 인해 지난 9월 30일 7,500달러(약 1,090만원) 상당의 연방 전기차 세금 공제 혜택이 조기 종료됐고, 10월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월 대비 24% 이상 급감했다. 정부 주도 산업 정책의 거품이 꺼지며 시장이 맞닥뜨린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완성차업계도 일제히 '비상'

전기차 수요 감소는 배터리업계를 넘어 완성차업계에도 막대한 충격을 안겼다. GM은 지난달 말 디트로이트 '팩토리 제로'를 포함한 생산 기지에서 3,400명 이상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중 1,700명 이상은 무기한 해고되며, 1,500명 이상은 내년 중반께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한 오하이오·테네시 배터리 공장은 내년 1월부터 가동이 중단되며, 2026년 중반 재가동될 예정이다. 포드는 내년 200만 대 전기차 생산 목표를 철회하고 계획을 전면 재검토 중이며, 닛산은 2028년부터 미국 내 생산을 계획했던 신형 전기차 2종의 양산을 보류하기로 했다.

전기차 생산에서 힘을 빼고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하는 기업도 증가하는 추세다. 현대차는 최근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였고, 기아도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 출시를 예고했다. 아울러 일본과 유럽 브랜드들도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 비중을 늘리고 있다. 전기차만 생산하는 테슬라의 경우 모델Y와 모델3의 보급형 트림 '스탠더드'를 출시해 가격 부담을 낮추는 전략을 택했다. 두 모델은 기존보다 5,000달러(약 700만원) 저렴해 보조금 폐지로 인한 실구매가 상승분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고려하면 전기차 수요가 단기간 내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앨릭스파트너스는 내년 미국의 완전 전기차 판매 비중이 기존 전망치(13%)의 절반 수준인 7%에 그칠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2030년에도 미국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18%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유럽(40%), 중국(51%) 등의 2030년 전망치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낮은 수준이다.

中에서도 유사한 흐름 관측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 중단으로 인해 현지 업계 전반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 같은 강수를 둔 배경에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 전기차 산업이 막대한 규모의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하자, 미국이 맞불을 놓는 대신 산업 육성 의지를 내려놨다는 진단이다. 실제 중국 전문가인 스콧 케네디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중국 정부는 각종 보조금과 지원금 명목으로 2,309억 달러(약 320조원)를 전기차업계에 지원한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중국 정부의 전기차 지원 정책 규모는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축소되는 추세다. 2022년 말 기준 대부분의 중앙 보조금은 대폭 줄어들거나 아예 철회됐으며, 지방정부도 채무 압박과 재정난으로 인해 전기차 산업에 대한 무차별적 지원을 중단하고 있다. 2023년 말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경쟁력 없는 전기차 업체는 퇴출시키고, 핵심 기업에만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이전까지 저금리 대출과 보조금으로 유지되던 공급 과잉 체제는 급격히 붕괴되기 시작했다. 시장 수요가 공급을 한참 밑돌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완성차 생산 능력은 연간 5,507만 대로 내수 판매량(2,690만 대)의 두 배에 달했다. 생산 설비의 실질 가동률은 50% 안팎에 불과하다. 완성차 업체들은 과잉 생산 국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제품 가격을 인하했고, 중국의 전기차 평균 판매 가격은 2021년 3만1,000달러(약 4,500만원)에서 2024년 2만4,000달러(약 3,500만원)로 떨어졌다. 완성차업계 수익률은 2017년 8.0%에서 2024년 4.3%로 반토막이 났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업체들은 시장에서 밀려났다. 중국 산업정보망에 따르면, 2023년 하반기 기준 폐업하거나 등록이 말소된 전기차 관련 기업만 4,000곳에 달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전기차 스타트업인 웨이마(WM Motor)마저도 2023년 말 공식적으로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한때 ‘중국판 테슬라’로 불렸던 웨이마는 2019년만 해도 300억 위안(약 6조1,570억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2023년 이후 판매 급감과 자금난에 시달리며 결국 무너졌다. 또 다른 전기차 스타트업 아이웨이즈(Aiways)는 올해 구조조정에 들어갔으며, 호조(Neta)와 리오토(Li Auto)는 대규모 정리해고와 생산 라인 축소를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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