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부동산 유토피아’, 암흑에 갇혀버린 중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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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침체 심화, 중국 경제 전반 하강 압력 한때 GDP 4분의 1 담당, 거품 꺼지며 장기 불황 과잉 공급·부채 누적·규제 충격에 시장 붕괴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 중국의 부동산 산업이 이제는 중국 경제 전반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향후 5년에 걸친 최악의 부동산 불황으로 인해 중국 경제가 회복 불능 지경에 내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중국 경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 안팎의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떻게든 부동산 산업이 살아나야 하지만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과잉 공급과 규제 충격이 얽히며 부동산 시장은 회복될 기미가 없는 불황에 갇혔고, 부채 누적과 내수 마비, 금융 경색이 중첩되면서 중국 경제의 체력이 급속히 소진되는 ‘디플레이션 스파이럴(악순환)’ 우려만 키우는 모양새다.
中 내수 견인차 부동산, 사실상 희망 없다
17일 대만 경제 전문 매체 징지르바오(經濟日報)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장(장관)을 지낸 러우지웨이(樓繼偉) 전국사회보장기금이사회 이사장은 최근 한 포럼에서 "중국의 부동산 산업이 현재의 침체 국면에서 극적인 반전의 전기를 마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5년 동안 이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중국 부동산 상황이 상당히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최소 5년 동안은 부동산 산업이 중국 경제 성장에 기여할 바가 전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러우 이사장의 주장은 랭킹 1∼10위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부채 총액이 올해 10월 말 기준으로 10조 위안(약 2,000조원)에 이르는 현실에 비춰볼 때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한때 중국 부동산업계 부동의 서우푸(首富·최고 부자)로 불리던 헝다(恒大),비구이위안(碧桂園), 완다(萬達)의 쉬자인(許家印·67), 양궈창(楊國强·70), 왕젠린(王健林·71) 창업자들이 지금은 서우푸(首負·최고 빚쟁이)라는 치욕스러운 별명을 갖게 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실제로 현재 중국 부동산 경기는 정부의 대대적인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9월 신규주택 평균가격은 전월 대비 0.41% 하락해 올해 최대 낙폭을 보였다. 신규주택 가격만 하락한 게 아니다. 5년 넘게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3분기 부동산 개발투자도 전년 동기 대비 13.9% 급감했다. 신축주택 판매면적과 판매액 역시 같은 기간 각각 5.5%, 7.9% 줄었다. 지난해 9월 24일 중국 정부가 내놓은 대대적 금융완화 패키지정책 이후 핵심 가계자산 중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부동산 시장은 침체를 면치 못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되는 추세다.
천하의 효자에서 애물단지로 전락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부동산 산업은 엄청난 위상을 자랑했다. 도시화, 인프라 건설 등과 맞물려 투자와 소비, 재정까지 뒷받침하면서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한 직간접 기여율이 30%에 달했다. 2020년 기준 부동산 관련 대출이 은행 대출의 30%에 육박하고 가계의 부동산 자산 비중은 70%에 이르는 등, 부동산은 은행과 가계의 재무구조에도 절대적 요소였다. 또한 지난 세기를 전후한 한때 중국이 7∼8%의 경이로운 경제 성장률을 자랑한 배경에도 부동산 산업이 자리했다. 특히 코로나19 직전까지는 대출금 등으로 똘똘한 몇 채만 장만해도 웬만한 준재벌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대다수 1선 도시(중국 주요 대도시) 아파트의 경우 하루가 다르게 값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 붐이 일지 않는 게 이상한 상황이었다.
부동산 자산 가격 상승은 중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민들의 소비가 늘고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면서 중국 경기 전반에 온기가 돌았다. 경기가 좋으니 무주택자는 열심히 일해 집을 살 수 있었고, 유주택자는 부동산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고 집을 여러 채 구매했다.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20년 넘게 꾸준히 상승했으며, 매년 중국 부자 순위 상위권도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점령했다. 이처럼 부동산은 중국 지방정부와 가계의 부를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하반기, 산업 전반에 잔뜩 낀 거품이 급작스럽게 꺼지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일변했다. 시진핑 정부가 뒤늦게 규제를 통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나서면서 부동산 시장에 불황이 닥친 것이다. 부동산 산업은 여전히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업종이긴 하지만, 정부 규제 이후 천하의 효자에서 졸지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부동산이 애물단지가 되는 데는 시간도 별로 걸리지 않았다. 현재 전국 부동산 가격은 최고점 대비 절반 가까이 빠진 상태로, 일부 지방에서는 ‘배추 아파트’, ‘양파 아파트’라는 말이 유행어로 돌기도 한다. 아파트 한 채 가격이 배추나 양팟값 정도밖에 안 된다는 뜻이다.
시 주석이 부동산 규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데는 중국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82%(미국은 257%)에 달하는 중국 내 부채 문제도 있었지만, 경제 정책 노선 변화가 더 컸다. 당시 중국 정부는 미·중 갈등이 본격화하자 인프라 투자, 수출 등 국가 주도 경제에서 내수 기반의 경제 정책 전환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집값 상승으로 발생한 빈부 격차도 줄이고자 했다. 중국 언론에서 시 주석의 ‘공동부유(共同富裕·같이 잘살자)’ 문구가 자주 등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발생한 가격 폭락은 중국 경제 전반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하의 물가 하락)을 비롯해 극단적인 내수 침체, 이른바 ‘첸황(錢荒)’으로 불리는 돈맥경화(유동성 부족) 등의 현상이 뉴노멀(새로운 일상)로 자리 잡았다. 도시 전체가 텅텅 비어 있는 '구이청(鬼城·유령 도시)'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는가 하면, 중국 경제의 풍향계로 통하는 상하이의 A급(甲級) 오피스 시장은 전례 없는 공실 위기에 직면했다. “현재의 임대 속도라면 기존 재고를 흡수하는 데 100년이 걸릴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건설 중심 부양, 부채·재정악화 초래
중국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초토화된 원인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묻지마 투자와 지난 20여 년 동안 꺼지지 않은 거품 등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러나 가장 결정타는 시장이 수용 불가능할 만큼의 엄청난 공급이었다. 현재 전국의 총 주택 6억6,000만 채 중 빈집만 1억2,000만 채라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연 평균 적정 수요량의 5배 이상이 공급됐다는 의미다. 여기에 미완공 주택을 의미하는 란웨이러우(爛尾樓)도 5,000만 채에 이른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20년까지 20년간 중국은 GDP의 44%가량을 매년 인프라와 부동산에 투자해 왔다. 전 세계 평균인 25%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시작된 부동산 민영화는 중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당시 부동산 기업들은 지방정부에 토지 사용권을 판매하라고 제안했고 지방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부동산 개발이 본격화했다. 지방정부는 이를 통해 지역을 도시화하고 곳간을 두둑이 채웠다. 헝다, 비구이위안 같은 대형 부동산 개발사들이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주택과 빌딩을 대거 지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대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하자, 가장 먼저 쓰러진 곳도 이들 기업이다. 특히 헝다는 규제 여파로 건설 경기가 침체되자 곧바로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졌다. 헝다의 부채는 2021년 말 기준 3,300억 달러(약 480조원) 규모로, 2021~2022년 입은 손실도 5,820억 위안(약 120조원)에 달했다. 결국 헝다는 홍콩 법원에서 청산 명령을 받고 상장폐지되면서 파산했다. 이런 헝다 사태는 2008년 전 세계 금융위기를 일으킨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를 연상시킨다. 리먼 사태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버블이 큰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부동산 침체로 40년 호황을 끝냈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은 그동안 세계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해 왔으나, 건설 투자 위주의 성장 모델이 더는 지속되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발표한 ‘일본과 중국의 건설투자 장기부진의 경험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건설 중심의 경기부양은 단기적 효과를 갖지만 가계와 정부 부채를 누적시켜 장기적으로 성장 회복을 저해한다고 짚었다. 특히 건설 자산의 경우 효용이 지속되는 기간인 내용연수가 길기 때문에 한번 투자되면 그 조정 과정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의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 추이는 최고점에 도달한 후 저점을 찍을 때까지 평균 27.2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점에서 건설투자 비중이 높았던 나라일수록 조정기간이 길고, 조정 시 하락폭은 더 커져서 저점이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