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2배 증가할 때 전세 23% 감소, 고금리·사기·규제 충돌이 만든 ‘전세 소멸’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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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비중 역전, 임대시장 구조 변화
“집값 거품 핵심 지지대” 평가 지배적
저성장 시기에 작동한 특수 시스템

최근 5년 사이 서울 임대차 시장이 전세 중심 구조에서 월세 우위 체제로 빠르게 전환된 것으로 파악됐다. 대규모 전세사기 확산과 대출 규제 누적, 전세 기반 매매 거래 차단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여기에 최근 최장 9년에 달하는 계약 기간 연장 논의까지 등장하며 제도의 존속 가능성을 둘러싼 의문 또한 커지고 있다. 과거 금융 접근성이 낮던 시절 합리적 대안으로 작동했던 전세 제도가 고금리 국면과 반복된 보증금 미반환 사례 속에서 빠르게 무너지는 모습이다.
서울 전세 품귀 가능성↑
17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체결된 서울 내 주거용 부동산 월세 계약은 47만6,634건으로 2020년 같은 기간(23만9,888건)과 비교해 정확히 두 배 규모로 불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전세 계약은 34만1,977건에서 26만2,500건으로 23% 감소하며 임대차 시장의 무게중심이 월세로 빠르게 쏠리는 구도가 형성됐다. 이는 단순한 수치 변동을 넘어 ‘선택 가능한 주거 형태’의 지형 자체가 재편되는 변화로 읽힌다.
이 같은 변화는 연도별 통계를 살펴보면 더 선명해진다. 서울 월세 계약은 2021년 27만1,897건에서 2022년 38만1,837건으로 빠르게 확대됐고, 2023년과 2024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올해 24.6% 급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말기 전세난 심화 구간을 지나 현 정부의 규제 조합에 이르기까지, 정책 환경이 일정한 방향으로 작용하면서 임대차 시장 또한 그 압력에 따라 월세 중심 구조를 굳힌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포착된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의하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은 올해 초 대비 약 13% 감소했는데, 이 가운데 전세 물건 감소율은 22%로 더 가파르게 나타났다. 경기도 역시 전월세 물건이 27.9% 줄며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처럼 매물이 부족하다 보니 많은 임차인은 재계약에 의존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서 올해 1~9월 전월세 20만여 건 중 갱신계약 비중은 41.4%에 달했다. 이는 재계약 증가가 신규 전세 공급 감소로 이어져 종국엔 비자발적 월세 이동을 확대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러한 수급 변화는 정책 요인과 맞물려 월세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6·27 가계대출 규제에서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기존 90%에서 80%로 낮추는 내용을 포함시켜 전세대출 문턱을 높였고, 10·15 대책을 통해서는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를 원천 차단했다. 여기에 다수의 전세사기 사건이 누적되면서 임차인은 위험 회피를 위해 월세로 몰리고, 집주인은 세부담 증가 가능성을 고려해 월세 전환을 선호하는 흐름이 강화됐다. 결과적으로 전세는 일부 기존 세입자에게만 유지되는 ‘희소 상품’ 성격을 강하게 띠고, 신규 진입 수요는 높은 임대료를 감수하는 월세 시장으로 밀려나는 양상이 뚜렷해지는 형국이다.
‘전세 축소’ 정책 방향에 시장 혼란도
정부는 그간 부동산 시장에 누적된 가격 과열의 배경에 전세 제도가 놓여 있다는 판단 아래 제도 전반을 손보겠다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특히 전세사기 확산과 보증금 반환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전세 축소 또는 관리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도 겹쳤다. 그러나 전세를 축소하려는 작금의 과정이 정부의 본래 의도였는지에 대해서는 시장 안팎의 의견이 갈린다.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된 ‘2+2’ 제도가 전세 시장의 경직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현 정권 들어선 다시 ‘3+3+3’ 논의가 추진되면서 정책 연속성이 흔들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논의 중인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최초 임대차 계약 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갱신청구권을 두 차례 행사할 수 있게 만드는 내용으로, 사실상 최대 9년 거주를 보장하는 제도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2+2 제도로) 임차인의 평균 거주 기간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새로운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갱신 의무화로 임대차 기간이 늘어나면, 집주인의 실거주나 매매 선택권이 제한돼 전세 대신 월세 전환이나 매물 회수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에서다.
이 때문에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번 법안이 부동산 시장의 안정성보다는 경직성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다. 이미 지난 세 차례의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규제 강화, 금리 인하 기대, 신규 물량 공급난 등이 겹친 상황에서 장기계약 의무화는 시장 유동성을 더 크게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전세사기 방지를 명분으로 한 전세가율 제한, 임대인 정보공개 강화 등의 추가 조항 또한 행정 부담만 낳을 것이란 비판 또한 이어진다. 업계에서 이번 개정안을 두고 “세입자 보호보다 정치적 상징성에 무게가 실린 법안”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는 배경이다.

경제·금융 환경 변화 속 시스템 유지 가능성 낮아져
전세 제도는 과거 제도권 모기지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던 시절 금융 접근성이 낮은 소비자들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선택했던 일종의 ‘사적 모기지’ 구조에서 출발했다. 당시 은행 대출은 수출기업 중심으로 배분됐고, 일반 가계는 담보대출을 실행하기 어려웠다. 이런 환경에서 집주인은 세입자의 보증금을 빌려 주택을 유지·확장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고, 세입자는 목돈을 예치하는 대가로 임대료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여기에 한국의 고도성장기와 저금리·저물가 국면이 맞물리면서 전세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주거 방식으로 자리 잡았고, 오랜 시간 제도권 금융의 합리적인 대안으로 기능했다.
하지만 제도권 모기지가 충분히 발달하고 주택금융 시장이 확대되며 금리가 정상화된 환경에서는 전세 제도의 존속 이유가 흐려진다. 최근 급증한 전세사기는 ‘사적 금융’으로서 전세의 위험성을 한층 선명하게 드러낸다. 일례로 부산에서는 2018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수영·해운대·연제·부산진구 일대에서 9채의 다세대 주택을 짓고 신규 세입자 보증금으로 기존 대출금을 갚는 방식으로 운영한 일당이 검거 됐다. 이 사건에서만 325명의 피해자가 발생했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지급한 보증금 180억원에 대해서는 별도 사기 혐의가 적용됐다. 이는 전세 시스템의 취약성이 제도적 리스크로 현실화한 전형으로 평가된다.
전세 소멸이 예상보다 늦어진 배경에는 전세대출 확대와 갭투자 구조, 그리고 아파트 중심의 주택 공급 확장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도 최근 시장 변화 앞에서는 더 이상 제도를 유지시키는 동력이 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아파트 비중이 65.3%까지 높아진 시장에서는 갭투자 수요가 전세 공급을 떠받치는 역할을 했지만, 금리 정상화와 규제 강화가 누적되면서 갭투자 자체가 지속되기 어려운 환경으로 바뀐 것이다. 아울러 제도 유지의 세 가지 축인 전세대출과 갭투자, 공급 물량이 모두 둔화하면서 전세 제도의 근간 또한 무너졌다는 평가다.
이에 더해 최근 잇따른 사기 사건과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누적되면서 제도를 둘러싼 근본적 신뢰마저 사라졌다. 소위 ‘깡통주택’과 순환적 돌려막기 방식이 대규모 피해로 이어진 사례들이 반복되면서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진 것이다. 과거 금융 접근성이 낮은 시기에는 제도적·기능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가능했지만, 지금과 같은 고금리·고위험 환경에서는 그러한 작동 기반이 흔들리면서 제도의 존속 필요성에 대한 반론 또한 거세지는 추세다. 전세 소멸을 특정 정부의 정책에 따른 결과로만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제도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일관된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