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Watch] 월러 연준 이사 “금리인하 시급” 발언에도 관세발 인플레 가능성에 복잡해진 금리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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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파 발언에도 시장 ‘금리동결’에 베팅 악화한 고용지표, 단기 금리 경로 흔들어 고율관세 충격이 물가 압력 재점화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가 12월 금리 인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논의에 불을 지폈다. 비농업 고용 둔화 전망과 현장의 채용 축소, 연준 내부의 고용 시장 악화 진단 등이 연이어 확인되며 노동시장 둔화 흐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관세 충격이 소비자 물가를 다시 자극하면서 단기 인하 논리는 힘을 잃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고율 관세로 생활필수품 가격이 재차 뛰고, 소비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연준은 물가 리스크를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선물시장, 12월 금리 동결 확률 57% 반영
월러 이사는 17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열린 전문경제학회 연례 만찬 연설에 참석해 “최근 시장에서는 노동 수요가 약해지는 신호가 명확히 포착된다”고 짚으며 “지금의 통화정책이 중·저소득층 가계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금리 인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로 인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히며 “이러한 인하 폭은 노동시장 둔화 속도를 완화하는 ‘보험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러 이사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에 근접한 상황에서 높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자동차 대출 금리, 신용카드 이자 부담이 중·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을 빠르게 잠식한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최근 수개월간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 증가 폭이 둔화되는 흐름과 구인·이직 관련 지표가 동시에 식어가는 양상을 예로 들며 “노동시장 약화는 이미 진행 중이고, 단기간에 반전되기 어렵다”는 인식을 분명히 했다. 통화정책이 시장 둔화를 뒤늦게 추격하는 대신 선제적으로 완화 기조를 조정해야 한다는 게 월러 이사의 논리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연준 내부의 다수 의견과 일정한 거리를 보인다.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한 여러 연준 인사는 최근 연설에서 “추가 완화는 신중해야 한다”는 경계 메시지를 반복하며 물가와 고용 리스크 사이 ‘균형’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와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총재 역시 “공식 지표 공백이 큰 국면일수록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더 오래 유지하는 편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을 여전히 웃도는 상태에서 섣부른 추가 인하에 나설 경우, 관세발 가격 상승과 결합해 기대 인플레이션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시장도 월러 이사의 주장과는 다른 경로에 베팅하는 흐름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금리선물시장은 12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0.25%p 내려갈 확률을 42.9%로 반영하고 있다. 반대로 금리 동결 확률은 57.1%로 일주일 전(37.6%)에 비해 급상승했다. 10월 말 FOMC 직전만 해도 금리선물시장은 12월 인하 가능성을 90% 안팎으로 반영했지만, 최근 몇 주 사이 기대가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월가에서도 12월 금리 동결 및 향후 완화 경로를 다시 설계하는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당초 예상보다 ‘더 늦고 완만한’ 인하 사이클을 기본 전제로 삼는 분위기가 굳어지는 형국이다.
고용 부진 지표 선명, 체감 온도 냉각
다만 고용 시장이 악화 일로를 걷는다는 월러 이사의 지적에는 이견을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최근 주간 논평에서 “10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올해 초부터 예고됐던 연방정부 구조조정 물량이 행정 절차 지연을 이유로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급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 특성상 공공 부문 감원이 한 달에 몰릴 가능성 크다는 설명이다. 블랙록은 일부 왜곡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노동 수요가 서서히 식어가는 흐름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고 짚으면서 채용은 크게 늘지 않고 해고만 단계적으로만 진행되는 ‘노 하이어링, 노 파이어링’ 국면에 가깝다는 해석을 내놨다.
현장의 체감 지표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아마존과 세일즈포스 등 빅테크를 비롯해 핀테크,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이 밀집한 뉴욕은 장기화한 경기 둔화와 업무 자동화 확대를 이유로 실직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 모습이다. 아마존은 올 하반기 들어서만 사무직 1만4,000명을 정리해고했고, 세일즈포스는 고객 서비스 지원 인력 4,000명을 감원했다는 발표를 내놨다. 드물게 신규 채용 공고가 올라와도 실제 정규직 전환 없이 인턴십과 단기 계약만 반복되는, 이른바 ‘유령 일자리’ 논란까지 겹치면서 뉴욕의 체감 일자리 온도는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
연준 내부 인식 역시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은 최근 연설에서 “고용시장 관련 위험의 무게추가 뚜렷하게 하방으로 이동한 반면,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은 일부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로 정책금리가 중립 수준에 점차 근접했다는 진단과 함께 “향후 통화정책은 개별 지표를 확인하면서 회의별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세 인상으로 인한 물가 수준 상승이 일시적으로 헤드라인 지표를 밀어 올리더라도 기저 흐름만 놓고 보면 연준 목표치에 수렴하는 추세가 유지되는 상황”이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고용지표의 악화는 월러 이사가 주장한 금리인하 논리의 핵심 근거인 동시에 단기 금리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10월 고용 둔화가 현장 수치 지연 반영이라는 기술적 요인에서 비롯됐다면, 연준은 이를 한 번에 해석하기보다 블랙록이 지적한 대안 지표들과 함께 살펴볼 공산이 크다. 시장 역시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연준이 당장 공격적인 인하 사이클을 여는 대신, 고용 둔화라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물가와 관세 리스크를 예의주시하며 속도를 조절하는 시나리오에 좀 더 무게를 두는 흐름이다.

물가 상승 압력 노출 시 금리인하 가능성↓
또 다른 변수는 물가 경로의 흐름이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거의 모든 주요 교역국과 품목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서 수입 비용이 전방위적으로 상승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착한 물가 부담 위에 또 하나의 충격층이 더해진 상태다.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0% 올랐는데, 이는 연준 목표치 2%를 여전히 뚜렷하게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식료품·외식·저가 의류처럼 관세 영향이 직접 반영되는 품목에서 가격이 가팔라지면서 저소득층일수록 체감 인플레이션이 더 높다는 지적 또한 반복되는 상황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관세 충격의 여파는 더 선명해진다. 시장조사업체 코스타에 의하면 지난 2분기 호텔업계 내 고급 브랜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 늘어난 반면, 저가 호텔 매출은 3.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델타항공의 일반석 매출은 5% 감소했고, 프리미엄석 매출은 5% 증가했다. 이는 부유층의 소비 여력은 늘어난데 반해 서민층의 지출은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하버드대 주택연구센터는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연 소득 3만 달러(약 4,300만원) 미만 임차인의 주거비를 제외한 잔여 소득 중앙값이 월 250달러(약 36만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관세가 사실상 저소득층을 겨냥한 역진적 증세처럼 작동한다”고 꼬집었다.
관세율 구조를 뜯어보면 향후 물가 경로에 미칠 압력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 분석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체계는 상위 15개 교역국에 평균 두 자릿수 관세율을 부과하면서 소비자물가를 5%p가량 끌어올릴 것으로 추산됐다. 철강·알루미늄·구리·목재·가구 등 제조업 핵심 소재에도 높게는 50%대 관세가 일괄 적용되면서 연쇄 산업의 가격 구조도 상향 조정된 결과다. 연구진은 “이러한 관세 체계가 유지될 경우, 가계당 연평균 1,800달러(약 263만원) 규모의 실질 소득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기업이 단기적으로는 마진을 깎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가격에 상당 부분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이러한 관세 충격이 12월 FOMC 회의까지 남은 20일 안팎 기간에 순차적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10월·11월 CPI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표, 관세별 가격 전가 비중을 추정하는 보고서들이 잇따라 쏟아지면, 헤드라인 물가가 다시 튀어 올랐다는 신호가 부각될 수 있다. 연준으로서는 관세로 유발된 가격 수준 상승과 기조 인플레이션 흐름을 엄밀히 구분해야 하는 이중의 압력에 처하는 셈이다. 특히 섣부른 금리 인하로 “물가 신호를 오해했다”는 평가를 받는 일 만큼은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 “관세발 물가가 현실화하는 순간, 12월 금리인하는 더 멀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