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반복되는 화재 속 ‘안전 리스크’가 소비 심리 흔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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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산업 근본적 취약성 드러나
中 정부는 인증·관리 체계 강화 선언
‘구매력 낮은 소비층 위험 감수’ 프레임

중국 전기차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거듭하는 가운데 배터리 화재를 둘러싼 논란이 산업 전반의 신뢰도를 흔드는 핵심 위험 요인으로 부상했다. 비야디(BYD), 샤오미, 리오토 등 주요 브랜드에서 짧은 기간 대형 화재와 폭발 사고가 반복되자, 시장은 안전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드러내고 있다. 시장의 급성장이 오히려 안전 리스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소비자 사이에선 “중국산 전기차는 위험을 감수하는 조건으로 낮은 가격을 택하는 길”이란 인식 또한 짙어지는 모양새다.
‘A급 안전 배터리’ 차량도 주행 중 발화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는 자국 주요 전기차 브랜드의 배터리 안전성을 둘러싼 광범위한 논쟁이 전개 중이다. 심지어 일부 소비자는 안전 문제를 이유로 전기차 구매를 재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지난달 쓰촨성 청두에서 샤오미 전기차가 고속 충돌 직후 불길에 휩싸여 운전자가 숨진 사고, 상하이에서 리오토 차량이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리다 10초 만에 전소된 사고, 실내 차고에 주차된 BYD 차량에서 연기가 나 소방관이 출동한 사례가 잇따랐다.
이는 빠르게 확대된 전기차 보급 속도에 비해 안전성에 대한 기술 검증이 충분했는지를 되묻게 만드는 계기로 작동하는 모양새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의하면 지난달 중국 신규 전기차 소매 판매량은 14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17% 늘었고, 올해 누적 소매 판매량은 1,030만 대에 달했다. 일견 중국산 전기차의 ‘성공 스토리’에 가깝지만, 바로 이런 급성장 국면에서 배터리 화재와 관련된 사건·사고가 집중적으로 부각되면서 성장 속도와 안전 인식 사이의 간극은 한층 커지는 실정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져 온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서도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소비자 불안은 더 증폭됐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로 꼽히는 지리 싱위안(Xingyuan)은 에이지스 소트 블레이드 LFP 배터리를 장착해 ‘A급 안전 배터리’ 이미지를 앞세웠지만, 장쑤성 쑤저우 산업단지에서 주행 중 갑작스러운 화재와 연속 폭발음을 내면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업계에선 해당 사고의 직접 원인이 실내 정전기나 내부 가연물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대형 화재 사고로 이어졌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남긴 상처는 적지 않다.
여기에 전기차 800대를 실은 화물선에서 발생한 화재로 완성차 업체와 해운사가 동시에 비상 대응에 나선 사건까지 보도되면서 개별 차량 설계나 특정 배터리 제조사 문제를 넘어 전기차라는 상품 자체가 운송·보관·충전 전 단계에 걸쳐 높은 화재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는 형국이다. 이 같은 대형 사고의 반복은 중국 전기차 산업의 고속 성장 서사가 배터리 화재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내포하는 원인이 되며,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신뢰를 회복해야 할 과제를 더 무겁게 만든다.

현장 위험 신호, 정책 속도보다 빠르게 증가
중국 당국은 ‘전기차 화재·폭발 제로 시대’를 목표로 내년 7월까지 강화된 인증·관리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신뢰도 제고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중국 정부가 제시한 ‘전기 자동차 전력 배터리 안전 요구 사항(GB38031-2025)’ 개정안은 기존 규정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안전 기준을 요구한다. 기존에는 열 폭주가 시작되기 최소 5분 전 경보만 울리면 됐지만 새 규정에서는 열 폭주 발생에도 배터리 팩의 연소를 차단하도록 의무화하는 식이다.
이 같은 시도는 세계 최초로 배터리 내부 반응 자체를 통제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히지만, 실제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사들이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지는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충돌 시 배터리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하부 충격 테스트, 300회 이상 급속 충전 후에도 단락 테스트를 견뎌야 하는 조건 등은 상대적으로 기술 여력이 부족한 제조사들에 큰 부담이 된다. 이처럼 업계 현실이 규제가 강화되는 속도를 뒤따르지 못하면서 소비자들의 체감 신뢰도는 정책 발표 후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다.
공식 통계의 부재는 문제를 더 깊게 만든다. 중국 현지 외교·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중국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약 300건으로, 하루 한 건꼴이다. 이는 제조사·배터리 업체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발생한 사고들로, 충돌 후 화재뿐 아니라 충전 중이거나 주차된 상태에서 자연 발화한 사고도 상당수 포함됐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여전히 전기차 화재 관련 공식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정부 발표는 대부분 “표준 강화”나 “관리 체계 개선” 같은 원론적 수준에 머문다.
이 때문에 일각에는 “하루 1건이라는 보도 수치조차 실제보다 축소된 수치일 것”이라는 냉소적인 시각마저 존재한다. 주행 현장에서 사고가 얼마나 발생했는지, 특정 배터리 유형이나 제조사별 위험도가 어떤지에 대한 데이터가 전무하다 보니 소비자와 해외 시장 모두 중국 당국의 발표를 ‘정책 의도 중심의 주장’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만큼 정부 규제가 발표될 때마다 되려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없다”는 불신만 더 강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 유지되는 국면이다.
‘저가·고위험’ 이미지 강화
이러한 불신론은 한발 더 나아가 전기차를 ‘목숨 걸고 선택하는 차’라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잦은 화재와 폭발, 급발진 의혹, 심지어 사망사고까지 이어지면서 부정적 서사가 누적된 결과다. 제조사 측이 아무리 안전을 강조해도 현실에서 목격되는 사고 빈도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하는 영상 자료는 그러한 메시지를 모두 덮으며 소비자의 심리적 부담을 키운다. 전기차 시장 전체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중심으로 급성장한 중국에서조차 “전기차는 안전을 담보로 싼 가격을 추구하는 선택”이라는 자조 섞인 평가가 주를 이루는 이유다.
샤오미 전기차 사고는 이러한 불신을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앞서 언급한 지난 10월 쓰촨성 청두 사고는 샤오미 주가를 장중 8.7%까지 밀어내는 충격으로 이어졌다. 해당 사고는 올해 3월 고속도로 자율주행 중 발생한 3명 사망 사고, 6월 교차로에서 차량·오토바이 등 16대와 연쇄 충돌한 사고에 이어 샤오미 전기차가 일으킨 네 번째 대형 사고다. 특히 청두 사고에서는 문이 열리지 않고 창문도 깨지지 않아 구조 시도가 실패했다는 현장 증언까지 나오면서 “차량 구조가 사고 발생 시 생존 가능성을 낮춘다”는 공포를 낳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불안감을 샤오미만의 이슈로 한정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연이은 폭발과 화재, 사상자 속출, 내수 판매량과 수출의 반비례 등 개별 사안으로 보이던 이슈들이 종국엔 중국의 전기차 성장 전략이 품질·안전보다 속도·물량에 치우쳐 있음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중국 전기차가 품질 신뢰 확보 없이 급속한 양적 확장만 지속될 경우, 오토바이 시장과 비슷한 “저가·고위험” 이미지에 갇힐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다. 중국산 전기차가 글로벌 표준이 되려면 가격보다 안전성과 기술 신뢰성으로 경쟁해야 하며, 지금과 같은 추세에선 글로벌 시장에서 역풍을 맞을 위험만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