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러·미 압박 속 유럽의 국방 재정 전략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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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체계 재편 과정에서 교육·복지 기반을 지키기 위한 재정 전략 EU 공동 재원 조성·조달 구조 개편이 핵심 해법으로 부상 기술 인력과 교육 기반 확충이 국방 재정 강화의 필수 조건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에서는 국방 지출을 GDP의 5%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러시아의 군비 증강과 미국의 부담 분담 요구가 동시에 강화되면서, 방위력 확충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2024년 회원국 전체 경제 규모는 17조9,000억유로(약 3경400억원)로 추산된다. 이를 기준으로 5% 목표를 적용하면 연간 8,950억유로(약 1,520조원)가 필요하지만, 2023년 실제 국방 지출은 2,270억유로(약 385조원), GDP의 1.3%에 그쳤다. 격차가 크다 보니 교육·사회서비스 축소로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럽은 낭비성 보조금 정비, EU 공동 재원 조성, 교육 예산 보호 장치 마련 등을 통해 국방 재원을 별도로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사회 기반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군사 역량을 구축하겠다는 접근이다. 러시아가 GDP의 약 7%를 군사비에 투입하는 상황도 유럽의 정책 결정을 압박하고 있다. 전력 격차가 커질수록 대응 비용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럽은 재정 구조 전반을 조정하는 방식의 국방 강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이 직면한 국방 재정 확대의 현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 회원국은 2024년 약 3,800억달러(약 560조원)를 지출해 기존 GDP 2% 목표를 충족했다. 유럽연합 통계청(Eurostat)에 따르면 EU의 2023년 국방 지출은 2,270억유로(약 3,853조원)로 집계됐다. 통계 기준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EU가 국방비를 GDP의 5%로 끌어올리려면 대부분 회원국이 현 지출의 두 배, 일부 국가는 세 배 수준의 확대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EU는 2030년대 중반까지 5% 목표에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이 가운데 3.5%는 군사력 확충, 1.5%는 사이버·인프라 등 회복력 분야에 배정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EU의 복지 지출은 GDP의 19.2%, 교육 지출은 유로지역 평균 4.6% 수준으로, 지역 내 생활 안정과 기회 형성을 지탱하는 핵심 분야다. 이 예산을 국방으로 전환하면 사회적 반발은 물론, 방위산업에 필요한 기술 인력 기반이 약화될 가능성도 크다. 이에 유럽은 국방 재원을 별도로 마련하는 재정 확충 구조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러시아가 2024년 1,490억달러(약 219조원)를 투입하며 GDP 대비 국방 비중을 7.1%까지 높인 만큼, 유럽은 지속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실효적 억지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우선시하고 있다.

주: 공공지출 항목(X축), GDP 대비 지출 비중(Y축)/방위(연한 빨강), 교육(중간 빨강), 사회보장(진한 빨강)
국방 재원을 마련하는 세 가지 조치
유럽은 교육과 복지를 유지하면서 국방 재원을 확충하기 위해 세 가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첫째, EU 공동채 발행 확대다. 유럽경제정책연구센터(CEPR)는 EU 차원에서 향후 10년간 연간 GDP의 1%를 조성해 총 2조유로(약 3,395조원)의 ‘유럽 국방 미래 채권(Future of Defence)’을 발행하는 구상을 제시한다. 이는 재정을 회원국 개별 예산에 의존하지 않고, EU 전체가 장기간에 걸쳐 공동 조달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
둘째, 조세지출 정비다. 집행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부가가치세 인하로 발생하는 세수 감소는 GDP의 1.1%, 소득세 감면으로 줄어드는 세수도 평균 1.2% 수준이다. 정책 목적과 일치하지 않는 감면을 선별적으로 조정하면 상당한 재원을 새로 확보할 수 있다.
셋째,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다. 관련 보조금은 2022년 1,360억유로(약 2,311조원)에서 2023년 1,110억유로(약 1,886조원)로 줄었지만, 절반가량은 종료 시점이 없다. 종료 일정을 명확히 하고 절감된 재원을 국방과 저소득층 보호에 재배치하면 에너지 안보 강화와 청정에너지 전환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

주: 지출 항목 구분(X축), 국방 지출 규모(Y축)/2023년 기준 국방 지출(연한 빨강), 국방 지출 5% 수준(중간 빨강), 5% 목표까지 필요한 추가 재원(진한 빨강)
EU 국방 조달 구조의 재편 필요성
EU 국가별로 분산된 국방 조달 체계는 비용을 높이고 공급 지연을 유발해 시장에서도 비효율이 지적되고 있다. 탄약 생산 확대를 위한 탄약 생산 지원법(ASAP), 공동 조달을 추진하는 유럽 방위산업 강화법(EDIRPA)가 시행되고 있지만 현재 규모는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미처리 주문도 많다. 이 때문에 EU 공동채를 기반으로 장기 조달을 담당할 EU 공동 구매 기구를 유럽안정메커니즘(ESM) 개편 또는 신규 기관 설립을 통해 구축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 기구가 마련되면 산업은 안정적 수요 전망에 따라 설비를 확충할 수 있고, 조달 단가가 낮아지며 민간 투자도 확대될 수 있다. 유럽투자은행(EIB)의 민·군 겸용 사업 지원 확대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미국은 2035년까지 GDP 대비 5% 목표를 요구하며 분담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2024년 유럽 NATO 회원국의 국방 지출이 실질 기준 19% 늘었음에도 역량 격차가 여전하다는 점도 이러한 요구를 뒷받침한다. 프랑스·독일 등 주요 회원국도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어, 향후 논의는 국가 예산과 EU 공동 차입의 역할 분담, 확대 시점 설정으로 옮겨가고 있다.
교육 기반 확충의 필요성
유럽의 국방 강화는 교육 체계와 기술 인력 확보에 결정적으로 의존한다. 방공, 사이버, 우주 기술, 탄약 생산 등 핵심 분야를 확장하려면 수만 명 규모의 추가 기술 인력이 필요하다. 이에 각국은 중기 재정계획에서 교육 예산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메카트로닉스·추진 기술·AI 검증·보안 소프트웨어 등 국방 수요가 높은 분야에 대한 훈련을 확대해야 한다. 민·군 겸용 기술 연구개발 예산을 대학과 연계하면 대학이 국방 혁신의 중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며, 산업 전반의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현장에서도 인력 수급 변화가 가장 먼저 나타난다. 유럽 조달 사업과 연계한 유급 견습 프로그램, 국방 관련 분야에 적용 가능한 대학의 마이크로 자격 도입, 기업·연구기관 공동 시험시설 구축 등은 비교적 빠르게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교육 프로그램을 국방 항목으로 임의 분류해 5% 목표를 맞추는 방식은 지양해야 하며, 기술 교육은 별도 지원, 일반 교육은 안정적 보호, 취약계층 대상 장학 제도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단계적 확대를 위한 실행 경로
유럽은 사회적 기반을 유지하면서 국방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0년 단위의 단계적 확대 경로를 검토하고 있다. EU 공동채로 GDP의 1% 수준의 재원을 확보하고, 각국 국방 지출은 3~3.5%까지 점진적으로 늘리는 방식이다. 남은 1~1.5%는 사이버·에너지·기반시설 등 회복력 분야에 배정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동시에 효과가 낮은 화석연료 보조금·조세 감면 정비, EIB의 민·군 겸용 사업 확대 등도 추진해야 한다. 탄약 생산 지원법(ASAP)과 유럽 방위산업 강화법(EDIRPA) 역시 파일럿을 넘어 실제 집행력을 갖춘 정책 수단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유럽이 고려해야 할 핵심은 국방 재원을 어떤 구조로 마련하는가다. 재정을 EU 공동 재원으로 확대하고 조달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체계를 갖춰야 예산 중복을 줄이고 억지력과 사회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Europe's New Defence Bill Can't Come Out of the Classroom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