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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유럽 방산, ‘조달·생산·보안’이 결정하는 새 가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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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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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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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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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

수정

재무장 기반 조달 중심 재편
생산·준비태세 강화로 이동한 산업 구조
기술 보호·공급망 통제 중심의 전력화 전략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럽 방산 기업의 가치는 2024~2025년에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각국이 재무장을 서두르면서 확정 수요와 다년 계약을 빠르게 늘렸기 때문이다. 유럽의 주요 방산 기업(상장사 기준)을 분석한 자료에서도, 연구개발(R&D)에 많이 투자하는 기업일수록 주가수익비율(P/E)이 43%, 주가대장부가(P/B)는 84%, 예상 주당순이익(EPS)은 34% 오르는 등 시장의 반응이 뚜렷했다.

이 수요는 특정 분야에서 더욱 집중됐다. 같은 기간 미사일·레이더·탄약 기업의 수주잔고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공급망 전반으로도 조달 압력이 확산됐다. 시장은 민간 전환 가능성보다 생산 능력·납기 준수·규모 확장성 같은 ‘즉시 대응력’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재평가했다. 이 흐름은 유럽 방위산업의 중심이 기술 잠재력보다 준비태세·속도·산업기반 확충에 더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시장이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도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조달 중심 평가체계의 부상

시장 재평가는 국방 지출 확대에서 출발했다. 기술의 민간 확장성보다 확정 수요가 먼저 늘었기 때문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2024년 기존 국내총생산(GDP) 대비 2% 기준을 넘어 3.5% 방위비 목표를 제시했고, 주요 회원국들은 이를 실제 예산에 반영하며 재무장 속도를 높였다. 이 변화는 연구집약도가 높은 기업의 가치 조정을 먼저 이끌었다. 주가수익비율(P/E)과 주가대장부가(P/B)도 조달 안정성을 기준으로 다시 해석되기 시작했다.

방위비 증액은 각국의 중기계획으로도 이어졌다. 2024~2025년 발표된 추가 지출 계획은 기업이 다년 공급 계약을 확보하는 기반이 됐고, 시장은 장기 현금흐름의 예측 가능성을 근거로 기업가치를 재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이중용도 기술은 조달 리스크를 줄이는 역할이 더 분명해졌다. 기술 다양성보다 ‘확정된 생산·납품 능력’이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은 이유다. 조달 기반 프리미엄은 이렇게 유럽 방위산업 전반에서 구조적 기준으로 굳어지며, 향후 기업가치를 좌우할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중용도 비중별 R&D의 P/E 비율 효과
주: 이중용도 비중이 높을수록 R&D 투자 1단위 증가가 P/E 비율을 더 크게 끌어올리며, 2024년 이후 효과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생산·재고 중심으로 이동한 유럽의 전략 전환

유럽의 전략 변화는 생산과 재고 확충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2023년 이후 재무장 속도가 빨라지자 정책의 초점도 기술 잠재력에서 실제 공급 능력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은 탄약생산지원법(ASAP)을 통해 2025년 말까지 155㎜ 포탄 연 200만 발 생산 목표를 제시했고, 회원국들은 생산라인 증설과 물류 개선에 자금을 집중했다. 이것은 산업계에 즉각적인 신호가 됐다.

기업들의 사업 구조도 크게 바뀌었다. 라인메탈(Rheinmetall)의 2024년 수주잔고는 550억 유로(약 79조원)로 사상 최대 규모를 찍었다. 유럽 대표 방산기업 MBDA는 연간 138억 유로(약 20조원)를 새롭게 확보했고, 총 백로그 역시 370억 유로(약 53조원)까지 늘었다. 독일 방산업체 헨솔트(HENSOLDT)의 레이더·광학장비 계약도 실제 프로그램 기반에서 꾸준히 증가했다. 조달 압력이 전체 공급망으로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공정 자동화와 시험 역량 확충에 재투자를 이어갔다.

생산 중심의 정책 전환은 방위산업의 기준까지 바꿔놓고 있다. 공급 속도와 품질관리, 그리고 납기 준수 같은 실물 경쟁력이 핵심 요소로 떠오르며, 조달 구조와 산업계 전반을 다시 정렬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배치 가능한 체계 중심으로 재정비되는 정책과 투자

유럽의 방위 정책은 속도와 공동조달을 중심축으로 재정비되고 있다. 재무장 속도가 빨라지자 단기간에 배치할 수 있는 체계를 우선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도 빠르게 부상했다. 유럽연합(EU)은 탄약생산지원법(ASAP) 외에도 유럽방위산업강화조달법(EDIRPA)과 유럽방위기금(EDF)을 통해 연구개발(R&D), 프로토타입 제작, 공장 증설, 시험시설 확충을 동시에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이 구조는 이중용도 기술의 역할까지 재정의하며 생산과 통합 과정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기능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투자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2025년 유럽 방산 기술 벤처캐피털(VC) 투자 규모는 약 15억 달러(약 2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투자는 주로 단기간 내 군에 공급 가능한 대드론 방어(counter-UAS), 정보·감시·정찰(ISR), 안전통신, 화력지원, 생산 기반 기술로 집중됐다. 심사 기준도 명확해졌다. NATO 표준과의 호환성, EU 조달 지침 내 확장성, 실전·시험 통과 가능성이 투자 판단의 중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 흐름은 벤처 평가 기준까지 바꿔놓고 있다. 기술의 민간 확장성보다 즉시 배치할 수 있는 성능이 우선순위로 떠오르며, 이중용도 기술은 조달 리스크를 줄이는 핵심 수단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NATO 국방비 목표와 회원국 격차(2024년 기준)
주: 회원국들은 현재 국방비가 NATO 목표치(5%)에 크게 못 미치며, 이 격차가 향후 수년간 조달·투자 수요를 고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술 보호와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하는 정책 방향

유럽의 방위정책은 기술 보호와 공급망 안정성 강화로 확장되고 있다. 재무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생산 능력은 물론 보안과 통제 체계까지 조기에 갖춰야 한다는 요구가 한층 높아졌다. 유럽연합(EU)은 2024~2025년 수출통제와 제재 집행을 강화했고, 기업들은 설계 단계부터 공급망 추적, 소프트웨어 워터마킹, 데이터 보안관리 같은 안전 장치를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했다. 이러한 변화는 기술 민감도가 높은 분야에서 더욱 강하게 작동했다.

산업계도 이에 맞춰 기술 개발 구조를 재정비하고 있다. 기업들은 공정 단계마다 검증 가능한 추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핵심 부품은 신뢰성 검증된 생산 전문 중심으로 조달하는 비중을 높였다. 시험·평가 역량 투자가 확대되면서 생산단계 오류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체계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이중용도 기술에도 영향을 미쳐, 설계 초기부터 보안을 내재하는 방식으로 개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정책 지원도 구체적인 단계로 들어섰다. 유럽방위기금(EDF)은 기술성숙도(TRL)를 높이는 연구뿐 아니라 탄약생산지원법(ASAP)식 병목 해소—장약, 신관, 시커, 센서, 시험역량—까지 결합한 지원 방안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 벤처 생태계도 성과 중심 심사로 전환돼 실전 시험 성능, NATO 통합 수준, 생산 준비태세가 평가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는 유럽 방위산업의 운영 방식 전반을 바꾸고 있다. 기술 보호, 산업기반 강화, 공급망 통제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향후 방위산업 경쟁력은 연구 단계보다 실전 투입 가능 속도와 보안 설계 능력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Dual-Use Defense R&D: Why Markets Are Really Paying for Immediate Demand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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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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