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조기퇴직의 숨은 비용, 국가 재정에 쌓여가는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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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퇴직, 연금 외부의 세수·자본 기반까지 약화시키는 재정 부담 은퇴 시점 변화가 국가 전체 재정 흐름과 장기 자산 축적에 직접 영향 공공 재정 중립성과 취약계층 보호를 함께 고려한 퇴직연령 재설계 필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각국 재정이 고령화 압력으로 흔들리는 가운데, 퇴직 시점의 변화가 예상보다 큰 재정 부담을 초래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를 대상으로 한 최근 모델링에서는 퇴직을 1년 앞당길 경우 다른 세금이나 지출을 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연금 지급을 약 11% 줄여야 재정 균형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동시장 이탈로 인한 세수 감소와 연금 기여 중단이 동시에 발생해 재정 기반 전반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결국 퇴직 시점의 변화는 연금 항목을 넘어 국가 전체 재정 여력과 직결된다.
이러한 재정 부담은 자본시장 구조와도 연결된다. OECD 국가의 연금 자산과 공적 준비금은 지난 20년간 세 배 가까이 확대돼 63.1조 달러(약 92경9,000조원)에 이르렀으며, 국채와 장기투자의 주요 자금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2021년 이후 금리 충격으로 자산 규모가 일부 축소된 상황에서 퇴직연령을 둘러싼 논의를 연금제도 내부에만 한정할 수 없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재정 흐름과 자본 축적 경로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가 힘을 얻는 이유다.
퇴직 시점에 따른 재정 전체의 연동
퇴직 시점은 연금제도의 내부 균형뿐 아니라 국가 재정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보험료율의 중립성(actuarial neutrality)은 퇴직 시점과 무관하게 개인의 평생 연금 총액이 크게 달라지지 않도록 월 지급액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퇴직을 앞당기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이 빨라지기 때문에 연금 지급 기간이 길어지고, 이로 인해 월 연금 지급액은 낮아진다. 반대로 퇴직을 늦추면 연금 지급 기간이 짧아져 월 연금 지급액이 높아진다. 그러나 이 원칙은 연금 계정 내부의 균형을 위해 설계된 것으로, 실제 재정 운용 과정에서는 노동시장 참여 감소, 세수 축소, 비연금 지출 증가 등 다양한 변화가 동시에 발생한다.
프랑스의 부과방식 모델에서도 이 점이 확인된다. 퇴직을 1년 앞당길 경우 연금 항목만 보면 약 6.66%의 조정으로 균형이 가능하지만, 국가 전체 재정을 유지하려면 약 11.1%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같은 퇴직 시점 변화라도 연금 항목과 전체 재정의 평가 기준은 크게 다르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여기에 고령화가 더해지며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OECD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꾸준히 상승해 2060년에는 약 30%에 이를 전망이며, 특별한 개혁이 없다면 고령화만으로도 재정지출이 GDP 대비 약 6.25%포인트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 연도(X축), 노년 부양비(Y축)
연금 자산 축소와 자본 기반 약화
재정 부담은 자본시장에서도 확인된다. OECD 연금 및 준비 기금 자산은 63.1조 달러(약 92경9,000조원)에 이르며, 20년 전보다 약 세 배 증가했다. 그러나 2023년 말 기준으로는 금리 급등의 영향으로 2021년 정점보다 약 5% 낮은 수준이다. 이 자산은 국채, 인프라, 기업 투자 등 장기 투자를 떠받치는 핵심 자본이며, 주요국에서는 포트폴리오 구조가 전통 자산에서 대체투자로 옮겨가는 흐름도 나타났다. 미국 공적연금의 경우 수익률 확보를 위해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했고, 유럽에서도 연기금과 보험사가 국채·회사채 시장의 주요 투자자로 자리하고 있다.
정책 변화가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네덜란드 연금 기관들은 제도 전환 과정에서 2025~2028년 동안 약 1,250억 유로(약 212조원)의 장기 국채를 매각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약 10조 유로(약 1경6,950조원) 규모의 유로존 국채 시장에 추가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기퇴직이 확대되면 연금 기여 중단과 조기 지급으로 연금 계정의 순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자산 축적 속도가 둔화해 공공·민간 부문의 장기 투자 여력 전체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2024년 OECD 60~64세 고용률이 55.9%에 머물러 절반 가까운 인구가 이미 노동시장 밖에 있는 현실도 이러한 위험을 키운다.

주: 연도(X축), 연금 자산 규모(Y축)
공공 재정 중립성 기반 정책 설계
퇴직연령 정책을 공공 재정 관점에서 보면 조정의 필요성이 분명해진다. 노동 참여가 유지될수록 세수, 연금 기여, 생산활동이 함께 늘어 재정 여력이 확대되며, 이는 공적연금 지출이 GDP의 평균 7.7%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교육·기후·의료 등 필수 지출을 지탱하는 기반이 된다. 따라서 퇴직연령을 둘러싼 논의는 단순한 정년 조정을 넘어, 퇴직 시점 변화가 연금액과 재정 건전성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표준화된 기준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기준연령보다 빠른 은퇴는 연금 지급 기간 증가뿐 아니라 세수 감소·기여 축소까지 고려해 조정해야 하며, 기준연령 이후 근속은 연금 증가와 함께 재정 여력 확대로 이어지는 효과를 포함해야 한다. 이는 정책 논의가 공통된 재정 조건 아래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OECD 장기 전망 역시 퇴직연령 조정과 경제활동 참여 확대가 고령화로 발생하는 재정 압력을 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수명 격차와 직무 특성을 반영한 조정 설계
퇴직연령 제도에서 형평성 문제는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저소득층, 불안정 고용, 육체노동 종사자는 상대적으로 더 이른 시점에 노동시장을 떠나는 경향을 보이며 기대수명도 짧은 경우가 많다. 보험료율 중립성이 강화되면 조기퇴직 시 감액 폭이 커지기 때문에 이러한 계층의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연구에서도 특정 상황에서는 완화된 조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시된다.
정책 설계에서는 재정 전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정 수준을 설정하는 문제와, 장기간 근무가 어려운 집단을 보호하는 문제를 분리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장시간 노동 경력자, 고위험 직군, 의학적 제한이 확인된 계층 등에는 감액률을 낮추는 방식의 보호 조치가 가능하며, 필요한 경우 고소득층에 대한 누진과세를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구조는 재정적 신호는 유지하면서 형평성 문제를 완화하는 데 기여한다.
교육체계 역시 퇴직연령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소다.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는 건강관리, 성인 학습, 직무 전환을 지원하는 교육기관의 역할과 연결되며, 여러 연구에서도 50·60대 재교육과 직무훈련이 실제 참여율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된다.
퇴직연령의 정책적 의미
퇴직연령은 더 이상 사회적 타협의 영역에 머물 수 없다.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시점은 국가 재정과 자본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연기금 자산 역시 국채와 기업 투자 등 주요 자본 흐름을 지탱하는 기반 역할을 하고 있다. 조기퇴직을 과소평가할 경우 재정 부담과 자본시장 불안정성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되고 있다.
향후 정책 설계는 퇴직연령을 연금제도 내부의 문제가 아닌 공공 재정의 조정 장치로 다루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동시에 장기간 근무가 어려운 계층에 대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고령층의 노동 참여를 지원하는 교육·고용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퇴직 시점에 대한 선택이 국가 재정과 자본 기반을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Actuarial Neutrality and Early Retirement: Why Public Finance Cannot Ignore the Capital Bas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