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일 고점 찍고 급전직하”, 상식 깬 거품 상장, 결과는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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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고평가, 비상장부터 IPO 단계까지 거품 고착 PSR 활용 기업, 상장 직후 주가 부진 반복 행태 상장 기업의 실적 검증 등 제도적 보완 시급

주가 상승률이 공모가 대비 300% 오르는 등 ‘따따블’ 행진으로 시장의 관심을 받던 새내기주들이 찬바람을 맞고 있다. 지난달부터 불붙은 공모주 상한가 행진이 얼어붙은 것이다. 밸류에이션을 무리하게 끌어올린 공모 구조와 정보 비대칭의 후폭풍이 투자자 손실로 확대되는 가운데, 한국 시장 전반의 신뢰마저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제2의 파두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상장 기업의 실적 검증과 주관사의 공모가 산정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IPO ‘불장’에 VC 뭉칫돈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모주 시장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한 중추신경계(CNS) 전문 제약기업 명인제약을 시작으로 17일 상장한 광학 시스템기업 그린광학까지, 10월 이후 상장한 6개 종목 모두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두 배 넘게 올랐다. 이달 상장한 실험실 자동화기업 큐리오시스와 환경시험 장비기업 이노테크는 상장일 종가기준 상승률이 300%로 가격제한폭(공모가 대비 4배 상승)까지 올랐다. 지난 3분기까지만 해도 상장일 종가기준 주가 상승률 300%인 종목이 1개에 그쳤고 대부분 상장 종목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상승률이 100% 미만이었지만, 10월 이후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공모주 시장이 다시 활기를 보이면서 상장 전 투자(Pre-IPO)에 나섰던 벤처캐피탈(VC)과 증권사들의 분위기도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 특히 상장일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큰 폭으로 형성되는 사례가 늘어나 '잭팟'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3일 코스닥에 상장한 AI 모델 경량화·최적화 기업 노타는 공모가 9,100원에서 시초가 2만2,500원을 기록한 뒤 3만1,000원에 첫날 거래를 마쳤다. 그뒤 이틀간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지난 6일에는 최고가 6만5,3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3만원대 중반을 유지 중이다. 노타의 주가 급등으로 가장 큰 수익을 거둔 곳은 스톤브릿지벤처스와 LB인베스트먼트다. 두 기관 모두 100억원대 누적 투자금으로 상장 직후 이미 원금의 10배 이상이 넘는 회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내달 코스닥 상장을 앞둔 리브스메드 역시 VC들의 기대가 높다는 평가다. 스톤브릿지벤처스와 NHN인베스트먼트는 2016년 시리즈A 단계부터 참여해 온 장기 투자자로, 상장 시 의미 있는 회수 성과가 기대된다.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약 1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초기 300억원 밸류에이션으로 확보한 지분을 지금까지 한 차례도 매각하지 않았다. 상장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기면 수익 배수는 30배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초만 해도 공모가가 프리IPO 밸류보다 낮게 확정되는 역전 현상이 생기며 투자 유치가 어려웠던 분위기와 상반된다.
상장 이후 찬바람, 고점 대비 반토막
문제는 이후 나타날 부작용이다. 업계에서는 시장 전체로 볼 때 건강하지 않은 과열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 지난 18일 코스닥에 상장한 유아용 콘텐츠 기업 더핑크퐁컴퍼니는 개장 직후 공모가 대비 50% 이상 뛰며 출발했지만 장 마감 무렵엔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19일에는 오전 중 반짝 반등했다가 이후 10% 이상의 급락을 보이며 결국 주가가 공모가(3만8,000원)를 하회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더핑크퐁컴퍼니는 이후에도 연일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14일 코스닥에 상장한 무선통신 솔루션 전문기업 세나테크놀로지도 개장 직후 210% 넘게 급등했지만 하루 만에 공모가(5만6,800원) 근처까지 하락하다 21일에는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상장일 300% 상승마감했던 큐리오시스 역시 최근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 같은 공모가 고평가 논란은 제도 개선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고평가 논란에 불이 붙은 건 코로나19 사태 이후다. '양적완화'와 '공모주 붐'이 겹쳐지며 일확천금을 노리는 자금들이 기관, 개인 할 것 없이 IPO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플랫폼과 바이오 기업을 중심으로 초기부터 과도한 몸값이 형성됐고, 정부 주도의 벤처투자 자금 공급까지 맞물리며 밸류는 더욱 부풀려졌다. 이렇다 보니 스타트업 창업자가 수천억원대 가치를 요구하면 VC들조차 난색을 표하다가도 결국 수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펀드를 일정 기간 내에 집행해야 하는 현실적 제약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상장 단계에서도 반복됐다.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의 절반 가까이가 적자 상태에서 시장에 입성했고, 적자기업들 중 일부는 매출 기반 지표인 PSR(주가매출액비율)을 활용했다. 매출은 마케팅 비용 투입이나 일시적 손실 감수로 끌어올리기 쉬워 상장 직전 단기간에 실적을 부풀리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수백 개 상장사 가운데 상장 당시 내놓은 추정치를 맞춘 기업은 사실상 전무하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PSR을 택한 기업들 상당수는 상장 첫날 평균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코스피 시장 상황도 다르지 않다. 올해 IPO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LG CNS는 2월 5일 상장 첫날 10% 가까이 급락했다. 장중 한때 11%대까지 하락폭을 키우기도 했다. 시장에선 예상보다 크게 하락한 주가에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앞서 기관대상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서 흥행한 바 있어서다. LG CNS는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1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청약 증거금은 21조1,311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상장 첫날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 IPO 과정에서 공모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한 결과다. LG CNS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장한 새내기주들 대부분이 공모가 아래로 내려왔다.

‘파두 사태’에도 계속되는 거품 상장
올해 하반기 최대어로 꼽히는 무신사 역시 PSR을 유력한 밸류에이션 툴로 활용하려는 모양새라 우려가 커진다. 무신사는 최근의 주가순이익비율(PER)로는 언급되는 시가총액(10조원) 기준 배수가 143배에 달해, PSR 외에는 성장성을 반영할만한 지표가 없다. PER 143배라는 수치는 글로벌 빅테크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해외 매출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10조원 평가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파두 사태’ 이후에도 뻥튀기 상장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파두는 지난 2023년 1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증시에 입성했지만, 그해 3분기 파두가 공시한 매출은 3억2,000만원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도 148억원 손실로 나타났다. 파두는 2023년 11월 13일 정정 공시를 통해서야 “예상을 넘은 시장의 침체와 데이터센터의 내부 상황이 맞물려 2023년 3분기 주요 고객사의 컨트롤러 매출이 전무했다”고 밝혔다. 2023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연간 추정치를 한참 밑도는 180억 원에 그치자, 실적 공시 이튿날인 2023년 11월 9일 파두 주가는 폭락했다. 이후 일주일 사이 주가가 1만6,250원까지 내려가면서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현재까지도 파두 주가는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파두 일반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기업과 주관사가 매출 급감을 숨기고 뻥튀기 상장을 한 것 아니냐며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실제 파두와 주관사 NH투자증권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파두 사태와 관련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현재 진행형으로, 파두와 NH투자증권을 상대로 한 증권 관련 집단소송은 두 건이 진행 중이다. 2024년 3월 제기된 증권관련 집단소송은 파두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주주들이 진행한 것으로 국내 첫 IPO 관련 증권 관련 집단소송이다. 나머지 한 건은 지난 4일 장내 매수 투자자들이 제기했다.
파두 사태가 일어난 데는 국내 IPO 과정 곳곳에 잠복한 제도 부실도 한몫했다. 과거 예비상장기업은 실적 공시 유예 규정을 잘만 활용하면 최대 6개월간 실적 쇼크를 숨길 수 있었다. 상장 단계마다 문지기 역할을 하는 주관사와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은 인력 부족 등으로 겉핥기식 부실 검증을 했던 탓이다. 파두 사태 이후 당국은 부랴부랴 IPO 직전 월매출 공개를 의무화하고, 주관사를 대상으로는 상장 직후 급락 시 해당 공모주를 강제로 되사도록 하는 풋백옵션(환매청구권)을 확대했지만, 공모가 거품은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한 경제 전문가는 "당국이 솜방망이 심사와 제재를 반복하는 한, 정보 비대칭에 따른 개인 투자자 피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당장 대수술에 나서 핵심 리스크와 실적 악화 등을 숨긴 기업은 상장 취소 등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 IPO 직후 일정 기간 내 발생한 중대한 가치 훼손에 대해 주관사에도 연대 책임을 묻는 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