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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격돌 속 드러난 공급망 균열에 복잡해진 제삼국 손익 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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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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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외교 무대에서 일본 고립 시도
기업 노력 대비 높은 중국 의존도
공급망 재편 속 기회와 부담 공존

대만 문제에서 시작된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장기전에 접어들면서 외교는 물론 경제 전반의 균열 또한 커지는 모습이다. 한국을 포함한 정상회의 연기 검토 등이 이어지며 양국의 신경전이 국제사회로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 기업들은 생산거점 조정과 조달선 분산을 추진하며 ‘차이나 리스크’ 대응에 한창이다. 글로벌 시장은 이 같은 중·일 대립이 향후 기술 및 자원 조달 전반의 판도를 어떤 지형으로 탈바꿈시킬지 주목하고 있다. 

日 대중 견제 메시지로 시작된 갈등

24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이 내년 1월 자국에서 개최하려 했던 한·중·일 정상회의는 중국 측의 거부로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일본은 내년 2월 이후로 시기를 늦춰 개최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나섰지만, 중국의 춘절 연휴 등을 이유로 일정 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애초 일본은 지난 22일과 23일 양일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리창 중국 총리의 회담을 성사시켜 악화된 양국 관계를 완화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중국 측이 회담을 거부하면서 양국 관계는 악화 일로에 접어든 모양새다.

양국의 갈등은 지난 7일 다카이치 총리가 공개 석상에서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당 발언은 중국 정부의 고강도 비판을 촉발한 계기가 됐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자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우익 세력의 역사 인식 문제와 외부 세력의 대만 개입 가능성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다카이치 총리가) 해서는 안 될 말로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핵심 이익 침해’로 규정하며 대응 강도를 점차 높이려는 시도로 해석됐다. 

중국의 대응은 외교적 메시지에 그치지 않았다. 푸솽 국제연합(UN) 주재 중국 대사는 지난 21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에게 일본의 대만 관련 발언을 문제 삼는 서한을 보냈다. 서한에는 “일본이 대만 해협 정세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경우, 침략 행위의 성격이 된다”는 주장과 함께 패전국으로서 일본의 역사적 책임을 명시하며 발언 철회를 요구하는 문구가 담겼다. 중국은 이 서한을 모든 UN 회원국에 배포한다는 계획을 밝힘으로써 일본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일본 역시 중국의 압박에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이 과거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사태에서 취했던 통관 절차 강화, 일본 단체관광 제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같은 조치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이에 일본 정부는 중국의 단계적 보복 가능성을 언급하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다만 다카이치 정권 출범 이후 친중 인맥이 약화된 사실은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해 온 공명당이 연립정권에서 이탈하면서 양국의 의원 외교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G20 회의에 참석한 중국과 일본의 정상은 의도적으로 서로를 외면하는 모습을 연출했고, 공식 사진 촬영 이후 자유 인사 자리에서도 서로를 피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여기에 중국이 글로벌사우스(남반구 개발도상국) 대표국들과의 정상급 회담에서 대만 관련 메시지를 세게 강조하면서 일본의 외교적 공간은 더 좁아지는 양상이다. 리 총리와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이번 회의 도중 만나 ‘두 나라가 핵심이익을 상호 지지’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탈중국’ 선언과 현실 사이 괴리

중국의 견제에 대응하는 일본의 움직임은 주로 기업 차원에서 생산거점 재편과 조달선 분산이라는 방식으로 추진돼 왔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제국데이터뱅크가 최근 실시한 해외진출 기업 1,908곳 대상 조사에서 중국을 생산거점으로 가장 중요하게 본 기업 비율은 16.2%로 2019년(23.8%) 대비 7.6%p 감소했다. 제국데이터뱅크는 “법률 변경이 빈번하고, 정보 접근성이 낮은 중국 특유의 정책 환경이 기업 심리를 위축시킨다”고 분석하며 “기업들로선 중국의 정책 변화와 통제 강화에 따른 위험을 경영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여기에 최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 이후 중국의 견제 조치가 잇따르면서 일본 재계의 경계심은 더욱 커지는 추세다.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 방일 자제 권고 등을 단기간에 연쇄적으로 발표하면서 희토류 수출 제한과 같은 고위험 카드 또한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나아가 중국이 중앙아시아 3개국을 동원해 대만 독립 반대 성명을 발표한 사례, UN 서한을 통해 일본 정부를 직접 겨냥한 점은 일본 기업들에 지정학적 위험이 실물 원자재 조달에 미칠 파장을 명확히 인식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이러한 기업의 인식 변화는 여타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된다. 닛케이아시아가 실시한 일본 100대 기업 대상 조사에서는 79개 기업이 중국에서 조달하는 부품 비중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기계 60%, 자동차·화학 57%가 부품 조달 비중 축소를 검토한다고 밝혀 제조업 핵심 분야가 직접적 대응에 나선 상황이 드러났다. 특히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위험 요인으로 꼽은 기업은 80%에 달해 기업이 단순 비용절감이나 시장 확장보다 지정학적 충격을 리스크 관리의 최우선 요소로 올려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이 같은 ‘탈중국’ 선언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중국 의존도는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일본 정부가 발표한 ‘2024년 통상백서’에서 약 4,300개 수입품목 중 중국산이 시장점유율 과반을 차지한 품목은 1,406개로 약 30%를 차지했다. 이는 G7 평균(5%), 독일(10%), 미국(20%) 등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공급망 다변화를 확보한 품목 비중도 일본은 20%에 그치며 독일(60%)이나 미국(40%)에 크게 뒤처졌다. 이는 기업 차원의 차이나 리스크 대응 전략이 국가 단위의 의존도 문제와 완전히 분리돼 작동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드러낸다. 

한국·미국·EU의 실익 가능성

글로벌 시장은 중국과 일본의 관계 악화가 불러올 파장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양국이 외교·안보·경제 전반에서 서로를 견제하면서 이 틈을 매개로 제삼국이 얻을 이익과 부담이 동시에 부각된 것이다. 앞서 일본은 지난해 3월 유럽연합(EU)와 개최한 장관급 회의에서 경제안보 강화를 위한 공동 성명에 합의하며 공급망 의존도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분명히 드러냈다. 일부 산업에서 중국의 거액 보조금 정책으로 시장이 왜곡됐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양 측의 움직임은 기술 유출 방지와 전략물자 조달에서의 지속가능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이어졌다. 

이처럼 일본과 EU가 협력의 폭을 넓히는 동안 한국의 공급망 구조 달라지면서 이번 갈등에서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하면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수입 일본 의존도는 2020년 17.1%에서 2024년 13.9%로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중국 의존도는 27.7%에서 29.8%로 증가했다. 여기에 정부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지정한 핵심 전략품목에서도 중국산 비중은 절반 이상을 차지해 중국의 수출 통제 전략이 강화될 경우 한국이 직면할 위험 또한 작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한국이 얻게 될 이득 또한 존재한다. 일본과 중국이 장기 대립에 접어들면 반도체와 전기차, 재생에너지 등 분야에서 중간재 및 완제품 공급 경로가 한국으로 일부 이동할 가능성이 열린다. 일본과 EU가 합의한 ‘지속가능한 공급망’ 기준은 한국 기업들에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EU 규범 중심 시장이 강화될수록 대중국 공급망 의존을 낮추려는 기업들이 한국을 추가 생산기지로 검토할 여지 또한 커진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2020년대 들어 우리 산업계가 추진해 온 소부장 자립 및 대체 조달 역량도 일정 부분 경쟁력이 될 것이란 평가다.

미국과 EU 역시 이번 갈등에서 전략적 공간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EU는 2022년까지 누적된 대중국 무역 적자가 4,000억 유로(약 4,608억 달러·68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중국 의존도 축소를 강하게 외쳐 왔다. 미국 역시 미·일 간 보조금 지급 요건 정비를 통해 탈탄소 분야에서 공동 규칙을 마련하기로 한 바 있어 향후 일본의 조달선 전환 과정에서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일본과 중국의 갈등 장기화가 글로벌 공급망의 변곡점을 가져온 가운데, 글로벌 시장은 그 사이에서 기회와 리스크를 동시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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