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Watch] 일본발 유동성 경고음 속 엔캐리 청산 공포 확산, 미 연준 통화정책 전망 급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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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금리인상 시 엔화 방어전 예상
엔캐리 유동성 급속 소멸 가능성
미국 12월 금리 인하 기대 급부상

일본이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설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또한 유동성 충격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시장 일각에선 엔화 가치가 급락할 경우 일본이 달러 조달을 위해 미국 국채를 매도하고, 이는 다시 금융 시스템 전반에 공급된 달러 유동성의 회수로 이어질 것이란 경고의 메시지까지 나온다. 엔화 약세 흐름과 일본 국채 금리 급등이 맞물리며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하는 가운데, 미국에선 한동안 잠잠하던 금리 인하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제로금리 탈출” 움직임에 엔화 가치 급등 조짐
23일(이하 현지시각) 투자전문 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최근 시장에서는 일본이 엔화 방어를 위해 유동성을 회수할 경우, 글로벌 증시가 충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SG)의 앨버트 에드워즈 전략가는 “세계 금융 시장은 지난 수십 년간 일본의 초저금리와 대규모 양적 완화에 중독돼 있었다”고 진단하며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이 유동성 수도꼭지를 잠그면, 서방은 물론 전 세계 정부가 부풀려진 재정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공포에 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우려의 핵심에는 불안정한 엔화 환율이 자리한다. 지난 21일 기준 엔·달러 환율은 장중 158엔까지 급등해 심리적 기준선에 근접했다. 이는 일본 외환 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수준으로, 달러 조달을 위해 보유 미국 국채를 매도하는 방식의 대응책이 거론됐다. 일본 당국이 개입에 나서면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공급돼 온 달러 유동성이 단숨에 회수되며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을 촉발하게 되고, 종국엔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정부의 재정 비용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엔화 약세 배경에는 일본의 정책 기조 변화가 깔려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취임 직후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적자 재정을 감수하더라도 일본은행의 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일본 내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환헤지 비용을 감안할 때 미국 국채보다 자국 국채 수익률이 더 유리해졌다는 판단 아래 해외 자금 이동 유인을 낮췄고, 이는 일본채 금리 급등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엔화 약세는 더욱 가팔라졌고, 일본 정부는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의 경고를 통해 구두 개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다.
이 같은 시장 불안과 엔화 약세 전개는 일본은행의 향후 금리 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최근 인터뷰에서 임금 상승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확산한다는 점을 근거로 공급 측 동향을 면밀히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일본의 실질임금은 올해 들어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는 데다,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대를 유지하면서 추가 금리 인상을 위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일본이 ‘제로금리 탈출’에 방점을 찍은 만큼 지표 개선이 관측되는 순간 금리 인상을 주저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시장 전반의 평가다.

글로벌 자본시장 변동성 심화
이에 시장에선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엔캐리는 일본 저금리를 활용해 엔화를 차입한 뒤 미국 등 고금리 국가의 자산에 투자해 차익을 얻는 전략으로, 일본이 ‘제로 금리 국가’로 인식될 때 유효했던 투자 구조다. 그러나 일본 국채 금리가 17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급등하는 등 금융환경이 급변하면서 차입 비용과 환차손 부담이 동시에 커졌다. 실제 미국과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 격차는 올해 초 351.46bp(1bp=0.01%)에서 이달 21일 228.17bp로 빠르게 축소됐는데, 이는 엔캐리 포지션의 수익 구조가 흔들릴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더했다.
엔캐리 청산 리스크가 확대되면 미국과 유럽, 한국 등 주요국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이 예상된다. 특히 한국은 원화 약세와 재정 부담이 겹친 상황인 만큼 외국인 투자 흐름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12월과 1월은 일본 기업들의 결산을 앞둔 자금 회수 시즌으로 분류된다”고 짚으며 “여기에 금리 급등과 자산가치 버블 우려가 겹치면, 엔캐리 청산 심리는 더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의 국채 발행 일정 등 ‘유동성 공급 축소 속도’가 글로벌 자금시장 변동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불안은 지난해 7월 말 ‘블랙 먼데이’급 충격이 발생했던 경험을 근거로 한다. 당시 일본은행이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글로벌 자금이 대거 회수됐고, 8월 첫 거래일인 5일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2% 하락해 사상 두 번째로 큰 낙폭을 보였다. 같은 날 코스피·코스닥도 -8%에 달하는 하락세를 기록했으며,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 역시 3% 하락하며 전 세계적인 폭락장이 연출됐다. 이에 일본은행의 중장기 정책 계획이 재조정될지 여부 또한 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형국이다.
美 물가 지표 공개 미뤄지며 시장 촉각
한편, 미국에서는 한동안 잠잠했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미 노동부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여파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취소한 탓이다. 노동통계국(BLS)은 조사 누락분을 소급해 수집할 수 없다는 발표 취소 사유를 밝혔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그간 물가 흐름을 판단하는 데 활용하던 CPI를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참고하지 못하게 됐다. 시장은 주요 지표 부재가 단기 정책 논의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의 발언은 금리 인하 논의를 단번에 확산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는 지난 21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노동시장 여건이 약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단기적으로 추가 금리 인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 직후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063%까지 내려앉아 이달 들어 최저 수준을 나타냈고, 2년물 금리도 3.507%로 하락 폭을 확대하며 단기물 중심의 금리 하향 압력이 강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이는 시장이 12월 금리 인하 베팅을 늘리는 방향으로 포지션을 조정한 신호로 읽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도 즉각 변화가 반영됐다. 금리선물 시장은 12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20일 39.1%에서 불과 하루 만에 69.4%로 끌어올리며 기대 강도를 높였다. 실업률 상승 등이 반영된 9월 고용 보고서가 금리 인하 기대 확산에 직접적 자극을 제공한 가운데, 노동부가 정책 판단에 필요한 추가 통계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한동안 약화했던 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 고개를 드는 구도가 형성됐다. 다만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베스트바이 실적 등 소비·노동 관련 지표가 이번 주 순차 공개를 앞두고 있어 연준의 정책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는 여전히 다수 존재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