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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력 전략과 미국의 디지털 화폐 대응, ‘테크노 달러’로 이동하는 세계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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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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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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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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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화폐→전기 화폐 전환 흐름 
디지털 화폐 패권 경쟁 본격화
설비 투자 확대, CBDC 활용도 높여

전 세계 전기 소비 구조가 인공지능(AI) 및 데이터센터, 전기차 등으로 이동하면서 석유 기반 ‘페트로 달러’ 체제 또한 흔들리는 모습이다. 중국은 재생에너지 목표 조기 달성과 초고압 전력망, 전기차·배터리 등 전기 생산·저장·소비 전 과정에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며 디지털 화폐 확장 기반을 빠르게 넓혔고, 미국은 이에 대응해 스테이블코인으로 달러 채권 수성에 돌입한 상태다. 전기 소비가 산업 전반을 재편하는 흐름 속에서 양국의 통화 전략은 기술·전력·금융 인프라 전반에 걸쳐 충돌하며 글로벌 화폐 패권 경쟁의 중심축을 전기로 이동시키고 있다.

소비 구조 변화에 화폐 신뢰 기반도 이동

글로벌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23일(현지시각) 게시한 칼럼에서 석유가 세계 경제를 지배하던 시대의 종식을 선언하며 21세기의 새로운 기축 통화를 전기로 규정했다. AI와 자동화 산업, 전기 운송수단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미래 경제가 오직 변하지 않는 투입물인 전기에 기반한다는 분석이다. 매체는 “중국이 이 같은 흐름을 가장 먼저 포착하고 국가 전략을 가동했다”고 짚으며 “석유 기반 화폐인 페트로 달러 시대가 저물고, 전기 기반 화폐인 ‘테크노 달러’의 시대가 왔다”고 단언했다. 

실제 중국의 전력 전략은 구체적 수치로 확인된다. 칼럼에 따르면 중국은 2030년 목표였던 1,200기가와트(GW)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올 상반기 조기 달성했고, 국가전망공사를 통해 전력 배분 전반을 국가 통제 체계로 편입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평균 전력 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0.084달러로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 정부는 산업별 차등 요금제를 운영하며 전략 산업에 보조금을 집중적으로 제공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전력 요금을 절반까지 낮춰주는 인센티브는 자국산 AI 칩 사용을 조건으로 제시하는 등 전기 자체를 정책 도구로 활용하는 시도가 다각도로 전개됐다. 

중국이 비트코인 채굴을 전면 금지한 것 역시 전기를 기반 자산으로 재편하는 체제에서 경쟁 화폐를 제거하려는 전략적 판단이란 평가가 따른다. 프레드 램버트 일렉트렉 편집장은 “비트코인은 작업증명(PoW) 방식 특성상 막대한 전력을 소모해 분산된 저장 가치를 만드는 구조”라며 “전기가 기축 자산이 되는 체제에서 비트코인은 국가가 통제할 수 없는 ‘병렬 화폐’로 간주될 공산이 크다”고 짚었다. 이는 중국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와 블록체인 기반 국가 결제 인프라(BSN)를 구축하려는 흐름과도 긴밀히 연결된다.

전문가 분석 또한 동일한 방향을 가리킨다. 지난 8월 출간된 ‘비트코인의 시대: 미래 화폐의 승자가 만들어낼 거대한 부의 물결’에서 김창익 작가는 기존 페트로 달러 체제가 이미 붕괴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출간 인터뷰에서 김 작가는 “지금까지 글로벌 기축 통화는 필수 원자재에 대한 배타적 접근권에 의해 좌우돼 왔다”면서 “전기 구매력이 곧 권력으로 전환되는 작금의 시장 구조에선 테크노 달러가 더 이상 막연한 구상에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전기 중심 경제 체제 전환 수준에 머물던 관련 논의를 기술과 산업, 정치 요소가 결합된 ‘패권 경쟁’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전력 인프라에 금융 인프라 겹치며 불붙은 경쟁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시장은 미국과 중국의 화폐 패권 경쟁이 기존 ‘달러화 대 위안화’ 구도에서 ‘스테이블코인 대 CBDC’ 구도로 이동했다는 데 주목했다.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e-CNY) 구축을 비롯해 아시아 및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약어) 확대 그룹까지 국제 결제 실험에 끌어들인 가운데,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달러 입지를 다지는 상반된 전략을 택하면서다. 양국의 통화 전략은 전기 기반 경제와 맞물리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고, 시장은 두 체제가 충돌할 때 국제 금융의 중심점이 어디로 이동할지에 촉각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중국은 2010년대 초반부터 CBDC 연구를 시작해 2019년 e-CNY를 공개했다. e-CNY는 인터넷 없이도 사용 가능한 게 특징이며, 누적 거래액은 지난해 6월 기준 7조 위안(약 1,382조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중국의 우방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로 국제 결제망에서 배제되면서 중국의 국제 결제 실험은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브릭스 회의에서 CBDC 결제 시스템인 ‘브릭스 브리지’를 제안했고, 10여 개 국가가 회원국 간 거래에서 CBDC 사용에 합의했다. 이 같은 흐름은 e-CNY를 공통 결제 통화로 삼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되며 시장에 충격파를 던졌다. 

이에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를 대체하려는 통화를 사용하는 국가엔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며 중국식 CBDC 확장에 맞대응했고, 동시에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달러 지배력을 유지하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이를 위해 ‘지니어스법(Genius Act)’ 제정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했고, 이후 JP모건과 씨티은행 등 주요 은행이 앞다퉈 사업 참여를 선언하면서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그간 가상자산에 보수적인 시각을 보여 온 대형 은행들까지 움직이면서 미국 정부의 스테이블코인 전략은 달러 패권 유지 전략 중 가장 실효성이 큰 수단으로 평가됐다. 

양국의 통화 패권 전략은 기술 구조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중국의 e-CNY는 중앙은행이 직접 통제하는 중앙집중식 구조로, 정부 정책을 시장에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반면 민간 발행·공공 감독의 형태인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준비금 시장을 확대해 국제 결제에서 민간형 달러 생태계를 키우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러한 기술·통제 방식의 차이는 양국의 디지털 경제 기반과 맞물려 전혀 다른 화폐 확장 경로를 만들어낸다. 중국은 국가 전력망과 산업 정책을 중심으로 화폐 시스템을 통합해 영향력을 키우고, 미국은 민간 네트워크와 금융 인프라를 기반으로 달러 생태계를 외부로 확장하는 식이다. 

‘전기 화폐 체제’의 현실화

국가 전력망과 산업 정책에 화폐 시스템을 통합하는 중국식 모델을 가장 잘 반영한 분야로는 전기차가 꼽힌다. 중국은 일찌감치 전기차 시장 전반에서 기술과 생산 역량을 총체적으로 끌어올리며 전기 소비 주체로서 자동차의 영향력을 입증하고 있다. 블룸버그NEF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가 2,19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며 이 가운데 약 67%가 중국에 집중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확산세는 전력 수요 구조를 운송·산업 전반으로 옮기는 결정적 신호이자, 전기 기반 경제 패턴이 현실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전기 소비량 증가를 지탱하는 핵심 축인 배터리 생산에서도 중국은 양적·질적 측면 모두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인다. 중국 국영 자동차 기업 GAC그룹이 최근 가동한 고용량 전고체 배터리 생산 라인은 건식 공정 도입 및 자체 개발 고체 전해질 적용을 통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를 거의 두 배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GAC는 이를 발판 삼아 2026년 소규모 차량 설치 시험, 2027~2030년 단계적 대량 양산 계획까지 제시했다. 이는 전기가 산업·운송 부문을 동시에 관통하는 ‘가치의 단위’가 된다는 점에서 테크노 달러, 즉 전기 화폐 개념과 맞닿는다.

글로벌 시장 판도 역시 전기 소비의 중심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전기차 보급률 확대와 함께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반면, 미국은 연비 기준 완화·세액공제 축소·정책 리스크 확대로 전기차 성장 속도가 둔화되며 글로벌 평균을 밑돌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BNEF는 2030년까지 미국의 누적 전기차 판매 전망치를 기존 대비 1,400만 대 하향 조정하며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는 공공 급속충전 비용이 휘발유 대비 오히려 비싸진 사례도 포착된다”고 지적했다. 단기 정책 변화가 중장기적으로는 전기 기반 가치 체계 전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균형 있는 산업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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