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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중국의 관세 우회가 만든 ‘디커플링 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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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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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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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이후 중국-베트남-미국 경유망 확대
베트남·태국 수출 증가 뒤에 中 공급망 지속
원산지 기준 관세 한계, 공급망 실체 겨냥 필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베트남의 대미 수출은 2017년 약 460억달러(약 67조6,200억원)에서 2022년 약 1,270억달러(약 186조6,900억원)로 크게 증가했다. 증가 구성은 세 갈래로 나뉜다. 약 8.8%는 중국산 제품이 중국에서 직접 미국으로 향하던 기존 경로를 베트남을 거쳐 통관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발생한 우회효과다. 약 39.8%는 베트남 현지에서 새롭게 창출된 부가가치이며, 약 20.4%는 중국산 중간재가 베트남에서 최종 조립되며 ‘베트남산’으로 분류된 증가분이다.

이 구조는 미·중 관세 충돌이 양국 간 교역 축소로 단순 귀결된 것이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를 연결하는 경유망을 강화했음을 의미한다. 원산지만 기록하는 현재 통계 방식으로는 생산 위치와 가치가 어디에서 실제로 형성되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

중국의 관세 우회, 즉각 대응이 아닌 장기 전략

대중 관세를 둘러싼 통상적 설명은, 미국의 관세 인상 이후 바이어가 중국산을 기피하고 비용이 중국 기업에 전가됐다는 서사로 요약된다. 실제로 미국의 전체 수입에서 중국 비중은 2018년 약 21%에서 2023년 약 14%로 하락했고,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 역시 전체 수출의 19%에서 14%로 줄었다. 그러나 수입 비중의 감소가 공급망 분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국 관세 대상 품목에서 중국산을 수입하는 G20 국가 비중은 같은 기간 43%에서 52% 이상으로 상승했다. 중국의 미국향 수출은 줄었지만, 중국산이 다른 국가를 통해 우회하며 글로벌 시장으로 재유입됐다는 뜻이다.

베트남 기업 단위 자료는 이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중국산에 평균 12.5% 관세가 부과될 때마다 중국산의 베트남 경유 비중은 1.74%포인트 증가했고, 이는 관세 인상 이전 대비 14% 이상 확대된 수준이다. 이 흐름의 절반 이상은 중국·홍콩계 기업이 주도했으며, 상당수는 관세 발표 이후 베트남에 설립된 신규 법인이었다. 이를 종합하면 중국의 관세 우회는 단기 대응이 아니라, 동남아 지역에 미리 구축된 생산·조립 기반을 활용한 전략적 조정에 가깝다. 중국의 기술·중간재·자본은 기존 공급망 안에서 그대로 작동하고, 통관상의 국적만 변경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2015~2024년 미·중 관세체제 하에서의 양국 교역 흐름 변화(단위: 십억 달러)
주: 연도(X축), 교역 규모(Y축)/관세 비대상 중국→미국 수출(초록색 실선), 관세 비대상 미국→중국 수입(초록색 점선), 관세 대상 중국→미국 수출(연두색 실선), 관세 대상 미국→중국 수입(연두색 점선)

동남아 수출 증가의 이면

관세 우회 흐름은 동남아 국가들에 기회와 부담을 동시에 가져왔다. 베트남에서는 2018~2024년 동안 중국의 대베트남 수출이 연평균 약 18.7% 증가했고, 미국의 대베트남 수입도 연평균 약 15.7% 늘었다. 태국에서도 중국의 대태국 수출이 약 10.5%, 태국의 대미 수출이 약 10.4% 증가하며 동일한 흐름이 관찰된다. 이러한 패턴은 중국산이 동남아를 경유해 미국으로 향하는 흐름과, 중국계 자본이 현지 조립·후공정 중심의 생산설비를 실제로 확대한 흐름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다.

동남아 각국은 이 과정에서 고용 증가와 세수 확대를 경험했지만, 핵심 기술·부품·설계는 여전히 중국 또는 제3국 기업이 보유하고 있어 지역 내 가치 축적에는 한계가 남았다. 동시에 중국의 대아세안 수출은 사상 최고치로 확대됐고, 철강·가전 등 여러 산업에서 현지 기업이 저가 중국산과 직면하는 경쟁 압력이 커졌다. 미국이 중국 우회를 차단하기 위해 동남아산 일부 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를 검토하자, 동남아 국가는 투자 유치와 통상 리스크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는 상황에 놓였다.

중국의 무역 파트너별 수출–수입 신고 격차 추이
주: 연도(X축), 파트너국 수입 대비 중국 신고 수출의 차이(Y축)/미·중 신고 격차(초록색), 주요 15개국 신고 격차(연두색)

통계 왜곡이 부르는 정책 착시

관세 우회가 중요한 이유는 통계 왜곡이 정책 판단을 오도하기 때문이다. 무역 통계는 원산지를 하나의 국가로만 기록하는 방식에 의존하며, 기업은 이를 활용해 서류상의 국적을 손쉽게 변경한다. 이 때문에 수입 데이터는 중국 의존도가 낮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가치사슬은 중국 공급망 중심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베트남 분석은 이러한 착시를 보여준다. 총무역 수치만 보면 대미 수출 증가분의 20% 이상이 중국 우회 효과로 보이지만, 제품·지역·기업 단위로 추적하면 실제 우회 비중은 8.8%에 그친다. 나머지는 베트남 내 신규 생산 증가와 중국산 중간재 확대가 설명한다. 이와 함께 말레이시아·베트남 등에서 중국산 제품의 라벨만 변경해 수출하는 ‘원산지 세탁’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채 단순 수입 데이터를 경제모형에 입력하면, 동남아가 중국을 대체하고 있다는 잘못된 결론에 도달한다. 실제로는 조립 공정만 이전됐을 뿐 핵심 부가가치는 중국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공급망 중심으로 재편되는 정책 과제

무역과 산업정책을 해석하는 기준은 공급망의 실제 구조를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완제품의 원산지는 여러 차례 바뀔 수 있지만, 설계·부품·기계 같은 핵심 요소는 특정 국가의 공급망에 고정돼 있다는 점이 동남아 사례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제품이 어느 국가에서 출하됐는지에만 의존한 판단은 공급망의 실질적 이동을 포착하기 어렵다.

정책 효과 또한 제한적이다. 미국의 대중 관세는 제조업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비용은 기업과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생산 일부가 제3국으로 이동했지만, 이익은 지역과 기업의 역량에 따라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IMF는 2023년 전 세계 무역 제한 조치가 약 3,000건으로 2019년의 세 배에 이르렀다고 지적하며, 무역이 정치적 블록 단위로 재편될 경우 세계 생산량이 최대 7%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려면 원산지 기준 관세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는 우회 흐름만 확대하고 실제 공급망 변화를 가리지 못한다. 정책의 초점은 기술·제품 단위의 공급망 핵심으로 이동해야 한다.

 국내 생산역량·인프라·연구개발 역량 강화와 더불어, 동남아 국가들이 고부가가치 단계로 전환하도록 지원하는 협력도 필요하다. 이러한 접근이 뒷받침돼야만 표면적 디커플링을 넘어 실제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hina Tariff Transshipment and the Illusion of Decoupling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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