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FE분석
  • 中 보험사 3분 견적·1시간 수리, AI 응용 단계 막힌 한국은 ‘기초 체력 부재’ 드러나

中 보험사 3분 견적·1시간 수리, AI 응용 단계 막힌 한국은 ‘기초 체력 부재’ 드러나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기자
Bio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수정

보험사고-견적-보상 전 과정 자동화
한국은 응용·확장형 AI 활용 부재
인력, 상품, 수익 구조 전반 격차

중국 보험업계가 인공지능(AI)을 보조 수단이 아니라 핵심 운영 인프라로 삼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보험연수원이 중국 선전에서 진행한 현장 연수에서 핑안보험과 텐센트 등 주요 기업들은 실제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고 견적 산출, 보상 지급, 맞춤형 상품 제안 등을 실시간 처리하는 운영 모델을 이미 상시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국내 보험업계의 디지털 전환 속도와 뚜렷한 대비를 이루며 산업 기초체력 한계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현장 확인된 中 보험사 ‘속도전’ 

24일 보험연수원은 최근 중국 선전에서 진행된 ‘중국 보험 및 AI 벤치마킹 연수 프로그램’의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 국내 보험사들에 배포했다. KB, 한화, 농협, 하나, 롯데 등 주요 생명·손해보험사 임직원과 재보험·핀테크 기업 관계자 21명이 참가한 이번 연수는 중국 핑안보험, 원커넥트, 비야디(BYD), 텐센트 등 AI 기반 혁신기업을 방문해 보험산업의 변화를 직접 살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보험연수원은 “중국 주요 보험·테크 기업들이 AI를 ‘보조수단’이 아니라 업무의 핵심 주체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내놨다.

먼저 보험연수원은 핑안보험의 사고·보상 처리 모델을 핵심 사례로 지목하며 중국 보험 산업의 ‘속도 혁신’을 강조했다. 핑안보험은 고객이 사고 차량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업로드하면 3분 안에 수리비 견적이 나오고, 1시간 안에 정비소 연결까지 완료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AI 기반 차량 손상 판독 정확도는 92%, 고객 만족도는 99%로 제시됐다. 이를 두고 보고서는 “AI가 심사·보상 전 과정의 주체로 작동하며 기존 인력 중심 프로세스를 대체하는 단계로 진입했다”고 기록했다.

전기차 제조사 BYD가 제시한 새로운 보험 모델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BYD는 자율주행 보조시스템(ADAS) 오류 발생 시 제조사가 책임을 분담하는 구조를 도입해 보상 주체를 ‘보험사 단일 책임’에서 ‘제조사·보험사 공동 책임’으로 확장하는 실험을 전개 중이다. 해당 모델은 차량 생산단계에서 취득하는 주행·센서 데이터를 보험 리스크 산정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BYD가 구축한 자체 보험 플랫폼의 데이터 분석 시스템에서 사고위험도를 실시간으로 평가하는 게 특징이다. 보험연수원은 BYD 사례를 “모빌리티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 모델 자체를 재편하려는 시도”라고 정리했다.

소셜미디어(SNS)와 클라우드, 미디어 콘텐츠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 중인 복합 IT 기업 텐센트는 SNS 위챗 기반 보험 플랫폼 ‘위슈어(WeSure)’를 통해 소비자의 가족 구성·소득·보장 공백 등 세부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자동 추천하는 방식을 선보였다. 이와 함께 텐센트는 AI 클라우드 플랫폼 ‘ADP’를 제공해 보험사가 내부 문서와 대량 데이터를 자동 분석해 상담 시스템·위험관리 체계·Q&A 지식베이스 등을 자체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보험연수원은 보고서 말미 “중국의 보험산업은 규제보다 시장 실험을 우선시하며 빠른 속도로 지능화되고 있다”며 “이는 AI를 단순 자동화 도구가 아닌 데이터와 인사이트, 고객경험을 통합하는 플랫폼 핵심요소로 활용한다는 의미”라고 정리했다. 하태경 보험연수원 원장 역시 “(연수를 통해) 중국의 AI 보험서비스 속도를 직접 체감했다”며 “핑안보험과 AI 기반 사고보상 시스템의 국내 적용 방안을 협의하고, 향후 AI 기술 협력 허브로 역할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가입·보상 심사 등 초기 단계 활용 머물러

중국 보험업계가 사고 접수 후 3분 견적, 1시간 수리 같은 초고속 프로세스를 일상 서비스로 정착시키며 AI 혁신을 거듭하는 동안에도 국내 보험업계의 AI 활용은 여전히 가입·보상 심사·설계사 교육 등 제한된 기능에 그치는 실정이다. AI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KB손해보험은 최근 화법 코칭 솔루션 ‘쏘카인드’를 설계사 교육 과정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설계사들이 AI가 제공하는 문장 구성, 응대 방식 등을 반복 훈련해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이는 기술 도입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험 업무 전체를 재설계하는 근본적 변화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손해보험업계 전반으로 시야를 넓히면, AI를 활용한 자동심사 도입이 매우 빠르게 확산 중이다. 삼성화재는 장기보험 상병심사 시스템 ‘장기유(U)’를 통해 전체 장기계약의 90% 이상을 자동심사하고 있으며, 고객 고지 정보를 기반으로 승인 여부를 AI가 직접 결정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또 DB손해보험은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해 과실 비율을 산정하는 AI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다만 이 역시 위험평가와 보상, 정비 연계까지 이어지는 통합형 모델로 확장되지는 못한 상태다. 

생명보험 분야에서는 교보생명이 ‘보장 분석 AI 서포터’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으며 보장 공백을 요약 제공하는 기능을 도입했고, ABL생명은 OCR 기반 진단서 판독 시스템을 통해 고객이 병원 서류를 촬영하면 실시간 사고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KB라이프·푸본현대생명 역시 사전심사 자동화 범위를 넓히고 나섰지만, 여전히 심사·분석·상담 등 단계별 자동화에 머물러 전체 고객 여정이 AI 중심으로 재구성되는 수준은 아니라는 평이 우세하다. 이는 곧 국내 보험사들의 디지털 전환이 업계 내부의 체감 효과에 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AI 격차? 보험업 기본 체력 격차!

전문가들은 국내 보험업계가 디지털 전환에 앞서 기초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인력 부족은 매우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신상품 설계와 부채평가, 위험 측정 등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계리사 수급 상황이 갈수록 빠듯해지면서 산업 전반의 체력이 약화된 탓이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보험사 소속 계리사 수는 2019년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선 후 지난해 1,327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대형사 중심의 쏠림과 이직 경쟁이 심해지면서 중소형사는 신규 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상품 개발 역량의 부족은 수익 구조에도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 보험 상품은 장기적인 위험 예측과 수익성 분석을 전제로 해야 하지만, 인력 공백과 경험 기반 모델의 한계가 겹치면서 상품 혁신이 더뎌지는 문제가 반복된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부채평가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보험사들은 계리 인력을 대거 확충하고 나섰지만, 실제로는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할 기업일수록 적합한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운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제약은 보험료를 안정적으로 운용해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보험사 수익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린다. 

하태경 보험연수원장 역시 이러한 문제점들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해 말 인터뷰에서 “자산운용 역량이 취약하다는 점은 장기적으로 AI 기반 분석 체계를 활용해도 기대 효과를 충분히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의미와 연결된다”며 “자금 운용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기술 도입 속도나 범위는 자연스럽게 제한되고, 혁신을 추진할 여력도 줄어드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내 보험사들은 통산 부동산과 채권에 각각 30~40%씩 자산을 배분하고, 주식 비중도 20% 안팎을 유지하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 수익은 0%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중국과 한국 보험 업계의 AI 활용 격차는 기술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산업의 기본 체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상품을 설계하고 위험을 측정하며 자산을 굴리는 핵심 기능이 제자리걸음이면, 그 위에 AI를 얹더라도 일정 수준에서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계리 인력 경쟁 심화, 자산운용 수익률 부진, 규제 예측 가능성 부족 등 근본적 제약이 해소되지 않으면, 응용 단계의 기술 투자를 확대하더라도 중국처럼 전 과정을 통합한 지능화 단계로 나아가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기자
Bio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