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규제 강화의 역설, 시장 불신·거래 위축 속 ‘임차인 면접제’ 논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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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세안 구상에 시장 즉각 반응
2+2 임대차법 부작용 확대 가능성
시장 ‘규제 만능주의’ 피로감 누적

국회에 발의된 임대차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의가 갈수록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전세 임대기간과 갱신청구권 행사 횟수를 모두 늘린 해당 개정안이 발표된 직후 시장에선 “사실상의 재산권 침해”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고, 임대인의 정보제공 의무를 둘러싼 정보 비대칭 논란 또한 격화됐다. 일부 악성 임차인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임대계약 전 면접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제도 변화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임대차 시장 전반의 긴장감 또한 고조되는 모습이다.
전세 매물·거래 동반 감소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지난 12일 ‘악성 임차인 피해 방지를 위한 임차인 면접제 도입’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지금과 같은 ‘깜깜이 임차 계약’에서는 내 집에 전과자가 들어오는지, 신용불량자가 들어오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임대차 계약 절차를 1차 서류심사·2차 면접·3차 ‘임차인 인턴과정’으로 세분화해 임대인이 직접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본계약을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해당 청원은 게시 열흘 만에 1,746명의 사전 동의를 얻었고, 향후 5만 명 동의 요건을 채우면 국회 상임위 심사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발의된 새로운 임대차법 개정안에 대한 시장의 분만이 누적된 결과다. 현재 국회에는 기존 2년 임대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갱신청구권 행사 횟수 또한 2회로 확대하는 임대차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개정안에는 임대인의 정보제공 의무 또한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임대인의 납세증명서,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 전세보증 가입 이력 등을 임차인이 계약 전 조회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시장에선 “세입자들은 집주인 정보를 확인하는데, 집주인들은 그럴 방도가 없다”며 즉각적인 불만이 쏟아졌다.
집주인들의 불만은 거래 경색으로 이어졌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물량 감소와 ‘3+3+3 임대차법’ 논의가 겹치면서 임대인들이 세입자를 가려 받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전했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의하면 지난달 서울 전세 거래량은 9,312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5% 줄었고, 전세 매물 역시 2만6,223건으로 1년 사이 19.1%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단 한 번의 임대차 계약이 최장 9년까지 이어지면, 이는 사실상 ‘재산권 침해’에 가깝다는 게 임대인들의 주된 시각이다. 이에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역시 임대차법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해외 주요국들의 사례는 임대인들의 면접제 도입 논리에 일정 부분 명분을 더한다. 미국 뉴욕의 경우, 임차 희망자가 신용점수와 고용·소득 증명, 범죄 기록 등을 제출하는 절차가 보편적이며,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경우 동물 면접까지 진행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독일에서는 신용평가서를 비롯해 일정 기간 급여명세서, 부채·세금 정보, 고용계약서 등을 필수로 제출하며, 서류 검토 후 면접 대상자를 선별해 집주인이 최종 세입자를 직접 결정한다. 이러한 해외 사례들은 임차인의 정보 접근권이 강화되는 국내 흐름 속에서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임대료 상승 압력, 고스란히 세입자 부담
섣부른 제도 보완이 오히려 시장 불안을 키운 전례는 2020년 ‘2+2’ 임대차법 시행 당시 수치로 드러난 바 있다. 2021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전국 아파트 전월세 거래 356만9,139건 가운데 올해 갱신요구권 사용 비율은 전국 26%, 서울 29% 수준에 그쳤다. 전셋값이 급등했던 2021~2022년까지만 해도 갱신권 사용률은 전세 기준 72%까지 뛰었지만, 2022년 하반기 가격 하락 이후 세입자들은 갱신 대신 더 저렴한 신규 매물로 몰려갔다. 이는 임대료 통제 장치가 시장 상황에 따라 효용이 급변하며, 제도의 안정성이라는 도입 취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국에서 나타난 가격 급등 역시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힌다. 임대차 2법 도입 첫해인 2020년과 이듬해인 2021년 전국 전셋값은 각각 19%, 14% 상승했고, 서울 강남·송파 등 주요 지역에선 수억원에 달하는 상승 거래도 심심찮게 포착됐다. 여기에 매물 부족이 겹치면서 시장 불안은 심화했다. 서울 전세 매물은 개정한 시행 이후 1년 만에 25%가량 감소했고, 빌라·다세대 등 비아파트 수요가 대거 아파트로 이동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커졌다. 이에 더해 단기 공급 축소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여러 이슈가 겹치면서 가격 하방 안정 장치가 사라졌고, 이는 결국 세입자에게 비용 증가라는 형태로 돌아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고려할 때 3+3+3 제도가 시장 왜곡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갱신청구권을 두 차례까지 허용해 총 9년 거주를 보장하는 구조는 초기 전세보증금을 장기 고정해야 하는 만큼 임대료가 높은 수준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대규모 전세 보증금이 장기간 묶이는 환경에서는 월세 선호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이는 세입자들의 매달 고정지출이 증가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같은 비용 상승이 시장의 공급 위축과 맞물리면, 장기 거주 안정을 목표로 한 제도적 취지 또한 훼손될 수밖에 없다.

시장 불확실성 확대, ‘착한 규제’의 역풍
일각에선 임대차 제도가 사실상 장기 공공임대 성격으로 흘러갈 것이란 우려 또한 제기된다. 법안 설계가 ‘임차인 보호’라는 명분만 강조한 채 시장 현실을 외면하면, 그 충격은 규제 대상이 아닌 새로운 취약층을 낳는 방향으로 번질 것이란 관측이다. 전세 매물 감소 흐름이 이미 여러 통계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상황에서 계약 방식이 현실에 맞춰 조정되는 과정 없이 도입되면 임대인은 위험 부담을 크게 짊어져야 하고, 신규 수요는 진입 장벽에 막혀 가격 압박을 더 크게 체감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민간 임대 공급 기반의 붕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임대차 시장의 핵심인 ‘회전’ 기능도 크게 훼손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임대차 시장은 기존 임차인의 계약 종료와 이동, 신규 임차인의 입주 등 과정에서 가격이 자연스럽게 조정된다. 그러나 9년에 달하는 초장기 고정 방식은 이 같은 시장의 가격 형성 기능을 거의 마비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신규 세입자는 더 높은 보증금이나 월세 전환 압력을 떠안게 되고, 기존 세입자와 신규 수요의 부담이 달라지면서 시장 전체의 균형 또한 흔들리는 식이다. 이는 제도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로, 특정 계층에 부담이 집중되는 흐름을 예고한다.
규제는 회피 경로를 낳는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는다. 이는 앞선 부동산 대책에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등 대출 규제로 전통적 갭투자 루트가 막히자, 전세 승계 매매가 우회 수단으로 확산한 데서 확인할 수 있다. 기존 소유자가 먼저 전세를 세팅하고, 매수자가 그 전세를 승계해 잔금을 줄이는 식이다. 여기에 3+3+3 갱신권까지 더해지면 매수자는 최대 9년간 실거주 진입이 지연될 수 있어 편법 유인 또한 함께 커진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거래는 불투명해지고, 전세사기 노출 지점 또한 늘어난다. 시장 투명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역으로 위험의 재배치를 초래하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시장 리스크의 원천을 해소하는 안전장치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전세보증보험 의무화, 공공 보증 확대, 다주택·갭투자 조정과 동시에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세제 조합 등이 거론된다. 시장 작동 원리를 고려한 정교한 대안 없이 장기 강제 제도를 우선 적용할 경우, 전세 공급 축소와 월세 비중 확대, 보증금 및 거래비용 상승이라는 흐름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여타 소비재 시장과는 다른 부동산 시장 특유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이를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면 임대차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의는 시장 왜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