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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생태계 자립에 속도 내는 인도, 美 비자 장벽에 부딪힌 자국 인재들 '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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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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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정부, 전자부품 생산·AI 등 첨단 산업 지원 확대
美 H-1B 비자 수수료 인상, 인도 자체 인재 공급망 확보에 '호재'
"탈미국 인도 인재 잡아라" 글로벌 고용 시장 판도 변화 조짐

인도가 독자적인 생태계를 갖춘 기술 허브로의 진화를 서두르고 있다. 정부의 대규모 지원책으로 첨단 산업 발전의 기틀이 마련된 가운데, 미국의 비자 장벽에 부딪힌 자국 인재들을 생태계 내부로 흡수하며 기술력 제고에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채용 시장에 본격적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 기술 허브로의 도약 본격화

25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도는 정부의 과감한 재정 지원을 발판 삼아 기술 생태계 독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인도 전자정보기술부(MeitY)는 전자부품 제조 계획(ECMS)의 2차 지원 대상 17개 프로젝트를 전격 승인했다. 지난달 1차 승인에서 553억2,000만 루피(약 9,155억원) 규모의 7개 프로젝트를 통과시킨 데 이어 한 달 만에 연속적인 정책 집행에 나선 것이다. 이번 승인 규모는 717억2,000만 루피(약 1조1,860억원)에 달한다.

ECMS는 자국 내 전자부품 생산을 장려하기 위한 일종의 인센티브 정책으로 정부 지원을 통해 제조업의 뿌리인 부품 산업의 저변을 확대하고, 완제품 조립에 편중됐던 산업 구조를 핵심 부품 제조로 확장해 공급망의 내재화 비율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이번 투자가 단순히 공장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6,511억1,000만 루피(약 10조7,760억원) 규모의 생산 유발 효과와 1만1,808개의 직접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기대 중이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에도 AI 기술 개발을 위한 포괄적 계획인 ‘인디아AI 미션(IndiaAI Mission)’에 12억 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 투자를 승인한 바 있다. 이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의 정부 주도 AI 투자로 평가된다. MeitY는 엔비디아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 1만3,000개를 포함해 총 1만9,000개의 GPU를 AI 연구용으로 제공, 6개의 대규모 모델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지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자체 AI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사르밤 AI는 추론과 음성 기능을 갖춘 700억 파라미터 다국어 모델을 올해 말 출시할 예정이며, 소켓 AI 랩스(Soket AI Labs)는 1,200억 파라미터, 간.ai(Gan.ai)는 700억 파라미터 모델을 각각 개발 중이다.

갈 곳 잃은 인도 인력, 자국에 몸담을까

정부 주도하에 인도의 첨단 산업 성장 기반이 속속 갖춰져 가는 가운데, 성장을 견인할 전문 인력 확보 움직임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일례로 인도 최대 기업 타타그룹 산하 타타 일렉트로닉스는 인도 국립전자정보기술원(NIELIT) 코히마 센터와 양해각서(MOU)를 체결, 반도체 실무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협력의 핵심은 조립, 테스트, 마킹, 패키징(ATMP) 등 반도체 후공정 분야의 기술 인력을 길러내는 것이다. 이는 자국 내에서 안정적인 인재 공급망을 구축하고, 해외 인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도가 자체 인재 육성에 힘을 실을 수 있게 된 핵심 배경으로는 미국의 H-1B(전문직 비자) 인재 파이프라인 변화가 꼽힌다. 앞서 지난 9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외국인 전문 인력 대상 H-1B 비자 발급 수수료를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로 인상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기존 해당 비자를 발급받을 때 드는 비용이 1,500달러(약 220만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해당 조치는 9월 21일 동부 시간 0시 1분 이후에 제출된 비자 신청 중 미국 밖 지역에 있으면서 유효한 H-1B 비자를 소지하지 않은 건에 대해 적용 중이다.

수수료 인상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인도다. H-1B 비자는 미국이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외국인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운영하는 비자로, 인도인의 발급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지난해 기준 전체 H-1B 소지자(39만9,395명) 중 인도인은 28만3,397명으로 71%에 육박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그동안 인도인에게 H-1B 비자는 아메리칸드림을 실현하는 현실적인 통로 중 하나였다"며 "H-1B 비자로 미국에서 돈을 번 인도인들이 모국 부동산 등에 투자하면서 인도 경기는 활황을 구가할 수 있었다"고 짚었다. 이어 "비자 수수료 인상으로 인해 미국 진출을 노리던 인도 고급 이공계 인재의 이동이 크게 제한됐다"며 "인도 정부 및 기업들은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美 산업계·학계 타격 전망

비자 발급 수수료 인상은 미국에도 자충수가 될 위험이 있다. 인도 인력이 미국 시장을 떠받치는 주요 축 중 하나기 때문이다. 인도인들은 미국 IT 시장에서 막대한 존재감을 뽐내 왔다. 미국 '정보공개법(FOIA)'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컴퓨터 관련' 일자리의 80% 이상을 인도계 인력이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약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 같은 비율이 사실상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의료 분야에서도 인도인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2023년 기준 일반 내과 및 외과 병원 근무자를 위해 승인된 H-1B 비자는 8,200건 이상이었다. 인도는 미국 내 해외 의대 졸업생의 최대 공급국으로, 전체 국제 의사의 약 22%를 차지한다. 국제 의사가 미국 내 전체 의사의 최대 4분의 1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내 전체 의사의 약 5~6%는 인도 출신 H-1B 보유자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들 인력이 미국에서 자취를 감추면 의료계 인력난이 가시화할 수 있으며, 미국 IT 스타트업 및 대학도 STEM 분야 인재 유치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비자 장벽에 부딪힌 인재들이 캐나다·유럽·호주 등으로 대거 이동하며 글로벌 인력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협력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미국에 있어서는 악재다. 기회와 개방성을 앞세워 글로벌 인재를 빨아들이고 혁신을 이끌던 미국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이들 경쟁국은 신속한 비자 발급, 영주권 경로 제도 등을 제시하며 ‘탈미국’ 인재 유치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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