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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사모펀드 손발 묶는 MBK 중징계, 갈라파고스화 자처하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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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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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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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MBK에 '직무정지' 사전 통보
확정 시 신규 펀드 설정에 차질
외국계에 역차별받는 사례 생길 수도

금융감독원이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MBK파트너스에 초유의 중징계를 통보하자 사모펀드(PEF)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MBK가 홈플러스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조건을 변경해 출자자(LP)의 이익을 침해하는 불건전 영업 행위를 했다는 게 중징계의 핵심적인 이유지만, 홈플러스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RCPS를 부채에서 자본으로 전환하기 위해 내린 MBK의 결정을 LP 이익 침해로 보긴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더욱이 이번 제재가 선례로 굳어질 경우 큰손들의 이탈, 글로벌 LP의 투자 냉각, 한국 자본시장 신뢰 훼손 등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장기적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금감원 MBK 제재 둘러싸고 업계 혼란 가중

25일 투자은행(IB)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1일 MBK에 직무정지를 포함한 중징계안을 사전통보했다. 앞서 8월 이찬진 금감원장 취임 후 MBK 본사 현장 조사와 검사 의견서를 보내며 제재 절차에 착수한 지 3개월 만이다. 당국은 MBK의 홈플러스 RCPS 조건 변경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 LP의 이익이 침해됐을 가능성 등을 문제 삼았다. 금감원이 기관 전용 PEF의 GP에 중징계를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업계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MBK가 특수목적법인(SPC)의 RCPS 상환권을 홈플러스에 넘긴 건 홈플러스의 재무구조를 개선해 신용등급 하락을 막기 위한 목적인 만큼 이를 문제 삼긴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MBK가 홈플러스를 지배하기 위해 설립한 SPC 한국리테일투자는 지난 2월 26일 홈플러스와 RCPS의 발행 조건을 변경하는 변경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서엔 RCPS의 상환권을 발행사인 홈플러스가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회계상 자본이 될 수도, 부채가 될 수도 있는 RCPS는 양측이 합의서를 통해 상환권을 SPC가 아닌 홈플러스가 가지도록 변경함으로써 자본이 됐다. 이를 통해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1,408.6%에서 425.9%로 낮아졌다.

이 RCPS는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RCPS와는 전혀 별개의 우선주다. 국민연금은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SPC가 발행한 RCPS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조건을 변경한 RCPS는 홈플러스 인수 과정에서 복잡한 지배구조를 정리하면서 전환사채(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며 발행됐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RCPS는 어떤 조건도 변하지 않았다. SPC와 홈플러스가 이런 변경합의서를 체결한 건 같은 날 한국기업평가로부터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3-로 내리겠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MBK는 SPC가 보유한 RCPS의 상환권을 홈플러스에 넘겨 RCPS가 회계상 자본으로 인식되면 부채비율이 개선돼 신용등급 재심사 과정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이런 결정을 내렸다. 다만 MBK의 이런 노력에도 A3-로 내려간 신용등급이 바뀌진 않았다.

게다가 SPC가 보유한 홈플러스 RCPS의 상환권 자체는 사실상 의미가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상법상 RCPS는 회사에 배당가능이익이 있고, 선순위 채권을 모두 갚았을 때만 상환이 가능한데, 홈플러스는 배당가능이익이 없고 금융기관에서 빌린 선순위 차입금도 먼저 갚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SPC가 보유한 RCPS의 상환권은 사실상 무의미한 상황이었다는 지적이다.

애초에 MBK가 설립한 SPC와 SPC에 투자한 LP인 국민연금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에 금감원의 판단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MBK가 SPC를 통해 투자한 홈플러스를 살리기 위해 내린 결정이 SPC엔 이롭고, SPC에 투자한 LP인 국민연금엔 해가 된다는 건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금감원의 MBK 제재를 둘러싸고 PEF업계에선 혼선이 가중되고 있지만 금감원은 직무정지 제재 배경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 절차가 종결되기 전까지 구체적인 설명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중징계 확정 시 신규 출자 유치 타격 불가피

금감원의 이번 결정은 그간 정치권을 중심으로 쏟아진 PEF에 대한 비판 목소리와 맞물린다. 홈플러스 사태 이후 국회에서는 PEF 활동을 규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됐다. 피인수 회사의 주식과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고 회사채를 발행해 인수 대금을 갚는 차입매수(LBO) 행태가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올랐다. 투자 기업에 대한 LBO, 자산 매각, 배당 등에 대해 LP와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기관 전용 PEF 제도의 취지를 무너뜨리는 법안도 나왔다. 여당에서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기관 전용 PEF도 공모펀드처럼 분기별 자산운용보고서를 작성 및 교부하고, 영업보고서를 제출하는 의무를 담고 있다. LP들이 국민연금처럼 전문성이 매우 높은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PEF에 과도한 공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한 국내 PEF 대표는 "LBO 규제의 경우 그동안 폐해를 보완하는 수준이라 받아들일 수 있지만 공시 의무의 경우 소수 전문가 인력이 차별화된 전략으로 대기업 구조조정을 발 빠르게 돕는 바이아웃펀드의 기존 취지를 뒤흔드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자본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상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PEF가 20년간 쌓아온 관행도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등록 PEF가 오히려 외국계에 역차별받는 사례가 늘어날 뿐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MBK의 직무정지까지 확정될 경우 국내 PEF의 신규 출자 유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자로부터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 앞서 국민연금은 3월 국회 답변 자료에서 “MBK가 제재를 받는 경우 GP 선정 절차 중단 및 취소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여파로 다른 연기금이나 기관투자자의 국내 PEF에 대한 투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GP 취소 사례나 투자금 회수 전례를 찾기 힘들지만 앞으론 정관에 이 같은 조항을 명시할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PEF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물론 주로 해외 기관 중심으로 LP를 확보하고 있어 당장 자금 공백이 크진 않겠지만, 상징성이 상당하다. 국민연금을 놓칠 경우 한국 PEF의 글로벌 신뢰도에도 금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치 범죄 집단 다루 듯" 비판

이번 중징계 사례가 PEF 리스크 관리의 새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PEF 고위 간부는 "이번 사태로 LP들이 투자사 관리와 내부통제 기준을 더 엄격하게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MBK 사태 이후 지난 7월 국내 GP 선정 기준을 강화했다. 국민연금은 정성평가 비중을 확대하고 리스크 관리 역량과 운용사의 사회적 책임 등을 더 비중 있게 반영하기 시작했다. 특히 '운용 수익의 질'이라는 새로운 항목을 신설해 배점을 부여하며 PEF의 책임과 건전성을 보다 엄격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번 제재가 자칫 한국 자본 시장의 정책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와 시장 투명성 제고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목표로 각종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서 나온 대형 PEF의 강도 높은 제재는 장기적으로 자본 조달 환경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글로벌 PEF 대표는 “요즘 해외 LP들은 운용사의 부패 여부와 각종 리스크 요인을 더욱 철저히 검증한다”면서 “GP가 범죄나 규제 이슈에 엮이면 그 자체로 심각한 평판 리스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하나의 사건이 터지면 여론에 밀려 과도하게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글로벌 IB 관계자는 “이번 MBK 사안을 두고 ‘운용사를 범죄 집단 다루듯 한다’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파산하거나, 문제가 명백한 운용사를 제외하면 정상적인 투자 활동과 관련해 징계가 내려진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아직 수사 결론이 난 것도 아닌데 감독 당국이 제재에 나선 것은 해외 LP 입장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에서 PEF 투자를 받은 기업 중 110개가 파산을 신청했지만 운용사에 대한 당국 제재는 드물었다. 한 PEF 운용사 임원은 “하나의 펀드로 여러 기업을 투자하면 실패도 있지만 펀드 기준으로 연기금에 수익을 돌려주는 경우가 더 많다”며 “실패만 문제 삼으면 투자 활동 자체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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