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략 행보 LG CNS, 역량 부족 숨긴 채 글로벌 도전하다 인도네시아 프로젝트 확장에도 어려움 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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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된 품질 논란에 신뢰 확보 난관 기업 가치, 해외 진출 성과에 달려 韓 IT 관리 체계·대응 역량 도마 위

LG CNS가 인도네시아 대기업의 자원관리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사업에 착수한 가운데, 해당 프로젝트를 지켜보는 현지 업계의 반응이 냉담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기존 정부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드러난 오류와 운영 지연을 둘러싼 논란이 현지 정부의 공개 비판으로 이어지며 신뢰 부담이 커진 탓이다. 여기에 상장 당시 해외 투자자들의 싸늘한 평가까지 회자되면서 해외 IT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던 기업의 청사진 역시 빛이 바랜 모양새다.
내부 설득조차 실패한 IT 품질 문제
25일 IT업계에 따르면 LG CNS는 인도네시아 코린도(KORINDO)그룹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클라우드 ERP로 전환하는 사업에 이달 초 착수했다. 자카르타에 본사를 둔 코린도그룹은 팜오일과 중공업, 금융, 해운, 물류, 풍력 및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는 현지 대표 기업이다. LG CNS는 “코린도가 기존 온프레미스(설치형) 방식으로 사용 중인 SAP ERP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해 비즈니스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환을 통해 인프라 관리 부담을 줄이고 글로벌 표준 업무 프로세스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현지 업계의 반응은 다소 미온적이다. LG CNS가 인도네시아 국세청(DJP)의 핵심 세무행정시스템 코어택스(Coretax)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반복적 오류와 기능 장애를 드러낸 탓이다. 해당 시스템은 로그인 지연과 신고 오류, 데이터 동기화 실패 등이 이어지면서 결국 유디 사데와 인도네시아 재무부 장관까지 나서 강력 비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데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한국 개발자들의 프로그램 수준은 고졸 프로그래머 수준”이라며 계약 해지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어 그는 “시스템 개선이 지연된 원인은 외부 업체가 통제권을 보유한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고, 인도네시아 재무부 역시 “소스코드를 넘겨받아 우리 개발진이 직접 수정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LG CNS를 둘러싼 이 같은 평가는 코린도 ERP 전환 사업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과거 대규모 공공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현실적 문제들이 현재 기업 고객의 판단 기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면서다. LG CNS가 강조하는 효율성보다 품질 신뢰도 문제가 먼저 해소돼야 한다는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LG그룹 내부적으로는 이 같은 상황을 예견했다는 평이 우세하다. 익명의 LG그룹 내부 관계자는 “회사가 자체 개발했던 채팅 시스템이 기능적 불편과 안정성 문제로 인해 직원들의 불만이 누적된 바 있다”며 “결국 업무용 협업 도구를 마이크로소프트(MS) ‘팀즈(Teams)’로 되돌렸다”고 말했다. 이는 해외 IT서비스 수출 확대를 추진하는 기업이 내부 계열사의 요구조차 충족하지 못했단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코어택스 구축 사업에서 드러난 오류와 현지 정치권의 공개 비판, 통제권 논란, 그리고 내부 협업 시스템 실패 등이 겹치면서 LG CNS의 새로운 프로젝트는 안팎으로 기술 신뢰가 약화된 기반 위에서 시작되는 형국이다.
“해외 진출 확대” 핵심 전략
LG CNS가 증시에 입성하며 해외 사업 확장을 공언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평가는 더욱 치명적이다. LG CNS는 올해 초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을 회사의 핵심 성장 전략으로 제시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실행 계획을 대규모 수치와 개별 사업 단위로 명확히 제시했다. 증권신고서에 “상장을 통해 예상되는 자금 5,150억원 중 3,300억원을 해외 IT 전문 기업 인수에 투입하겠다”고 명시하며 글로벌 확장을 전제로 한 공격적 투자 전략을 분명히 밝히는 식이다. 비교 기업으로 일본 IT 기업 ‘NTT데이터’를 선정한 것 또한 해외 시장에서의 사업 구조와 수익 모델을 따라가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해외 매출 비중 추이 역시 상장 당시 해외 확장 약속이 회사 운영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드러냈다. LG CNS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21년 12.4%에서 2022년 14.7%, 20233년 18%로 꾸준히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해외에서만 약 7,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런 흐름 때문에 시장에서는 “상장 이후 기업가치의 핵심 변수는 해외 진출 성과”라는 평이 주를 이뤘다. LG CNS가 제시한 청사진이 ‘글로벌 프로젝트 기반의 성장 모델’인 만큼 상장 이후 시장의 기대치 역시 해외 시장에서의 실적 창출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인도네시아 AI 데이터센터 수주는 LG CNS의 글로벌 확장의 실체를 증명하는 사례로 활용됐다. LG CNS는 지난 8월 인도네시아 시나르마스 그룹과 만든 합작법인 ‘LG 시나르마스 테크놀로지 솔루션’은 1,000억원 규모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계약을 체결했다.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한 해당 프로젝트는 서버 10만 대 이상을 수용하는 구조로, 수전용량 30메가와트(MW)에서 220MW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제시됐다. 이는 LG CNS의 해외 합작사 기반 사업 모델과 인프라 구축 역량을 강조하는 데 핵심적 근거가 됐다.
해외 사업 강화를 위한 재무 구조 개선과 인수 전략을 병행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밝혔다. 해외 및 신규 사업 인수를 본격 추진하는 시점을 2027년으로 못 박으며 인수 대상도 금융·공공 디지털전환(DX) 전문회사, AI·소프트웨어 전문회사, 스마트엔지니어링 분야 등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이는 LG CNS의 해외 확장 공언이 전략적 방향성 수준을 넘어 투자 목적과 인수 대상, 지역별 사업 로드맵까지 모두 아우르는 ‘실질적 경영 계획’에 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인도네시아에서 드러난 기술 신뢰 문제와 품질 논란은 상장 당시 제시한 성장 모델의 근간을 흔든다는 점에서 그 충격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기본 역량 부족, 해외 확장 한계로 작용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LG CNS 상장 당시 글로벌 시장에서 제기된 우려 섞인 평가까지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1월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LG CNS는 기관투자자 2,059곳을 끌어모았고, 그 결과 114대 1 경쟁률로 IPO 흥행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해외 기관의 주문량은 전체 수량의 3% 수준에 머물렀고, 일정 기간 주식을 보유하겠다는 보호예수 요청 기관도 15곳에 불과했다. 통상 대형 IPO에서 해외 기관 비중이 10% 안팎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수치는 해외 투자자가 LG CNS의 향후 성장성에 의문을 제기했음을 보여준다.
해외 투자자들이 주저한 배경에는 국내 시스템통합(SI) 기업 특유의 수익성 한계와 기술·운영 역량에 대한 우려가 짙게 깔렸다. LG CNS가 글로벌 고객 기반을 확대하는 데 필요한 안정적 서비스 역량을 갖췄는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판단이 엇갈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LG CNS가 상장 직전 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 등지에서 개발 거점을 운영하고, 미국과 일본에 ERP 제품을 출시하며 외연을 확장했음에도 다수의 기관은 “태생이 SI 기업인 만큼 수익성을 뒷받침할 카드가 부족하다”는 시각을 보였다. 이는 LG CNS가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하기 이전부터 신뢰의 간극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기술 신뢰를 둘러싼 문제가 LG CNS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IT업계 전반에서 반복된 보안 사고와 대응 실패 사례는 한국 IT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관리 체계와 대응 역량 보유에 대한 의문을 키운다. 올해 하반기 연이은 해킹 사고에서 즉각적인 사실 공개나 초기 대응에 실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KT는 서버 침해 사실을 인지하고도 신고 기한을 훌쩍 넘긴 뒤에야 대응에 나섰고, 예스24는 랜섬웨어 공격을 받고도 거짓 안내를 하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반박으로 문제가 드러났다.
이들 사례 모두 기술적 문제보다 은폐와 늑장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실시한 ‘정보보호 실태조사’에서도 정보 침해사고 후 신고한 비율은 19.6%, 사고 후 대응 조치를 취한 비율은 32.3%에 그쳤으며, 보안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기업은 3%에 불과했다. 상당수 중소기업이 연간 보안 예산 부족을 이유로 관련 투자를 미뤄둔 결과다. 이는 다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준의 보안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결국 LG CNS가 직면한 기술 신뢰 문제는 개별 기업의 실패를 넘어 국내 IT 산업 전반의 역량 부족이 겉으로 드러났다는 관찰이 가능하다.

국내 개발 문제부터 해결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 나섰어야
국내 주요 IT 개발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에서 흔히 보이던 문제가 인도네시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사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는 개발자, 디자이너가 기획을 함께하고, 시스템 설계에 대한 아이디어가 슬랙(Slack) 등의 채팅을 통해 실시간으로 반영되면서 전체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구조인 반면, 국내 IT기업들은 기획자가 기획서를 완성하면 추가적인 질문없이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최단시간에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때문에 기획자가 잘못했거나, 프로젝트 중 고객사 요청에 프로젝트 방향을 수정해야 할 경우, 유연성이 매우 떨어지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한국식 IT 개발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 IT스타트업 관계자는 "한국 사회의 상명하복 구조가 그대로 프로젝트 경직성으로 나타나는 탓에 대기업처럼 업무 분장이 엄격하게 나뉜 SI 업체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 기획서 단계에서부터 고객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지 않으면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난 이후에 다시 새롭게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매우 잦다"고 지적했다. 이번 인도네시아 정부의 불만 사태에 대해서도 "올 것이 왔을 뿐"이라며 "근본적으로 IT프로젝트 운영 방식을 개선하지 않고는 향후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업계 주요 관계자들은 수익성 문제도 함께 지적한다. 이미 글로벌 IT 외주 시장에서 ERP 등의 서비스는 인도, 아랍 지역 등의 저가 인력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태로, 국내 기업이 수익성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오픈소스 ERP인 '오두(Odoo)'는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업체의 사정에 맞게 시스템을 고쳐주는 벤더 회사들이 글로벌 시장 곳곳에 널려있다. 벤더사들이 인도, 아랍 지역 개발자들을 '리모트(Remote, 재택근무)' 형태로 운영하는 시스템을 이미 코로나19를 겪던 시절부터 갖춘 상태로, 인건비 절감 수준과 업무 협업 역량으로는 국내 기업들이 따라가기 버거운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 심지어 Odoo와 오픈소스 ERP 시장에서 경쟁 중인 인도의 ERPNext는 아프리카 지역의 개발자들이 대거 투입돼 인건비를 절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인건비와 더불어 시스템의 유연성 문제도 꼬집는다. 오픈소스로 20년 이상 서비스를 이어온 Odoo, ERPNext 등이 다양한 기업들의 사정에 맞춰 유연하게 변형되도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반면, 국내 IT 업체는 한국의 정형화된 시장에서만 서비스를 해 왔기 때문에 개발자 그룹의 유연성, 시스템 자체의 유연성이 모두 떨어진다는 것이다. 국내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않고 무작정 글로벌 시장 진출만 외치던 것이 결국 한국보다 IT인프라가 부족한 인도네시아에서 오명을 덮어쓰는 사태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관계자들은 한국 개발업계가 글로벌 시장의 오픈소스를 쓰면서 체급을 키우기 전에는 속칭 '콜라파고스(한국을 뜻하는 코리아와 찰스 다윈의 진화론 연구에 핵심이 된 태평양 한 가운데 외딴섬 갈라파고스 제도의 합성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역설한다. 같은 이유로 게임 같은 자체 시스템이 아니라 글로벌 각국의 필요에 맞춘 변형이 필수적인 ERP 시스템으로 해외 진출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