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로봇 200만 시대 진입한 중국, 정부 지원·물량 공세 뒤 남은 ‘품질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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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로봇 늘리며 세계 점유율 압도
전폭적 정부 지원으로 보급 가속화
‘물량 확대’ 중심 성장 한계 드러나

중국이 지난해 30만 대에 가까운 산업용 로봇을 설치하며 ‘로봇 강국’으로서 위상을 강화했다. 제조업 비중이 압도적인 대규모 내수 기반과 중앙·지방 정부의 공격적인 보조금 및 인프라 투자 전략이 결합되면서 로봇 산업 전반이 빠르게 성장한 결과다. 다만 현장에서는 품질과 내구성, 연속 작업 안정성 등 기술 신뢰성이 확인되지 않은 채 투입된 로봇들이 운영을 멈추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기존 성장 전략의 한계 또한 속속 드러나는 모양새다.
제조업 기반이 만든 로봇 수요 집중
26일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9만5,000대의 로봇을 산업 현장에 배치하며 전 세계 다른 국가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도입량을 기록했다. 이로써 중국이 운영 중인 산업용 로봇 역시 200만 대를 넘어섰다. IFR는 중국 제조업 전반에서 대규모 자동화 수요가 빠르게 발생한 점을 핵심 요인으로 제시한다. 전자·자동차 부품 같은 전략 산업에서 생산 공정의 정밀화 요구가 높아지며 로봇 투입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과거 사양 업종으로 분류됐던 전통 제조업조차 로봇 도입을 통해 공정을 전환하면서 산업 전반의 도입량이 함께 올라가는 흐름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중국 제조업 내부의 수요 기반은 산업용 로봇 도입 속도를 설명하는 핵심 축이다. 2020년대 들어 중국 정부와 산업계는 생산부터 수출까지 연결되는 전 과정을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로 전환하고 나섰다. 의류 업체는 AI 활용으로 샘플 제작 시간을 70% 이상 단축하고, 가전 제조사가 AI ‘공장 두뇌’를 도입해 세탁기 생산 라인을 최적화하는 식이다. 이처럼 제조 공정의 세분화와 공장 내 데이터 활용 빈도가 높아지면서 로봇이 공정 전체를 통합하는 중심축 역할을 하게 됐다. 이는 중국이 전략 산업 전반에서 로봇을 ‘선택’이 아닌 ‘전제 조건’으로 만들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AI 등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생산성을 판단해 지정하는 ‘등대 공장’에서도 중국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올해 지정된 전 세계 131개 등대 공장 가운데 중국 본토에 위치한 공장은 무려 45곳으로, 미국이 3곳에 그친 것과 대비됐다. WEF는 “중국의 다층적인 산업 기반이 로봇 기술과 빠르게 결합되는 환경이 갖춰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실제로 이번 등대 공장에 지정된 ‘바오스틸’ 상하이 공장에서는 AI 도입 후 관리자가 설비 조정을 위해 개입하는 시간 간격이 3분에서 30분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는 로봇과 데이터 시스템의 결합이 매우 정교한 수준에 올라간 결과라는 설명이다.
중국이 자랑하는 촘촘한 공급망 또한 로봇 산업 성장의 핵심 기반으로 꼽힌다. 장쑤·저장·상하이 등 창장삼각주, 선전·둥관을 축으로 한 주강삼각주 등지에 감속기와 서보모터, 제어기, 센서, 배터리 등 부품 공급과 시스템 통합이 한 도시권 안에서 가능한 ‘메가 클러스터’가 형성되면서 로봇 개발 시간을 단축시키고 비용 또한 대폭 낮아진 것이다. 로보락을 비롯한 소비자용 로봇 기업이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단기간에 성장하고 전 세계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이러한 공급망 최적화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프로젝트성 지원 통한 산업 육성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 등 강력한 지원책은 중국 로봇 산업의 약진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핵심이다. 중국 중앙정부는 지난 10여 년 동안 △중국제조 2025 △13차 5개년 계획 △로봇산업 발전계획(2016~2020) △14차 5개년 계획 등을 통해 로봇 산업을 국가 전략 분야로 규정하며 연속적인 육성 계획을 내놨다. 2023년에는 ‘로봇 플러스 응용행동 실시방안’을 통해 제조업 로봇 밀도를 2020년 대비 두 배로 올리고, 100개 이상의 혁신 응용 솔루션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런 계획들의 연속성은 자금과 연구개발(R&D), 시험평가, 표준화, 응용 및 확산을 하나의 축으로 묶어 산업 전반을 빠르게 성장시키는 기제로 작동했다.
지방정부도 자체 전략으로 지원 강도를 높였다. 베이징은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를 설립하고 최대 3,000만 위안(약 424만 달러·62억원) 규모의 R&D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했고, 상하이는 ‘스마트 로봇 산업 고품질 혁신 발전 촉진 행동 방안’을 발판 삼아 대규모 AI 모델과 공공 서비스 플랫폼을 결합한 협동 혁신 체계를 구축했다. 또 선전은 광둥성 제조업 기반을 활용해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업 혁신센터’ 설립을 추진했고, 안후이성 역시 2030년까지 본격적인 산업화를 목표로 허페이·우후에 혁신센터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같은 경쟁적 지원책은 단순 보조금 지급을 넘어 산업 클러스터를 다층적으로 확장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직접적인 소비·구매 지원도 가격 인하와 보급 가속화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지난 8월 베이징 이좡에서 개최된 세계 최초의 ‘로봇 소비 페스티벌’은 개인 소비자에게 최대 1,500위안(약 212 달러·31만원), 기업 구매자에게 최대 25만 위안(약 3만5,000달러·5,200만원)의 구매 보조금을 제공했다. 축제 기간 41개 기업이 100여 개 로봇을 선보였고, 기업 구매자를 위한 체화지능(embodied intelligence) 로봇 전문점 ‘4S(Sale·Sparepart·Service·Survey)’도 운영됐다. 이는 직접 보조금과 대규모 홍보·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 진입 장벽을 빠르게 낮추려는 시도로 해석됐다.
아울러 중국은 재정 인센티브를 정책 전반에 폭넓게 연결해 산업 비용 구조 자체를 낮추는 방식을 병행했다. 9,800억 위안(약 1,380억 달러·202조원)에 달하는 국가 벤처 캐피털 가이드 펀드와 580억 위안(약 82억 달러·12조원) 규모 국영 AI 투자 펀드를 통해서다. 이들 펀드는 산업 전반에 투자되며 인프라 구축 지원, 컴퓨팅 바우처, 연구소 지원 등 제조 단가 절감과 같은 효과를 낳았다. 이를 발판 삼아 중국은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지능화 등급 표준’을 발표하며 기술 평가 기준을 선제적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거버넌스 체계는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규범 정의권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며, 결과적으로 중국산 로봇의 해외 보급 속도를 더 빠르게 끌어올리는 기반으로 작동할 전망이다.

고정밀 제어 등 성능 불안정성 문제도
문제는 기술 경쟁 국면에서 드러난 품질 논란과 신뢰성 과제가 중국 로봇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휴머노이드·서비스·산업용 로봇 전 영역에서 거대한 계획과 투자를 쏟아부었지만, 정작 현장에서 확인되는 성과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문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산업용 로봇 대부분 기본 물류 이송과 단순 조립처럼 비교적 정형화된 작업에 집중된 데다, 예측 불가능한 변수로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선 사람을 전면 대체한다는 목표와는 간극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중국이 제시한 기대치와 기술 현실 간의 괴리가 중국 로봇 산업이 넘어야 할 첫 번째 시험대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현장에서 포착되는 장면은 이런 한계를 보다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상하이 푸둥 첨단 산업단지 골목에서는 녹슨 채 버려진 1인용 AI 진료실과 전원이 꺼진 채 고철처럼 버려진 AI 약품 판매기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도입 당시만 해도 비접촉 진료와 무인 결제, 자동 분리수거 같은 화려한 기능을 내세웠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선 인식 오류와 오작동, 사용자 불편이 누적되면서 방치됐다. 겉으로는 ‘첨단 기술 실험장’을 내세웠지만, 현장에서는 미완성 제품과 잦은 장애로 효율보다 혼란만 키운 현실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실험에서는 이 같은 문제점을 뒤로 미뤄둔 채 가격 경쟁을 전면에 내세웠다. 일례로 중국 로봇기업 유니트리가 내놓은 휴머노이드 로봇 ‘G1’은 키 135cm, 무게 35kg, 전신 43자유도, 피크 토크 120N·m, 약 2시간 배터리 지속시간을 내세우면서도 가격을 11만3,000위안(약 1만6,000달러·2,300만원) 선으로 책정해 주목받았다. 비슷한 스펙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사족보행 로봇 ‘스팟’의 가격이 7만4,500달러(약 1억900만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중국 업체들은 파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시장 판도를 바꾸겠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발신한 셈이다.
다만 가격과 물량 공세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 중국의 고민으로 남는다. 그간 중국 기업들은 다소 불안정한 기술이라도 일단 시장에 선보이고, 피드백을 받아 개선하는 방식을 통해 드론과 전기차, 배터리 등에서 성과를 이루는 패턴을 보여 왔다. 그러나 로봇 산업은 안전과 연속 가동, 정밀 제어 같은 요소가 직결되는 분야로 꼽힌다. 이제는 거대 자본과 데이터가 아닌, 신뢰 제어 기술과 품질 인증 체계를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에 따라 중국 로봇 산업의 미래 또한 판가름 난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