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30년’ 직면한 중국, 부동산 ‘부실 도미노’ 차단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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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품 터진 중국, 5년째 정상화 요원 은행권, 부실 압출 위한 담보자산 직판 확대 단기 충격 감수한 금융 정책 전환

부동산 거품 붕괴로 부실 대출이 폭증한 가운데, 중국 은행들이 담보로 확보한 부동산 매각에 직접 나서고 있다. 현재 중국 부동산 시장은 1990년대 일본을 연상시키는 청산 지연의 덫에 빠진 상태다. 은행과 정부가 손실 확정을 피하기 위해 가격 붕괴를 늦추는 선택을 반복한 결과 거품이 꺼졌음에도 시장 정상화는 요원하기만 하다. 이에 중국 정부는 부실 청산을 앞당기고 가격 정상화에 따른 충격을 감수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에 나섰다. 단기적으로 가격 급락과 신용 경색이 불가피하나, 시장에서 부실을 빠르게 소화하지 못하면 일본식 장기 침체를 피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中 은행권, 담보 부동산 처분 위해 ‘직판’
26일 홍콩경제일보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까지 최소 23개 금융기관이 인터넷 플랫폼 등을 통해 주택과 사무용 건물 등 약 7만 건의 담보 부동산을 팔았거나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징둥(京东)과 알리바바(阿里)의 자산 플랫폼을 중심으로 '은행 직접 공급'이라는 문구와 함께 부동산이 거래되고 있으며, 해당 플랫폼을 통해 국유은행부터 지방 신용금고까지 광범위하게 부동산 처분에 나서고 있다. 구체적으로 쓰촨성 농촌상업연합은행(Sichuan Rural Commercial United Bank)은 약 2만5,000건을 매각하고 있으며 중국 동북부의 길림은행(Jilin Bank) 2,000건, 북서부의 란저우은행(Lanzhou Bank)은 1,780건을 판매하고 있다. 이는 2024년 한 해 동안 상하이에서 신규 분양된 주택(5만9,000건)보다 많은 수치다.
중국 은행권이 직접 처분하고 있는 자산은 채무자가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으로, 대출 회수가 어려워지자 부실채권 처리 차원에서 매각에 나선 것이다. 현재 중국 은행들은 대량의 ‘대출 상환 포기’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만, 일반 경매 절차를 밟으려면 최소 1년 이상 걸린다. 은행의 부실 채권 처리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첫째는 채권을 자산관리회사 등 제3자에게 할인가로 매각하는 것이고, 둘째는 담보물을 직접 취득하는 방식으로 협의 취득과 법원 소송 취득으로 나뉜다. 현재 급증하고 있는 은행 직판 부동산은 대부분 담보물 취득 후 재판매하는 자산이다.
중국 정부 공식 통계상 은행권 부실채권 비율은 1.5%대로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글로벌 애널리스트들은 상장사 재무자료를 기반으로 잠재적인 부실채권 추정치를 7.8%로 제시하고 있다. 2025년 들어 처리한 부실자산 규모만 전년 대비 30%가량 증가한 3조8,000억 위안(약 787조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래 5년 연속 3조 위안(약 621조원)을 상회하는 추세다. 중국은행 산하 연구기관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 평균 주택담보대출 채무불이행자 비율은 3.7%로, 2022년(1.6%)보다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5%를 넘어선 지역도 있다.
은행 직판 부동산의 가장 큰 특징은 시장가 대비 최대 50% 수준의 파격 할인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의 한 소규모 금융기관은 성도 하얼빈에 위치한 105평방미터(㎡) 규모의 사무실을 주변 지역 시세의 절반 가격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란주농상은행도 베이징 차오양구의 140㎡ 주택 가격을 주변 시세보다 250만 위안(약 5억원) 낮은 743만 위안(약 15억원)으로 책정했다. 이 밖에 다른 금융사들도 매수자를 찾기 위해 부동산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하하고 있다.
‘잃어버린 30년’ 길 답습
중국 은행권의 부동산 직판 현상은 1990년대 일본 은행권의 행보와 유사하다. 일본은 1990년 이후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면서 주택 및 토지 가격이 70% 이상 폭락했고, 이후 신용 경색과 함께 유동성 함정에 빠지게 됐다. 잃어버린 30년의 배경이다. 일본 부동산 버블 붕괴가 장기침체로 확산한 데는 은행과 정부가 위험을 지연시키기에 급급했던 영향이 크다. 은행은 담보가치 붕괴가 대손처리로 이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회수를 의도적으로 늦췄고, 정부 역시 재정 기반의 근간인 토지수입 급락을 차단하기 위해 가격 하방 압력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개입을 지속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거래 절벽과 재고 누적을 동시에 고착시키며 시장이 가격을 재조정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사실상 정지시켰다.
그런데 현재의 중국 상황도 이때의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동산 버블이 한창일 당시 중국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 PIR(Price income Ratio, 연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은 50배를 넘었다. 1년에 버는 돈을 50년 동안 꼬박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에서 거품 경제가 터지기 직전인 1990년 도쿄의 PIR은 18배였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거품이다.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20년 넘게 꾸준히 상승했으며, 매년 중국 부자 순위 상위권도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점령했다.
중국 부동산 버블의 근원적 요인은 정부의 정책적 오판에 있다. 중국 정부가 지방정부의 재정 구조를 토지 매각 수입에 의존하도록 설계하면서 부동산 개발이 사실상 세수 확보 수단으로 전환됐다. 이로 인해 채권 발행이 제한된 지방정부는 토지사용권을 민간에 넘겨 재원을 조달하는 방식에 집중했고, 토지가격 상승이 곧바로 재정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됐다. 땅값이 오르면 지방정부 수입이 불어나고, 이 가격 신호가 다시 주택가격을 끌어올리는 투기적 사이클을 강화된 것이다.
보유 과세 체계가 부실했던 점도 투기 과열을 자극한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사유 재산을 제도적으로 인정하지 않아 부동산 보유세나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억제 장치가 전무하다. 부동산을 아무리 많이 갖고 있어도 세금 부담이 없다 보니 투기적 매수와 개발 사업이 무제한적으로 확대됐고, 시장은 실수요 기반을 상실한 채 자산 가격 상승 만을 목표로 하는 과열 국면에 빠져들었다.

거품 청산 과정 장기화
이렇게 생성된 거품은 2020년 중국 정부가 부동산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나서면서 급격히 꺼지기 시작했다. 그 전부터 쌓인 불황의 조짐이 본격화하면서 부실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인데, 중국 내 대형 부동산 업체들조차 자금난에 시달리며 분양한 아파트 공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중국 정부의 정책 오판은 이때도 이어졌다. 그간 중국 당국은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적극적 자금 지원을 통해 시장 안정화를 꾀했으나, 당시엔 오히려 시장 정화의 기회로 삼아 기업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상황은 심각했고 ‘대마불사’라는 별칭이 무색할 정도로 헝다, 비구이위안 등 중국 내 우량 부동산 회사들까지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는 중국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가속화했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고생을 하다 이제야 탈출구를 만들어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정반대의 상황에 빠진 셈이다. 중국 경제에서 부동산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1이나 된다. 부동산이 무너지면 철강, 시멘트, 가전 등 연관 산업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구조다. 게다가 중국 부동산에는 가계는 물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개발업체, 국유은행 등이 채권-채무자로 깊고 밀접하게 얽혀 있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규제에 따른 침체가 과도해지자 중국 정부는 2022년 말에야 뒤늦게 수요·공급 대책을 잇따라 내놨지만 부진은 지속됐다. 지방정부 인프라 투자는 이어졌으나, 3선도시에 투자가 집중되는 등 비효율성이 나타났다. 이는 중국의 국가부채를 폭등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부채 비율은 2010년 33%에서 2023년 82%로 급등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방정부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의 부채 문제까지 겹쳐 있다. 글로벌 금융그룹 BBVA는 LGFV가 갚아야 할 부채 규모를 78조 위안(약 1경6,000조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중국 전체 경제 규모의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다.
최근 정부 주도하에 중국 주요 개발사들이 채무 재조정을 마치는 등 불확실성 해소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부동산 위기 해결의 첫 단계에 불과하다. 미완공 주택 완공이라는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 미완공 아파트 구매자들은 이미 대금을 지불한 상태다. 이들 가계가 불확실한 상태로 묶여 있던 자산을 확보하고 정상적인 소비 활동을 재개해야 중국 경제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내수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 전역에 쌓여 있는 막대한 미분양 주택 재고 해소도 시급하다. 중국 정부는 일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저가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개발사들이 이들 물량을 시장에서 소화하는 것으로, 이 과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