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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4천억달러+기술훈련’ 요구한 미국, TSMC 적자와 조지아 사태가 만든 새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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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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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과학단지식 모델 반영 가능성
미국 TSMC 공장 적자 행진 원인
조지아 사태로 인력 의존 위험 학습

미국이 대만과의 새 무역협상에서 반도체 투자 확대와 미국인 노동자 교육을 결합한 패키지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면서 협정의 초점 또한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양국은 대만 기업이 미국 현장에 자본과 기술 인력을 함께 파견해 생산 설비를 가동하고, 현지 근로자에게 공정 기술을 전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과학단지 운영 경험을 포함한 대만식 모델 도입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필요한 조건을 명확히 하며 협상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투자·기술훈련’ 패키지

26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만과의 새로운 무역협정을 추진하면서 대만 기업의 미국 내 반도체 투자 확대와 미국인 노동자 기술 교육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TSMC를 포함한 대만 기업들이 자본과 기술 인력을 미국에 보내 공장 가동과 미국인 교육을 병행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면서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 맺은 투자 협정 구조와 유사하되, 대만 특유의 과학단지 모델이 반영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보도에서 확인된 양국의 협상안은 대만 기업의 미국 내 생산설비 확충과 현지 노동자 교육 체계를 패키지 형태로 묶은 형태가 특징이다. 미국은 대만의 반도체 생산 역량을 활용해 자국 내 제조 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담았고, 대만은 미국 시장에 적용되는 20% 관세를 낮추기 위한 접근을 병행하는 구조다. 이는 대만 기술진이 미국 현장 교육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의 구체적 협력안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협상의 범위가 매우 넓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이 요구하는 투자 규모와 교육 프로그램의 범주 역시 기존 다른 국가들과의 협정보다 크게 확대됐다는 전언이다. 한 소식통은 “(미국이 대만에) 한국과 일본의 투자 약속액 중간 수준에 해당하는 4,000억 달러(약 586조원) 투자를 요구했으며, 여기에는 1,650억 달러(약 242조원) 규모의 TSMC 미국 프로젝트가 함께 포함된다”고 말했다. 대만 행정원 경제무역협상판공실(OTN) 역시 “협상팀이 현재 ‘대만식 모델’로서 미국과 공급망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인 노동자 교육 규정은 이번 협상에서 처음으로 구체적인 조항 형태를 갖췄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사우디 투자포럼 연설에서 “반도체 산업에서 우리가 성공하려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외국 기업들이 자국 인력을 데려와 미국인을 가르치게 해야 한다”며 외국 숙련공의 기술 전수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이 같은 발언을 반영해 미국이 요구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반도체 제조공정 전반을 포함해 첨단 장비 운용, 공정 품질 관리, 생산기술 숙련 등으로 폭넓게 제시될 전망이다. 

업그레이드 지연, 손실 누적

이러한 논의가 본격화한 배경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가 미국 공장에서만 유독 심각한 적자를 내고 있다는 현실이 자리한다. 지난해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에 힘입은 TSMC는 본사와 첨단 팹 실적 모두 사상 최대 매출과 이익을 기록했지만, 미국 워싱턴 공장은 전혀 다른 궤적을 보였다. 해당 공장은 1998년 설립 이후 200mm 웨이퍼와 0.35~0.16 마이크론 공정 같은 25년 전 구형 기술에 머문 채 업계의 300mm 전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고, 그 결과 지난해 3,200만 달러(약 446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카마스 공장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데는 기술 수준 문제뿐 아니라 비용과 입지, 인력 구조가 동시에 작용했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자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카마스 사례를 두고 “처음에는 혼란 그 자체였다”고 표현하며 “노동자 1,000명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인건비를 대만보다 50% 더 써야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카마스 공장은 낡은 설비와 높은 인건비, 제한된 생산량이 결합한 채 경쟁력 약화가 심화되는 구도가 굳어졌고, 본사의 성장 흐름과 완전히 동떨어진 채 침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전형으로 평가됐다. 

애리조나 신규 공장의 사례는 미국 내 TSMC 생산거점이 떠안은 한계를 더 극명하게 보여준다. TSMC는 연례보고서에서 미국 애리조나 공장의 지난해 순손실이 143억 대만달러(약 4억5,000만 달러·6,30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는데, 같은 기간 중국 난징 공장은 순이익 260억 대만달러(약 8억3,000만 달러·1조1,000억원)를 기록해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이를 두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시장을 무시하고 정치적 개입을 통해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려 한 결과 근본적인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처럼 워싱턴과 애리조나 두 공장에서 드러난 적자와 운영 난맥상은 미국이 대만과의 새 무역협정에서 투자와 인력·교육 패키지를 강하게 요구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동한다. 단순히 공장 건물을 늘리고 장비를 더 들여오는 수준으로는 공급망과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기술 인력 도입 및 훈련 조항을 필수 조건으로 묶어두겠단 구상이다. 미국이 새로운 딜 패키지에 자본 투입과 함께 교육·기술 이전 프로그램을 정밀하게 설계해 넣은 배경이다. 

무리한 단속 후 공정 차질 경험

지난 9월 조지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기술 인력 구금 사태도 트럼프 행정부에 일종의 학습 효과를 안겼다. 당시 미 이민세관단속국과 국토안보수사국이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총 475명이 체포됐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300여 명으로 현장에서 장비를 설치하고 기술을 전수하던 핵심 인력 상당수가 미국 내 비자 검증 절차를 이유로 일시 구금됐다. 이후 한·미 양국 정부는 긴급 협의를 통해 사태를 수습했지만, 단속 이후 한국인 기술 인력이 대거 귀국하면서 프로젝트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지역 경제개발 당국은 뒤늦게 한국 인력의 대체 불가능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현대차 전기차 공장이 위치한 서배너 경제개발청의 트립 톨리슨 청장은 지역 언론 인터뷰에서 “그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현대차 공장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은 장비를 설치하고, 미국인 직원들에게 배터리 셀 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기술자들이 고도의 장비 설치와 시운전은 물론 생산 라인 초기 안정화까지 책임지고 있으며, 공정별 절차와 안전 기준, 품질 관리 노하우를 미국인 근로자들에게 단계적으로 전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치권과 연방정부의 반응도 이어졌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사태가 벌어진 직후에는 불법 이민 단속의 정당성을 옹호했지만, 이후 미국 비자 제도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며 한발 물러섰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문제가 된 단속 방식에 “매우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미국이 특수 시설을 구축하고 우리 근로자를 훈련시키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온 전문가들이 현장에 상주하며 교육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부당하게 구금됐던 이들이 바로 미국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초청된 전문가라는 모순을 둘러싼 비판은 한동안 이어졌다. 

미국이 대만과의 협상에서 ‘기술 교육’ 조항을 포함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술 이전과 생산 초기 단계에서 외국 숙련 인력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이 조지아 배터리 공장 가동 중단과 일정 지연을 통해 검증된 까닭이다. 대만 기업이 미국에 자본과 설비를 들여오더라도, 교육과 기술 전수를 포함한 실질적인 운영 역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애리조나와 카마스 사례처럼 적자 공장만 늘어나는 결과를 피할 수 없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이다. 이는 대만 기술자 파견과 미국인 교육 프로그램, 현장 숙련도 제고 방안 등 인력 확보 조항이 단순 투자 요구를 넘어 공장 운영의 지속성과 생산 효율을 보장하기 위한 조건으로 부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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