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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충돌 속 트럼프 ‘소극적 중재 시도’? 일본 정가에 번지는 경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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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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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적 지지 표현 부재에 불안 확대
러시아·북한, 일본 비판→중국 지지
남중국해 연안 갈등 확대 기류 형성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중국과 일본 간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을 둘러싼 논쟁 또한 뜨거워지는 형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과의 대화에서 이번 갈등에 대한 구체적 입장 표명을 삼갔고, 이에 일본 내부에선 미국의 갈등 완화 의지가 불분명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국의 갈등이 주변국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이면서 동아시아 전반의 외교·안보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자국 발언권 축소 등 우려

27일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는 자국과 중국의 갈등을 두고 모호한 태도로 일관 중인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불안 요소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형성됐다.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한 직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도 대화에 나서는 등 일부 중재 움직임이 있긴 했지만, 양국 갈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가 파악되지 않은 만큼 사태 악화에 대한 우려와 경계심이 짙어졌다는 전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중국의 입장을 일정 부분 이해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다카이치 총리와의 통화에서는 중·일 갈등이나 대만 문제와 관련한 명시적인 지지 발언을 삼갔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동맹국 지도자가 표면적으로만 동조적 제스처를 보내며 구체적인 안보 공약은 재확인하지 않았다”는 평이 뒤따랐고, 향후 위기 국면에서 미국이 어느 수준까지 일본의 편에 서줄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불안 또한 사회 전반으로 확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공식 석상에서 미국과 중국을 ‘주요 2개국(G2)’으로 묶어 언급했다는 점도 일본의 위기감을 자극한 요소다. 일본에서는 해당 표현을 사실상 두 나라가 태평양을 양분해 세력권을 조정하는 구상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간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을 축으로 중국의 팽창을 견제한다는 안보 전략을 취해 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자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뉘앙스를 내비치면서 그 전제 또한 무너진 것이다. 일본에서 “최악의 경우, 중국과의 갈등을 미국 없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비관론이 확산하게 된 배경이다.

일본 정부 역시 겉으로는 “미·일 관계에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중국의 추가 보복 조치와 미·중 관계 재조정이 맞물릴 경우 자국의 발언권이 더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다카이치 총리는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뒤 중국의 거센 반발과 경제·외교적 압박 가능성에 동시에 직면한 상태지만, 미국으로부터 공개적인 지지 약속을 얻어내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중·일 갈등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일본이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 속에서 어느 정도까지 독자적인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지에 대한 계산 또한 복잡해지는 형국이다. 

‘편 가르기’ 돌입한 동아시아

국제사회도 이번 사태를 눈여겨보는 모양새다.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격화하면, 동아시아 전반으로 그 파장이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특히 이번 갈등이 대만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주변국들의 안보·외교 구도는 즉각적인 변화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이 실탄 사격 훈련 예고,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 여행·유학 자제령 등 외교·경제·군사 분야에서 압박을 강화하고 나서면서 양국의 충돌은 해당 두 국가만의 외교 분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선 러시아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중국의 뒤에 섰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자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일본 군국주의가 벌인 침략 전쟁은 아시아와 세계에 극심한 재난을 초래했으며, 일본에도 참혹한 대가를 치르게 했다”고 꼬집으면서 “다카이치 총리 등 일본 정계 인사들은 역사를 깊이 반성하고, 잘못된 발언과 행동이 초래할 수 있는 최후의 결과를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다카이치 총리를 직접 겨냥해 공격하지는 않았으나, 일본의 역사적 과오를 비판하는 중국 측 주장에 가세했다. 이달 1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 개혁 연례 토론에서 북한 대표는 “국제사회는 일본이 저지른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악질적 반인류 범죄를 지금까지 기억한다”면서 “그럼에도 일본은 이를 부인하고 배상을 완고하게 거부하며 심지어는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중국은 일본을 강하게 비판하며”UN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노릴 자격이 없다”고 규탄하기도 했다.

미국이 ‘센카쿠 방위’를 재차 강조하며 일본과의 동맹을 부각한 것도 이번 국면을 둘러싼 확전 우려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토미 피고트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소셜미디어(SNS) 엑스(X)를 통해 “센카쿠 열도를 포함한 일본 방위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흔들리지 않는다”면서 “미·일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의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대만해협과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의 무력이나 강압을 포함한 모든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역시 이러한 확전 구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국과의 관계 복원을 추진해 온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일본과의 셔틀외교 재개, 한미 협력 강화라는 기존 외교 방향과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최근 중국이 일본을 압박하는 과정에 서해 남부 실탄 훈련을 예고한 사례처럼 실질적인 군사 및 외교 현안으로 번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갈등이 장기화할수록 주변국들로선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받을 가능성도 커지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다자 분쟁 지역 확장 위험

심지어 최근에는 필리핀과 베트남 등 남중국해에 맞닿은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분쟁에 탑승할 조짐이 포착된다.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충돌은 스프래틀리, 파라셀 등 영유권 분쟁을 포함해 석유·가스 개발권, 해상교통로 통제권, 군사기지화 여부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필리핀과 베트남 역시 한발 비켜서기 어렵다. 이번 갈등으로 중국이 순찰함과 군함을 지속적으로 투입하며 감시 강도를 높이자, 베트남과 필리핀은 앞다퉈 공개 성명을 냈고, 향후 더 직접적인 형태의 개입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베트남은 최근 스프래틀리 해역에서 자국 어선이 중국 순찰정의 위협사격을 받았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대중 강경 기조를 강화하고 나섰다. 베트남 외교부는 중국이 자국 주권을 침해했다고 비판했으며, 하노이 등 대도시에서는 반중 시위가 이어지는 등 여론 또한 악화했다. 필리핀 역시 중국이 스프래틀리 내 초소 설치와 건설 자재 하역을 진행하는 문제를 두고 즉각 주필리핀 중국 부대사를 초치해 해명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중재자로 나서야 한다는 필리핀 내부 주장까지 등장하면서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은 단발성 충돌을 넘어 각국의 동맹·안보 구도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으로 비화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외교계에선 “중국과 일본의 충돌은 하나의 계기일 뿐, 남중국해는 다수 국가의 이해가 동시에 갈리는 ‘확전 가능성’이 잠재된 지역”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필리핀과 베트남이 이미 외교 및 군사적 대응 수위를 높이고 나선 만큼 전선이 대만 주변과 서해, 동중국해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중일 갈등이 촉발한 긴장이 남중국해와 대만 등 다자 분쟁 지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동아시아 전반의 안보 부담과 외교적 혼란은 갈수록 증폭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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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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