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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 부진’ 성적표 받아든 한화생명, 이지스 인수로 수익성 복원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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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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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 영업 vs. 확장 전략’ 희비
평가손익 변동성 확대 불리하게 작용
자산운용 중심 체질 개선 움직임 
사진=한화생명

생명보험업계 2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오랜 시간 우위에 있던 한화생명이 경쟁사인 교보생명에 추월을 허락하며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순이익과 총자산 등에서 뚜렷한 약세가 나타나고, 새 회계 제도 도입을 기점으로 투자 및 보험 부문의 수익성 지표에서도 불리한 흐름이 이어지면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화생명은 투자 축 강화를 위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 뛰어들며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나섰다. 

위험노출도 차이로 성적 갈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의 별도 기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8,470억원으로 같은 기간 3,158억원을 기록한 한화생명보다 2.7배 많았다. 자회사 영향을 배제하고 보험 손익을 직접 반영하는 별도 기준 순이익은 개별 보험사의 ‘본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한화생명은 2020년과 2022년, 2023년 계속해서 교보생명에 우위를 내주다가 지난해 별도 순이익 7,205억원으로 교보생명(6,987억원)을 218억원 앞섰지만, 불과 1년 만에 다시 그 자리를 내줄 위기에 처했다. 이에 업계에선 한화생명이 생보 업계 2위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한 분기점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교보생명은 총자산에서도 128조8,349억원으로 한화생명(127조1,996억원)을 약 1조6,000억원 앞지르며 이 같은 진단에 무게를 더했다. 전속채널 중심의 보수적 영업 전략을 유지한 결과로, 올해 교보생명은 10월까지 보험손익 4,103억원, 투자손익 1조182억원을 거뒀다. 보유 보험계약마진(CSM) 잔액 역시 6조3,8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하며 향후 수익성 회복 여력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판매 채널의 일관성과 신계약 질 관리라는 교보생명 고유의 내실 중심 전략이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도 유효하게 작동한 것이다. 

반면 한화생명은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 확대 및 자회사 중심 외형 확장 전략이 펼쳐지는 가운데 본업인 보험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약화한 모습이다. 보유 CSM 잔액 또한 2023년 말 9조7,630억원에서 지난해 말 9조2,380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올해도 3분기 기준 9조594억원까지 주저앉았다. 이는 향후 해약률 변동과 부채 가정 변경, 평가손익 변동성 확대 등에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보험업 중심의 수익성 회복이 단기간에 쉽지 앉을 것이란 시장의 인식을 강화한다. 

한화생명은 연결 실적 규모와 GA 네트워크 기반 판매력, 디지털·인공지능(AI) 투자 확대 등을 앞세워 중장기 경쟁력을 되찾는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올해 3분기 드러난 실적 부진 역시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한화생명은 제판분리를 통해 영업채널이 자회사로 분리돼 있어 전속 형태의 타사와 동등한 비교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등 자회사 GA를 포함하면, 수익성 및 시장 지배력에서 큰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IFRS17 체제 전환으로 드러난 재무 지표 차이

대한생명을 전신으로 하는 한화생명은 2002년 외환위기 후유증으로 부실화한 대한생명을 한화그룹이 인수하면서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당시 대한생명은 누적 결손금이 2조원을 훌쩍 넘고 3조5,000억원의 공적자금까지 투입된 탓에 ‘손대기 어려운 부실자산’이라는 평을 들었지만, 한화는 보험사를 그룹의 장기 성장 축으로 삼겠다는 판단 아래 인수에 나섰다. 이후 인수 6년 만인 2008년에는 누적 결손금 전액 해소라는 성과를 만들어 냈고, 2010년에는 기업공개(IPO)로 7조6,000억원대 시가총액을 기록했다. 

자산과 수익 측면에서도 한화생명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한화그룹 편입 당시 29조598억원 수준이던 한화생명 자산 규모는 2010년 60조원을 넘겼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122조원까지 늘어났다.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에도 700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한 뒤 이듬해 바로 3,000억원대 순이익을 회복하는 등 위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이익 흐름을 유지했다는 점이 이러한 자산 성장의 바탕이 됐다. 이는 다시 2020년대 초반까지 한화생명이 삼성생명에 이은 생보 업계 2위 자리를 지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최근의 시장은 이 같은 한화생명 성장세보다 단기 실적 악화에 훨씬 예민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그 배경에는 2023년부터 적용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자리한다. 과거에는 당기 순이익과 총자산, 수입보험료 등 외형 지표가 업계 순위 평가의 중심이었지만, IFRS17 체제에서는 CSM과 별도 기준 보험손익, 자본적정성 비율 등이 함께 고려되기 시작했다. 외형 확장과 자산 증대가 고스란히 가치로 인정되던 것과 달라진 흐름이다. 

IFRS17이 정착하면서 시장의 평가는 한층 더 냉정해졌다. CSM이 크더라도 유지율과 손해율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기간에 걸쳐 이익으로 상각하기 어렵고, 금리와 시장변동성에 민감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회사일수록 평가손익의 출렁임이 커진다는 점이 부각된 것이다. 한화생명은 제판분리 이후 자회사 GA를 중심으로 한 외형 확장에 나선 결과 높은 CSM을 쌓았지만, 최근 들어 보유 CSM이 9조원 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동시에 투자손익도 크게 악화되면서 “규모는 크지만, 질이 받쳐주지 않는 성장 모델”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투자수익 보강 필요성 커져

이에 한화생명은 투자 부문 수직계열화를 통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실적 부진과 건전성 우려가 겹친 상황에서 외부 운용사에 의존하던 부동산·대체투자를 그룹 내부 역량으로 끌어당겨 수익 구조를 다시 짜겠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전략의 핵심으로는 국내 최대 부동산 전문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 참여가 꼽힌다. 이지스는 오피스·물류센터·데이터센터 등 상업용 자산을 중심으로 최대 67조원대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는 하우스로, 창업주 유가족과 재무적 투자자(FI) 지분을 합쳐 최대 98%를 매각하는 딜이 진행 중이다. 

매각 대상 지분의 주식 가치는 1조원대 안팎으로 거론되며, 이달 11일 마감된 본입찰에는 한화생명 외에도 흥국생명, 중국계 사모펀드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다. 시장에서는 형식상 3파전이지만 실제 승부는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간 양자 대결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어느 쪽이 이지스를 품느냐에 따라 단일 운용사 인수를 넘어 생보사의 자산·부채 관리 방식과 국내 부동산 투자 판도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이르면 연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생명이 이지스를 품게 될 경우, 한화자산운용과의 ‘투트랙 운용’ 구도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와 채권, 대체투자를 키워온 한화자산운용과 상업용 부동산에 강점을 가진 이지스를 결합하면, 보험 예약에서 유입되는 장기 보험부채 자금을 그룹 내부 부동산·인프라·리츠 상품으로 연결하는 수직계열화 라인이 구축된다. 저성장·저출산 환경에서 예금이나 채권만으로는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어려운 만큼 안정적 임대수익과 자본이득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이 같은 전략은 매우 유의미한 시도로 평가된다. 

다만 이지스 인수가 한화생명에 곧바로 ‘만능 열쇠’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 이번 거래는 자기자본 중심 조달 구조를 내세운다 해도 주식 가치만 1조원대에 이르는 대형 딜인 만큼 인수 이후 위험가중자산 증가와 요구자본 확대에 따라 K-ICS 비율이 다시 압박받을 수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CSM 잔고 감소와 건전성 지표 흐름을 이유로 한화생명을 별도 관심군으로 관리하고 나서면서 이지스 펀드의 과거 해외 부동산·개발사업 투자에서 발생한 손실과 우발채무가 추가 부담으로 떠오를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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