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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지표-체감경기 괴리 상당, 고물가 속 시험대 오른 트럼프 경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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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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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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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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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수정

백악관 내부, 트럼프 메시지 수정 압박
생활비 문제 외면 시 중간선거 패배 우려
인플레로 민심 악화, 트럼프 경제 정책 바꿀까

미국 백악관 내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메시지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권자들의 최대 불만이 생활비와 고물가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현행 메시지가 민심과 괴리돼 있다는 비판이다. 이를 두고 정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괴롭혔던 것과 똑같은 딜레마에 빠졌다고 분석한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거나 "푸틴의 가격 인상" 탓으로 돌리며 '바이든노믹스'의 성과를 강변하다가 유권자의 외면을 받았 듯, 트럼프 대통령 역시 경제 지표와 체감 경기의 괴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발 물가 챙겨라” 백악관 참모진들 트럼프 설득 총력

7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백악관 고위 참모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메시지가 유권자들의 주된 관심사인 높은 물가와 '생활비 문제(affordability)' 위주로 맞춰지도록 전방위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최근 몇 주간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사적 대화를 통해 물가와 경제에 대한 메시지를 조정하도록 대통령을 압박해 왔다. WP는 “최근 몇 주 동안의 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은 대통령에게 임금을 인상하고, 주택 비용을 낮추며,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행정부가 어떤 조처를 하고 있는지를 더 많이 이야기하라고 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참모들은 지난달 대통령의 전담 여론조사기관에서 얻은 생활비에 대한 유권자들의 우려를 담은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메시지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달 3∼25일 미국 성인 1,321명을 상대로 조사해 같은 달 28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4%포인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호감도는 36%였던 반면, 비호감도는 60%에 달했다.

이번 36%의 지지율은, 매달 실시되는 이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2기 출범 후 가장 낮은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1월 47%로 가장 높았고, 7월(37%)을 제외하곤 쭉 40%대를 유지해 왔다. 이에 백악관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공화당이 큰 손실을 입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고문인 스티븐 무어는 "요즘 모두가 'A-단어'(Affordability)에 대해 이야기한다. 생활비 문제는 백악관의 큰 문제"라며, "대통령의 경제 지지율은 마땅히 받아야 할 수준이 아니다. 나는 이것이 메시지 전달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고율 관세 여파에 고물가 충격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당신의 고통을 느낀다(I feel your pain)"는 식의 메시지를 대체로 피하고 있으며, 경제가 강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워싱턴에서 생활비 문제가 주목받는 것은 행정부의 경제적 성과를 덮으려는 민주당이 놓은 함정이라고 일축했으며, 최근 각료회의에서도 "민주당이 말하는 '생활비 문제'라는 가짜 서사가 있다. 그들은 그 단어만 말할 뿐, 누구에게도 아무 의미가 없다"며, "'생활비 문제'라는 단어는 민주당의 사기극(con job)"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인플레이션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전임 대통령인 바이든에게 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물가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현재 경제 지표만 보면 호황이다.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이 2%로, 1% 선인 한국의 2배다. 문제는 물가다.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여파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최근 3%대로 올라섰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커피와 소고기, 바나나 등 200개 이상 식품에 대한 관세를 철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식료품비, 외식비 등 생활물가 상승폭은 이보다 더 크다. 휘발유와 달걀 가격은 다소 안정됐지만, 주거비, 의료비, 교육비 등 수십 년간 누적된 구조적 비용 상승은 여전히 미국 가계를 짓누르고 있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관세 부과 전 쟁여둔 재고가 바닥을 드러낸 만큼 물가 상승세가 한층 더 가팔라질 소지가 다분하다. 기업들이 관세로 발생한 비용 일부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워싱턴 안팎에선 빠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이 부메랑처럼 날아와 ‘물가 폭탄’이 돼 미국 내 민생을 강타할 수 있단 전망이 제기된다. 이 경우 지지층 이탈이 가속화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국정 동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인플레 ‘유산’인가, 관세 ‘부메랑’인가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미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7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CBS 인터뷰에서 "경제가 예상보다 더 견조했다"며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로 마무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높은 물가와 생활비 부담과 관련해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물가 상승률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물가 하락에 따른 디플레이션 위험성을 경고한다. 프란체스코 비앙키 존스홉킨스대 경제학과 학과장은 "만약 모든 재화 가격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의 인플레이션으로 근로자 임금도 상승했다"며 "임금은 높은데 재화 가격이 떨어지면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할 만큼 충분한 이익을 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고용 비용을 극도로 높이고 경기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며 "그런 경기침체는 물가 하락에 대한 기대를 더욱 강화한다"고 말했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로라 벨드캠프 교수도 "내일 가격이 더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왜 오늘 구매하겠느냐"며 "물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믿는 순간 수요는 급락하고 즉시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가격 하락은 일반적으로 매우 심각한 부정적 결과와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디플레이션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가장 생생한 사례는 일본이다. 1990년대 초 일본은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폭락하는 자산 버블 붕괴를 겪었다. 이후 물가가 계속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에 빠졌고, 20년 넘게 경제 성장이 멈춰섰다.

일각에서는 미국 행정부의 경제 정책 성패가 내년에 더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대로 인플레이션이 바이든 정부의 유산이라면 내년 인플레이션은 둔화되겠지만, 반대로 지금의 체감 물가가 관세발로 재점화되면 원인은 현행 정책으로 귀결돼 책임 회피가 어려워진다. 이는 곧 재정·통상·통화의 공조를 깨뜨리는 변수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다만 결론이 어느 쪽으로 기울든 미국의 금융 정책은 금리 경로의 속도와 폭은 물론, 유동성 운용과 시장 안정 조치의 강도까지 재조정 압력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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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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