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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취득 후 1년 내 소각해야" 3차 상법 개정안 본격 발의, '우회책' 모색하는 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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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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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3차 상법 개정안,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핵심
자사주 규제 우회 방안 찾아 나선 재계, 속속 한계 부딪혀
"꼼수 부리지 마라" 금융당국·시장 반응도 '싸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 입법 절차가 본격화했다. 정치권이 한국 시장 특유의 자사주 활용 관행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이에 재계는 뾰족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는 상황에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될 경우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 등으로 인해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곳곳에서는 '혈맹' 체결, 교환사채(EB) 발행 등 우회로를 찾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정치권 '자사주 소각 압박' 본격화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는 최근 상법 제341조의4 신설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자사주 제도를 일반 주주의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정비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행법에서는 회사의 이사회가 자사주를 임의로 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자사주가 특정 주주와 경영진의 이익을 위해 악용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일부 상장회사의 경우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한다고 공시한 뒤 이를 소각하지 않고 계속 보유해 허위공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개정안은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한 후 1년 이내에 소각(기존 보유 자사주 6개월 유예)해야 한다는 원칙을 수립했다. 다만 임직원 보상 등 일정한 요건에 한해 회사가 자사주 보유·처분 계획을 작성한 다음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예외가 적용된다. 회사는 매년 주주총회에서 자사주 보유·처분 계획 승인을 받아야 하며, 해당 계획 승인 없이 자사주를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에 소각하지 않거나 계획 내용에 위반해 자사주를 보유·처분한 때에는 이사 개인에게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개정안은 자사주에 아무런 권리가 없음을 법률에 명시하고, 자사주의 '자본'으로서의 성격도 명확히 했다. 회사의 자사주는 회계상 자본으로 취급하지만, 현행법 일부 조항의 경우 자사주가 자산임을 전제로 하고 있어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에 더해 회사 합병·분할 시 자사주에 분할신주를 배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 회사가 예외적으로 자사주를 보유·처분할 시 각 주주에게 그가 가진 주식 수에 따라 균등한 조건으로 처분해야 한다는 원칙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경영권 방어 수단 사라진다" 재계의 반발

재계는 이 같은 여당의 행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3차 상법 개정이 현실화할 경우 자사주 취득 유인이 감소하면서 주가 상승 동력이 오히려 약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차등의결권(창업자나 지배주주 측에 주당 의결권 수를 더 많이 부여),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황금주(적대적 인수 등에 특별한 거부권이 부여된 주식) 등 선진국과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는 국내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외국계 펀드 등의 적대적 M&A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벤처·스타트업에 한해 차등의결권 제도가 적용된다.

곳곳에서 우회 전략을 검토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자사주를 타 기업에 넘겨 협력 관계를 강화하거나 경영권 안정을 도모하는 혈맹 방식이 대표적인 예다. 다만 실제 시장에서 이 같은 방식으로 유의미한 협력 관계가 구축된 사례는 드문 것으로 전해진다. 상대 기업에 대한 불신이 협력 관계 구축의 장애물로 떠오른 탓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우리 회사 주가는 저평가돼 오를 일만 남았고, 상대 회사 주가는 불확실해 리스크가 크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단순 전략적 우정이나 우호 관계만으로는 혈맹을 맺을 수 없다"고 짚었다.

해외 조달,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 해외 특수목적법인(SPC) 활용 등도 대안으로 떠오른다. 명확히 금지된 규정이 없고 공시 의무도 모호한 미국 예탁증서 등으로 자사주를 전환해 두고, 향후 필요시 M&A 펀딩에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 역시 장기적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평을 받는다. 기술적으로는 실현 가능한 방안이지만, 활용 목적이 '규제 회피'라는 점이 드러날 경우 정치적 부담을 짊어지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B 발행 등 편법, 사실상 한계 뚜렷

자사주를 대상으로 하는 EB 발행도 올해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 1~11월 자사주 기반 EB 발행액은 총 2조9,90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563억원) 대비 355.7% 급증했다. 이는 타사주를 포함한 전체 EB 발행액 증가율(158.9%)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발행 건수도 26건에서 89건으로 242.3% 늘었다. EB 발행을 통해 자사주를 처분하면 현금이 유입돼 재무 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으며, 지배주주에 우호적인 제3자에게 매각하면 의결권이 살아나 경영권 방어에도 유리하다.

다만 올해 9월 34건으로 정점을 찍었던 자사주 기반 EB 발행 실적은 10월 15건, 11월 13건으로 최근 들어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부터 자사주 기반 EB 발행을 결정할 때 △다른 자금조달 방법 대신 EB 발행을 선택한 이유 △타당성 검토 내용 △기존 주주이익에 미치는 영향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공시 기준을 높인 탓이다. 당국이 직접 나서 자사주 기반 EB 발행이 일종의 '꼼수'로 활용될 여지를 차단한 셈이다.

거센 주주 반발로 EB 발행 계획을 포기한 기업들도 있다. 일례로 태광산업은 지난 6월 자금 조달 차원에서 보유 자사주 24.41% 전량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3,186억원 규모 EB 발행을 추진한 바 있다. 이에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태광산업 소액주주연대는 "PBR 0.2 수준의 저평가 국면에서 사실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자사주 처분 형태로 진행했다"며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으나, 시장의 반발 기류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에 태광산업은 결국 지난달 말 EB 발행 계획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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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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