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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MEMO] 수출 통제만으로는 부족한 시대, AI 기반을 다시 설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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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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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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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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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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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통제, 멈추는 혁신 투자
중국의 추격 속도보다 느린 정책 적응력
교육·전력·컴퓨팅이 만드는 장기적 AI 체력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Research Memo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AI 경쟁력은 더 이상 수출 통제로 판가름 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내에서 컴퓨팅·전력·인재 기반을 얼마나 빠르게 확충하느냐다. 2024년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183TWh로 전체 전력의 약 4%를 차지했고, 2030년이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미국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의 45%를 감당하고 있다.

이 지표들은 한 가지 흐름을 명확히 보여준다. AI 칩 수출 금지는 경쟁국의 속도를 잠시 늦출 수 있지만, 연구소를 짓고 인재를 길러낼 기반까지 제공하지는 못한다. 정책 효과가 제한되는 이유다. 그렇기에 대응 방향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국경 통제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인프라와 교육 투자를 앞세우는 전략이 요구된다. 선택을 미루면 기회는 줄고 비용은 더 커진다.

수출 통제의 구조적 비효율

AI 칩 수출 통제는 강하게 보이지만 실효성은 낮다. 2025년 의회는 ‘세이프 칩스(SAFE CHIPS, 중국 등 특정국에 대한 첨단 칩 수출을 제한하는 법안)’와 ‘시큐어 앤드 피저블 익스포츠(Secure and Feasible Exports, 첨단 기술 수출 절차를 더 엄격하게 관리하는 법안)’를 논의했고, 하원은 ‘게인 AI 법안(GAIN AI Act)’으로 수출 라이선스 인증 요건을 강화하려 했다. 규제는 늘었고, 현장 혼선도 커졌다.

2023~2024년 규제를 강화했음에도 우회 경로는 계속 존재했다. 로이터(Reuters)는 2025년 4~7월 사이 엔비디아(NVIDIA) AI 칩 약 10억 달러(약 1조3,400억원)가 비공식 경로로 중국에 유입됐다고 전했다. 규정이 바뀔 때마다 기업은 ‘중국 전용’ 재고를 대규모로 감액 처리했고, 어떤 분기에는 재설계 제품의 중국 판매가 ‘0’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결국 통제가 노린 차단 효과보다 시장의 적응 속도가 더 빨랐다. 정책은 산업 비용과 집행 부담만 키우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혁신 기반을 약화시키는 시장 축소

AI 반도체의 경쟁력은 시장 규모가 받쳐줄 때 유지된다. 그러나 과도한 수출 통제는 이 기반을 서서히 약화시키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최근까지 매출의 평균 18%, 2024년에는 17.7%를 연구개발(R&D)에 투입했다. 한 주요 AI 칩 기업은 2025년에만 R&D에 129억 달러(약 17조3,000억원)를 사용했다. 이 자금이 새로운 아키텍처·툴·교육 협력으로 이어지며 산업 생태계를 지탱해왔다.

하지만 시장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이 구조는 즉시 압박을 받는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미국 기업의 글로벌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지만, 중국 매출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기업이 등장했다고 밝혔다. 규제 변화는 재고 부담도 남겼다. 일부 기업은 ‘중국 전용’ 제품을 수십억 달러 규모로 감액 처리했고, 감독 요건이 강화된 이후 중국 매출이 전무한 분기도 있었다.

시장이 줄어들면 투자 여력도 약해진다. R&D는 안정적 매출 흐름을 전제로 지속되는데, 규제가 자주 바뀌면 기업은 채용·공급망·대학 협력까지 계획하기 어렵다. 혁신 속도보다 불확실성이 더 빨리 커지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2024년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 비중
주: 미국이 전체의 4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중국·유럽·기타 지역이 나머지 절반을 구성한다.

중국의 가속 추격과 기술적 불균형

중국은 AI 칩 자립을 서두르고 있다. 화웨이(Huawei)는 국내 가속기 생산을 확대했고, SMIC는 첨단 공정 능력을 늘리고 있다. 일부 GPU 설계사는 본토 상장 직후 주가가 400% 이상 뛰며 정책 지원의 효과를 입증했다. 외형만 보면 추격 속도가 빨라 보인다.

그러나 기술적 수준은 아직 안정적이지 않다. 여러 보고서는 칩간 연결성, 메모리 대역폭, 수율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핵심 제약이라고 지적한다. Ascend 910B(화웨이의 데이터센터용 AI 가속기)의 수율은 약 50% 수준으로 알려졌고, 대규모 모델 학습에서는 원시 성능보다 인터커넥트(interconnect, 칩 간 데이터 전달을 연결하는 통신 구조) 효율이 더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첨단 장비 접근이 제한되면 생산은 가능하더라도 설계 수정과 공정 부담이 반복돼 비용 구조가 무거워진다.

통제가 강화될수록 우회 조달도 늘고 있다. 병렬 수입망이 확대되고, 제3국을 통한 반입 사례도 이어졌다. 규정 변경 때마다 ‘준수용’ 제품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현상도 반복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러한 환경이 오히려 개발 속도를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통제가 단기적 비용은 높이지만 장기 추격을 확실히 차단하지는 못하는 이유다.

미국 AI GPU 유출 규모와 온쇼어 비용 비교(2025년)
주: 중국으로 불법 유입된 GPU 가치는 약 10억 달러(약 1조3,500억원) 수준이지만, 엔비디아의 H20 재고·라이선스 비용은
약 45억 달러(약 6조원)로 훨씬 크다.

교육·전력·컴퓨트가 만드는 장기 경쟁력

미국의 AI 경쟁력은 결국 내부 기반에서 나온다. 교육·전력·컴퓨트 인프라를 하나의 축으로 묶는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2024년 시작된 내셔널 AI 리서치 리소스 파일럿(NAIRR)은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NAIRR은 정부가 주도하는 공용 AI 인프라 프로그램으로, 연구자와 대학이 고성능 컴퓨팅과 데이터·모델을 공유할 수 있게 만들었다. 2025년에는 거의 모든 주에서 수백 건의 프로젝트가 이 플랫폼 위에서 진행됐고, 대학 수업을 위한 ‘Classroom’ 트랙도 가동됐다.

이 구조는 공립대학의 연구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자체적으로 최신 AI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어려운 대학도 NAIRR을 통해 전국 연구망에 연결되면서 교수의 실험 기회가 넓어지고 학생들의 실습 환경도 상향됐다. 효과도 분명했다. 네브래스카대 시스템은 내셔널 스트래티직 리서치 인스티튜트(NSRI)에 투자한 1 달러(약 1,450원)가 35 달러(약 5만750원)의 경제 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이는 교육 기반이 지역 기술 생태계를 직접 확장시키는 자산임을 보여준다.

전력 인프라도 중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두 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역시 2024년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183TWh로 확대됐고, 상업 부문에서 컴퓨팅이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클라우드·소셜미디어 기업이 수 기가와트(GW) 단위의 장기 전력 계약을 추진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대학 인근 전력망을 전략 자산으로 보고 청정 전력 계약과 연계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커지는 이유다.

정책의 중심이 교육·전력·컴퓨팅으로 이동할 때 산업과 대학, 지역은 함께 성장한다. 이는 경쟁국을 늦추는 전략이 아니라 미국이 스스로 기술 우위를 축적하는 길이다. 장기적 AI 리더십은 결국 이 기반에서 결정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Beyond the Ban: Why AI Chip Export Controls Won’t Secure U.S. AI Leadership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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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