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속’ 금리 내린 美 연준, 내년은 ‘강경 비둘기파’ 해싯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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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25bp 내려 3.5%~3.75% 11월 민간 일자리 ‘마이너스 성장 쇼크’ 의장 교체 시 공격적 금리인하 추진될 듯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며 3연속 인하를 결정했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상회했지만 물가보다는 고용 불안에 대한 경계심이 금리인하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다만 내년 금리 향방은 미지수다. 공개된 점도표에선 내년 한 차례 금리인하 전망을 유지했지만, 5월 연준 의장 교체를 앞둔 데다 친(親)트럼프 인사의 후임 인준이 예고돼 있어 금리 정책 방향성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으로 기울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된다.
기준금리 3.5~3.75%, 2022년 10월 이후 최저
10일(이하 현지시간)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준금리를 기존 3.75∼4.00%에서 3.50∼3.75%로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월과 10월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한 데 이은 3연속 금리인하로, 시장의 예상과 일치하는 조치다. 다만 연준 내부 의견이 극심하게 분열돼 있다는 점이 이번 FOMC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금리 결정에 참여한 연준 위원 12명(연준 이사 7명과 연방준비은행 총재 5명) 중 세 명의 이견이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스티븐 미란 이사는 빅컷(0.5%포인트 인하)을 주장했고, 제프리 슈미트 캔자스시티 연준 총재, 오스틴 굴즈비 시카고 연은 총재 등 두 명은 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세 명의 연준 위원이 반대표를 던진 건 6년 만에 처음이다. 이처럼 비둘기파와 매파(통화긴축 선호)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반대를 표명한 것은 연준 내부가 인플레이션과 고용 중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에 대해 크게 갈려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FOMC는 최장기 셧다운 여파로 경제 지표들 발표가 늦어지고 혼재되는 상황 속에서 결정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0일 FOMC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수준에 대해 “향후 경제상황 변화를 기다리며 지켜보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9월 이후 정책 조정으로 우리의 정책은 중립(neutral) 수준 추정치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9월 FOMC 회의 이후 이날까지 세 차례 연속 이어진 총 0.75%포인트 금리인하로 연준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으로 내려왔다는 설명이다.
꿈틀 거리는 물가 뒤로하고 고용 방어 선택
연준의 금리인하 명분을 굳힌 결정적 트리거는 고용 쇼크다.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연준은 목표치(2%)를 상회하는 인플레이션과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했지만, 최근 식어 가는 고용 시장에 방점을 두고 금리인하를 결정했다.
미 고용 정보 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에 따르면 11월 미국의 민간 고용은 전월 대비 3만2,000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월가 경제학자들이 소폭 증가를 점쳤던 것과 정반대의 결과다. 지난 10월 4만7,000개 일자리가 늘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 만에 고용 시장이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선 셈이다. 동시에 실업률도 4.4%로 오르면서 고용 상황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이번 고용 한파의 진원지는 기초 체력이 약한 중소기업이었다. 통상 연말연시 대목을 앞두고 직원 해고를 미루거나 임시직을 늘리는 계절적 특수마저 실종됐다. 11월 한 달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만 무려 12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졌다. 경제 둔화, 비용 상승, 소비자 행동 불확실성으로 많은 중소기업이 타격을 입었고 IT, 제조업 등 여러 부문에서 광범위한 일자리 감소가 관찰됐다. 반면 자금력이 있는 중대형 기업들은 9만 명의 고용을 늘리며 양극화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0%를 기록하면서 지난 1월(3.0%) 이후 다시 3%대로 올라섰다. 관세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충격이라지만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9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역시 2.8% 상승했다. 다우존스 예상치에 부합했으나 작년 3월(2.9%)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처럼 물가가 내려가지 않는 동시에 고용이 약화되는 조합은 연준의 통화정책 운용을 크게 제약한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올해 들어 일자리 증가는 둔화됐으며, 실업률은 9월까지 소폭 상승했다”며 “인플레이션은 연초 이후 상승했으며 다소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달간 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이 증가했다고 판단한다”고 금리인하 배경을 밝혔다.

5월 파월 임기 만료 후 ‘빅컷’ 압력 가중 전망
세 번 연속 금리인하가 이뤄진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내년 금리 향방에 쏠리고 있다. 연준은 앞으로의 금리를 전망하는 점도표에서 내년에는 추가 금리인하를 한 번으로 예고했다. 내년 말에 예상되는 기준금리 중간값을 3.4%로 뒀는데, 이걸 계산하면 내년 중으로 한 차례, 0.25% 포인트 인하로 예상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내년 통화 정책의 속도와 강도가 파월 의장의 임기와 그 후임 인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리인하 신중론자인 파월 의장은 내년 5월 의장직을 내려놓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임명할 후임 의장은 큰 폭의 금리인하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를 현행 3.75~4.00%에서 1%까지 인하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금리를 인하하려면 연준 이사회 내 친트럼프 인사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후보 선정 기준을 명확히 하며 연준의 물가 안정·고용 극대화라는 ‘이중 목표’에 충실한 인물보다는 낮은 금리를 선호하는 후보를 우선 고려하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FOMC 결정에 대해서도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가 최소 두 배는 됐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파월 의장을 "고지식한 사람"이라고 거듭 폄하했다.
현시점 잠재적 연준 의장(potential Fed chair)으로 평가받는 인물은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다. WSJ는 해싯이 유력 후보가 된 배경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두 가지 핵심 기준인 ‘충성’과 ‘시장 신뢰도’를 충족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싯도 차기 연준 의장이 되고픈 의사를 적극 드러낸 상태다. 그는 지난달 30일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연준 의장 후보들을 언급하면서도 “내가 된다면 기쁘게 대통령의 일을 도울 것”이라고 부응했다. 이달 FOMC를 하루 앞둔 지난 8일에도 지금 당장 빅컷도 가능하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뜻을 같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