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3천 곳 붕괴 위기, 미분양·유동성·규제 삼중 부담에 반등 시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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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누적→자금경색, 생존 압박 심화
지방 건설 시장 한파 수도권 확산 조짐
비용 부담·시장 여건이 회복 가로막아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올 한 해에만 3,000여 건설사가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됐다. 미분양 적체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안전·노동 규제가 연속적으로 신설·강화되면서 기업의 고정비 부담이 대폭 확대된 영향이다. 이 때문에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 지방 건설사들은 더 빠르게 시장에서 밀려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금융 규제 강화와 민간 수요 위축이 지속되는 현 상황에서는 단기간 내 반등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사 폐업·부도 역대 최고 수준
11일 건설산업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에서 등록이 말소되거나 폐업한 종합·전문 건설사는 767곳으로 파악됐다. 이로써 올해 3분기까지 사라진 건설사는 누적 2,301곳으로 집계됐다. 폐업 건설사는 2017년부터 7년 동안 3,000곳 이하로 유지되다가 지난해 3,072곳으로 뛰었는데, 지금까지의 추세를 고려하면 올해 역시 3,000곳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폐업 건설사 수는 건설경기 침체를 가늠할 때 가장 먼저 활용되는 지표다.
이 같은 줄폐업의 대표적 원인으로는 미분양 적체가 꼽힌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0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9,069가구에 달했다. 지난 3월 전국 7만 가구 아래로 내려온 미분양 주택은 6월 6만3,734가구까지 감소했지만, 이내 반등하며 7만 가구에 근접했다. 분양 부진으로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하면 건설사의 현금 흐름이 꼬이면서 금융비용이 불어나고, 이를 버티지 못하는 업체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장 악화 속에서 규제 강화를 중심으로 한 입법 움직임이 겹치면서 건설사들의 부담은 더 커지는 형국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의하면 22대 국회 출범 이후 이달 초까지 발의된 건설산업 관련 주요 법률안 607건 중 276건, 비율로는 45.5%가 규제 신설 또는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다. 규제 완화나 부담 경감 법안은 69건으로 전체의 11.4% 수준에 그쳤다. 월평균으로 계산하면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매달 20건씩 발의된 셈이다.
특히 최근에는 산업안전보건법을 포함한 안전 규제가 집중적으로 강화되며 건설사 경영환경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지난 9월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강조한 이후 규제 중심 법안 발의가 이어진 것이다. 일례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개정안은 건설공사 기간의 연장 사유에 태풍·홍수뿐 아니라 폭염과 한파를 명시하도록 했다. 기상재해로부터 건설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해당 개정안은 현재 소관위원회인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건설업계는 안전 강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개정안의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회사의 법적 책임 범위가 확대될수록 중소·중견 건설사는 위험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프로젝트 지연과 인건비·관리비·보험료 등 비용 증가가 누적되면, 가뜩이나 취약해진 재무 구조가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중대재해처벌법에 노란봉투법까지 있는 상황에서 인센티브 없이 규제만 한다면 건설업은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하겠나”라고 꼬집으며 “산업안전 대책도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지는데, 결국 근본적 문제를 해결해야 사고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별 취약성, 건설업 안정성 위협
지방 건설업계는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소위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사업 기반 자체가 빠르게 약화한 탓이다.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2023년 8월 이후 21개월 연속 증가하다가 지난해 9월 한 차례 소폭 감소했지만,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올해 10월에는 2만8,080호를 기록했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2만8,000호를 웃돈 것은 2013년 초 이후 12년 9개월 만의 일이다.
같은 시기 충남은 전월 대비 54.1% 증가한 2,146호의 준공 후 미분양을 기록했고, 제주 역시 20.2% 증가한 1,965호를 기록했다. 완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물량은 분양 수입이 즉시 발생하지 않아 현금흐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데, 지방 건설사들은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까닭에 이를 해소할 방안은 전무한 실정이다. 일례로 지난 2022년 10월 분양을 진행한 충남 내포신도시 ‘디에트르 에듀시티 1차’는 아직도 미분양 상태로, 해당 단지 미수금으로 시공사의 차입금 의존도는 지난해 말 기준 79.7%까지 치솟았다.
대구·경북의 사례는 지방 건설업계의 붕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1월부터 이달 7일까지 대구·경북에서는 39개 종합건설사가 문을 닫았고, 최근 3년간 누적 폐업 건수는 116개에 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2022년 폐업한 50개사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전문건설사는 폐업 속도가 더 빠른데, 올해만 249개가 간판을 내렸다. 대구 지역 미분양은 지난 2022년 2월 1만3,987호에서 지난달 7,568가구로 54.1% 감소했으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전국 미분양 물량의 12%에 달하는 3,370호에 이른다. 이는 최근 10개월 연속 17개 시도 중 가장 많은 물량이다.
수도권 외곽과 인천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인천 지역에서는 공사비 급등과 금융비용 증가가 겹치며 상당수 업체가 부도 위기에 몰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0월 기준 공사 현장의 재료, 장비 등의 비용을 나타내는 건설공사비지수는 131.7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인천을 대표하는 상장 종합건설업체인 A기업과 B기업의 올해 3분기 원가율은 각각 83.2%, 92.3%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건설업계에서는 80% 이하를 적정 원가율로 본다. 여기에 인건비와 마케팅비까지 더해지면서 매출 대비 이익을 따지는 영업이익률은 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공 부문 ‘제한적 회복’ 그칠 전망
전문가들은 시장 회복에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데 전망이 일치했다. 삼정KPMG는 10일 발간한 ‘2026년 경제 및 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건설 수주 규모가 소폭 반등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으면서도 “이는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한 ‘제한적 회복’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전년 대비 7.9% 늘리고 공공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유지하면서 건설 수주의 최소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인건비 및 자재비 상승과 안전·품질 규제 강화로 공사비 부담이 이어지면서 건설사 수익성 회복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다.
건산연 집계에서도 2026년 국내 건설 수주는 전년 대비 4.0% 증가한 231조2,000억원 규모로 전망됐다. 건산연은 “이 증가분은 SOC 예산 확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물량 증가가 견인한 공공 분야의 증가분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민간 부문은 주택시장 위축에 분양 리스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 경색 등 기존 제약 요인이 해소되지 않아 사실상 ‘제자리걸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미분양 적체가 신규 착공 지연과 맞물려 분양가 산정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공공 발주 확대만으로는 민간 부문의 동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금융 환경 역시 회복 전망을 약화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저축은행들은 올해에만 2조5,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PF 부실 자산을 정리할 예정이며, 내년에도 부실채권 정리를 이어가면서 보수적인 대출 태도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건설·부동산업 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요적립률 강화(100%→130%) 조치마저 시행을 앞두고 있어 적자 조합이 늘어날 가능성은 점점 커지는 형국이다. 기존 약정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기한이익 상실이 발생하는 사업장이 늘고, 업계 유동성 또한 악화할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비용 상승 압력도 거세다. 삼정KPMG는 보고서에서 인건비·자재비·장비비 항목별 부담이 동시에 확대되는 상황을 지적하며 “특히 안전·품질 규제가 강화된 이후 현장의 필수 배치 인력, 검사 횟수, 점검 절차 등이 전년 대비 증가해 원가 부담이 공사 전 과정에서 중첩된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종 규제 강화가 잇따르면서 간접비·기간비 상승을 유발한다는 분석이다. 삼정KPMG는 “총공사비의 항목별 부담이 압축적으로 상승해 수익성이 회복되기 어려운 구조가 굳어지는 양상”이라면서 “비주거·리모델링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원가 및 안전 규제에 대응하는 고도화된 비용 관리 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