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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운용 매각 심사에 제동? 국민연금 출자금 회수 논의가 만든 새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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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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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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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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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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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금 회수 시 기업가치 타격 불가피
‘국민연금 리스크’ 과거 사례 재조명
M&A 지형 변화 이끌 중대 변수 부상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과정에서 정보 제공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민연금 ‘기준 미충족 리스크’ 또한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은 출자금 회수 등 조치를 공식 언급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논의가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인수 절차에 불확실성을 더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여기에 정부·정치권이 국민연금 역할론을 강조하는 흐름과 여론 리스크 회피 기조까지 맞물리면서 인수합병(M&A) 시장 참여자들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드는 모양새다.

감독·거버넌스 공백 우려 커져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전날 열린 투자위원회에서 이지스운용에 대한 위탁자금 회수 안건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과정에서 위탁자산 펀드 보고서가 사전 동의 없이 인수전 본입찰에 참여한 원매자들에게 제공됐다는 점이 이번 사안의 시발점이 됐다는 전언이다. 애초 국민연금은 서울 마곡 원그로브 개발산업, 역삼동 센터필드 빌딩 등의 자산이 담긴 펀드들과 관련해 이지스 측과 사전 승인 없이는 정보를 유출할 수 없도록 약정한 바 있다.

앞서 지난 8일 이지스운용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중국계 사모펀드(PEF)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 대상은 창업주 고(故) 김대영 회장의 배우자인 최대 주주 손화자 씨의 지분 12.4%와 분산된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을 합친 최대 98.8%다. 힐하우스는 국내에서는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컬리, 크래프톤 등 굵직한 투자에 참여한 바 있으나, 한국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지스 측은 연내 힐하우스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보 제공 범위와 절차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본격화하면서 매각에 참여한 원매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특히 주요 펀드의 설정액과 평가액, 보유 자산 정보가 회계법인 실사 과정에서야 확인됐다는 시장 설명이 이어지면서 이번 논란은 매각 공정성과 내부 통제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 이슈로 번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성과 보수 등 내부 수익 정보가 일부 원매자에게 전달됐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며 매각 절차의 투명성을 둘러싼 시장의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분위기다.

금융권에서는 투자위원회의 이번 논의가 공식 입장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하면서도 국민연금의 자금 회수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만으로 인수 절차의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이지스운용에 2조1,000억원대 자산을 위탁했는데, 해당 자금의 현재 시장 가치는 최대 8조원대로 추산된다. 금융투자협회 펀드정보시스템에 의하면 이달 8일 기준 이지스운용의 부동산펀드 설정액 규모는 29조원 수준으로, 이 가운데 국민연금 출자 자금이 회수되면 기업가치 역시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국민연금 의식한 배당·지배구조 조정 사례도

이 같은 부담 요인은 국민연금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매각 절차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 신호로도 해석된다. 국내 PEF 운용사들이 국민연금의 출자 지위를 고려해 배당과 지배구조, 정보 제공 방식 등을 조정해 온 반면, 해외 자본은 국내 자산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국내 규범을 동일하게 반영하지 않아 마찰이 발생했던 사례가 다수 존재하는 탓이다. 한 IB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특정 매각 거래의 세부 절차에 직접 개입하지 않더라도, 출자자로서 정해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엔 시장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일례로 화합물 반도체 기업 RFHIC는 지난 2020 영업환경 악화로 영업이익이 179억원 수준까지 감소했음에도 그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년과 동일한 주당 200원의 현금배당을 유지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활동을 본격화하던 시점과 맞물려 RFHIC가 감사 선임 및 스톡옵션 부여 등 민감한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 주주친화적 기조를 유지했다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당시 RFHIC 주식 총 129만8,580주(5.47%)를 보유했던 국민연금은 해당 결정에 따라 2억5,000만원 상당의 결산 배당금을 지급받았다. 

반면 해외 운용사들은 동일한 기준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적극적 협상 전략을 펼쳤다. 2023년 하이투자증권빌딩 매각전에서 싱가포르계 PEF 케펠운용은 인수 가격 인하 가능성을 타진하며 매도인과 협상 폭을 넓히려는 접근을 취했고, 평(3.3㎡)당 2,350만원 수준인 3,550억원을 인수 가격으로 제시해 우협 지위를 확보했다. 국민연금은 해당 물건의 단일 투자자로 사실상 소유주로 분류됐는데, 케펠과의 협상에서는 이렇다 할 영향력을 과시하지 못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참여하는 자산의 매각 절차에서 해외 원매자의 대응 방식이 국내 관행과 충돌할 수 있음을 드러낸 전형으로 평가됐다. 이번 이지스운용 매각 논란을 둘러싼 시장의 관심이 뜨거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정 거래의 불확실성을 넘어 해외 자본이 국내 금융회사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 국민연금이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지를 가늠할 시험대라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2조원대 자금을 출자한 자산운용사를 해외 자본 인수할 경우, 감독 공백 우려가 커질 위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장 진입 ‘장벽’ 될 가능성

이러한 긴장감은 국민연금의 판단이 시장 내부의 문제를 넘어 정부와 여론의 압박과도 연동돼 움직인다는 점에서 향후 금융 M&A 지형 전반의 판도를 바꿀 변수로 거론된다. 공적 기금 성격을 지닌 국민연금 특성상 외부 환경 변화가 의사 결정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다시 부각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기금 운용의 중립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원칙과도 연결돼 개별 거래의 방향성은 물론 투자 결정을 둘러싼 심사 기준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금융당국도 국민연금의 역할 확대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이러한 해석에 무게를 실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0일 KB, 신한, 하나, 우리, 농협, iM, BNK, JB 등 8개 금융지주 회장과의 간담회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제안했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문제기업 사외이사 선임 주주 제안’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과거 관치금융 행태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의 시선도 존재하지만, 이 원장은 금융사 내부 및 기존의 사외이사들로부터 독립적인 목소리를 낼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참여시키겠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런 가운데 여론 환경은 국민연금이 좌시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시장 내에서 논란이 발생한 기업들의 주식을 국민연금이 빠르게 정리한 사례들이 누적되면서 불확실성이 큰 거래나 논쟁적 이슈에 대해 선제적으로 노출을 줄이려 한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한 해에만 이수페타시스와 DB하이텍, 고려아연 등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종목의 지분을 연속적으로 축소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투자 및 회수 결정을 하는 데 있어 단순 수익률 조정 이상의 판단을 하고 있다는 시장의 인식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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