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아베노믹스식 부양 정책, 지금의 일본엔 더 이상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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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과 임금 하락이 겹치며 일본의 스태그플레이션이 고착 과거식 부양은 금리 부담만 키우고 구조 개선 효과 제한 취약계층 보호와 공급 기반 확충이 지속 가능한 대응의 핵심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최근 경제지표는 일본이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2025년 10월 소비자물가는 약 3% 상승했고, 근원물가는 이보다 높았다. 실질임금은 0.7% 감소하며 10개월 연속 하락했고, 정부부채는 GDP 대비 약 230%에 이르렀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1.9%로 상승해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 지표들이 과거 국면과 다른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다는 점이다. 2013년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과 수요 부진 해결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노동 공급 제약과 비용 압력이 지속되면서 물가와 성장이 동시에 둔화되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와 장기 저성장이 결합해 기존 대응 수단의 효과는 제한되고 있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전 총리의 확장정책)가 수요 부양 중심의 처방이었다면, 지금의 일괄 지원이나 보편 보조금은 가격 구조를 왜곡하고 금리 부담을 키울 위험이 있다. 현재 요구되는 대응은 취약계층을 겨냥한 표적 지원, 공급 능력을 확충하는 생산성 개혁, 그리고 시장 신뢰를 뒷받침할 재정정비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드러내는 구조적 부담
아베노믹스 재가동 요구는 과거 디플레이션 탈출에 대한 성공 경험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지금의 환경은 당시와 크게 다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약 3% 수준에서 유지되는 가운데 실질임금은 내내 감소했고, 10월 소비는 전년 대비 3% 줄었다. 물가 상승, 소득 둔화, 소비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는 국면이다.
현 시점의 제약은 경기순환보다 구조적 요인의 영향이 크다. 인구 감소와 노동력 축소, 장기적인 비용 상승이 얽히면서 단순 현금지원이나 보편 보조금으로는 병목을 해소하기 어렵다. 광범위한 보조금은 단기적으로 소비자물가를 낮추지만 가격 구조를 왜곡하고 생산성 제고를 지연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국채 수요 축소로 장기금리가 상승하면서 교육·돌봄 등 필수 분야의 재정 여력도 줄어들고 있다.
금리 환경 변화는 이러한 부담을 더 강화한다. 일본은행은 초 완화정책에서 점진적으로 이탈하고 있으며, 임금 상승세가 이어지면 추가 긴축 가능성도 제기된다. GDP 대비 230% 수준의 부채는 초저금리일 때는 유지 가능했지만, 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면 부담이 빠르게 커진다. 이런 여건에서 재정 확대 중심의 부양책은 통화정책과 충돌해 장기금리 프리미엄을 높일 위험이 있다.

주: 물가는 약 3% 올랐지만, 실질임금은 0.7% 줄어 가계의 구매력은 더 약해졌다.
아베노믹스 본능에서 벗어나야 할 때
‘사나에노믹스’로 불리는 정책 패키지는 통화정책 완화, 대규모 재정지출, 정부 주도 투자를 축으로 한다. 11월 승인된 약 21조3,000억 엔(약 201조2,850억원) 규모의 패키지도 대부분 신규 국채 발행으로 충당되며, 에너지 비용 완화·현금 지원·AI·반도체 분야 투자가 포함돼 있다. 에너지 보조금은 몇 달간 소비자물가를 낮추고, 현금 지원은 2026년 초 성장률을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 방향은 생산성 향상과의 연계가 약한 이전 지출에 치우쳐 있다. 보조금은 단기적 효과는 있지만 공급 병목과 노동력 부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물가 압력은 지속된다. 보조금 종료 시 가격이 재상승하고, 부채 증가 속도는 빨라질 수밖에 없다. 금리 1bp 상승만으로도 향후 연구·인력개발 등 핵심 투자 재원은 줄어들 수 있다. 과거의 목표가 디플레이션 탈출이었다면, 지금은 생산성 강화와 재정 지속성이 핵심 과제다.

주: GDP 대비 약 230%에 이르는 부채가 2% 안팎의 10년물 금리와 겹치며, 작은 금리 변동도 예산에 큰 압박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대응 전략
스태그플레이션을 다루기 위해서는 표적 지원·생산성 제고·재정정비를 단계적으로 결합한 접근이 필요하다. 저소득층과 에너지 비용 부담이 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정적 지원을 제공해 단기 충격을 완화하고, 소득 기준을 적용한 한시적 프로그램을 통해 집행과 철회가 용이한 구조를 갖춰야 한다. 이와 함께 12개월 안에 생산성과 노동 공급을 높이는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 공공서비스 디지털화, 토지이용·인허가 절차 개선, 보육·돌봄 인프라 확충, 인력 부족 직종에 대한 제한적 이민 정책 등이 필요하다.
중기적으로는 재정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교육·R&D·돌봄 등 성장 기반을 지키면서, 효과가 낮은 이전 지출과 비효율적 세제 혜택을 줄여 재정 여력을 확보하는 방향이다. 이 조합은 단기 안정, 공급 능력 확충, 중기 재정 건전성을 연계하는 체계로 작동한다. 3분기 GDP는 연율 –2.3% 감소했고, 투자와 수출도 약화됐다. 그럼에도 실질소득을 보완하는 정책은 과도한 수요 자극 없이 단기 경기를 지탱할 수 있다. 다만 보조금이 종료되고 공급 측 개혁이 뒤따르지 않으면 효과는 빠르게 약해진다. 시장의 반응은 이미 이를 경고하고 있으며, 정부는 중기 프로그램을 지속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교육·정책 분야의 과제
공급 제약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교육·훈련 체계가 우선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대학과 직업훈련 기관은 산업 수요에 직접 연결된 기술 교육을 강화하고, 지역 기업과 연계한 도제식 경로를 확대해야 한다. 단기 기술과정을 단계별로 쌓아 학위와 연동하는 구조도 마련해야 한다. 교원이 산업 현장과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할 수 있도록 개발 시간을 보장하고, 수료·취업 성과를 기준으로 재정을 배분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정부 부처 역시 중·장년층 재교육을 핵심 정책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기업과 협력해 AI 기초 활용, 로봇 장비 점검·정비, 공급망 품질관리 등 12~20주 집중과정을 마련하고, 수료와 임금 개선을 연계하는 지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보육 접근성을 강화해 교육 참여를 확대하고, 인력난이 심한 직종에는 제한적 이민 경로를 운영해 공급 공백을 보완할 수 있다.
주요 논점에 대한 대응
긴축정책을 즉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그러나 실질임금이 감소하고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급격히 축소하면 경기 하락폭이 더 커질 수 있고, 일본은행은 다시 디플레이션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공급 측 개혁을 먼저 추진하고 영향이 적은 지출부터 조정해 중기 재정 운영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적절하다. 정부의 중장기 전망에서도 생산성 중심 지출로 전환할 경우 재정수지 안정 가능성이 제시된다.
반면 대규모 부양책이 여전히 효과적이라는 시각은 단기 성과에 초점을 둔다. 보조금이 물가 상승률을 일시적으로 낮추고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전 지출이 반복되면 근원적 물가 압력은 완화되지 않고 금리 상승으로 필수 분야의 재정 여력은 줄어든다. 단기 부양을 생산성 강화와 재정정비로 연결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 경로가 마련된다. 재정 전략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면 일본국채(JGB)에 대한 우려도 확대될 수 있다.
높은 부채 비율, 실질임금 하락, 상승하는 금리는 일본이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들어섰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앞으로 교육과 인력 양성 등 핵심 투자에도 제약이 커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과거 아베노믹스식 부양이 디플레이션 대응에 집중했다면, 지금의 과제는 공급 제약과 지속적 물가 압력을 다루는 새로운 정책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단기 부담을 덜고, 노동 공급을 확충할 기반을 마련한 뒤, 중기 재정정비를 통해 핵심 투자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 생산능력을 높여 성장 기반을 넓히는 접근만이 일본이 스태그플레이션을 벗어나 지속 가능한 재정 구조를 확보하는 길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Stop Treating Yesterday’s Illness: Why Abenomics-Style Stimulus Misses Today’s Japan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