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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 주자 中 기술력도 미성숙" 한 발 늦게 휴머노이드 시장 진출한 日, 특유의 '완벽주의' 성향이 영향 미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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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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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시장 주도권 中에 내준 日, 뒤늦게 경쟁 참전
물량 앞세워 시장 선도하는 中 휴머노이드, 성능 여전히 의문
전기차 열풍도 외면한 日, 휴머노이드 분야서도 '완벽주의' 표방

로봇공학 분야를 오래도록 선도하던 일본이 인공지능(AI) 기반 휴머노이드 시장에 한발 느린 출사표를 던졌다. 관련 시장이 이미 중국을 중심으로 개화한 가운데, 뒤늦게 칼을 빼 들며 이례적인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완벽주의 성향을 갖춘 일본 산업계가 휴머노이드 시장의 미성숙함에 주목해 관련 사업 진출을 미뤄 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봇 선도국 日, 휴머노이드는 '후발 주자'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공장에 갇힌 로봇: 로봇 기술 선도국 일본, 인공지능(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붐을 놓친 이유'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내고, 일본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상황을 상세히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가와사키, 화낙, 야스카와, 나치 등 일본 산업용 로봇 대기업들은 최근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국제로봇전시회(IREX)’에서 가장 큰 전시 부스를 차지하며 용접·조립·물류 등 공장 자동화 로봇을 중심으로 기술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전시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은 중국 스타트업들이 내놓은 휴머노이드였다. 갈봇, 아지봇, 로보테라 등 2023년 설립된 신생 기업들이 대거 참가했고,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는 복싱과 댄스를 선보이며 관람객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다른 일본 스타트업들도 휴머노이드를 전시했지만, 전시 제품 상당수가 중국산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조됐다. 일본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휴머노이드가 사실상 국제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상기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일본 로봇 산업이 강점을 보인 것은 어디까지나 기계·제조 부문에서였다. 이는 일본의 대학 시스템 등에 영향을 미쳤고, 학계 인력과 자본 역시 제조업 중심의 공학 계열 연구에 치중됐다. 기계적 완성도보다 AI 기반의 자율성·인지·데이터 처리 능력 등을 중시하는 현대 휴머노이드 시장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일본 로봇산업계는 한동안 기존의 기조를 유지했고, 최근 들어서야 휴머노이드 시장 진출을 위해 뒤늦게 칼을 빼 들었다. 이달 초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 산학연 연계 조직인 ‘교토휴머노이드협회(KyoHA· Kyoto Humanoid Association)’는 최근 참여 기업을 13개로 대폭 확대하고 구체적인 양산 로드맵을 확정했다. 

KyoHA는 와세다대학교, 티엠작크(tmsuk), 무라타 제작소, SRE 홀딩스 등 기업 및 기관이 올해 6월 30일 공식 설립한 단체다. 닛케이는 이달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와 스미토모중기계공업(住友重機械工業)이 KyoHA 회원사로 새롭게 참여했으며, 이로써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및 제조에 필요한 핵심 밸류체인이 완성됐다고 전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의 선구자인 와세다대가 전체 설계를 총괄하고, 일본 대표 로봇 기업들이 각자의 주특기를 살려 부품을 공급하는 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다. 협회 로드맵에 따르면 참여 기업들은 2026년 말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2027년부터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돌입한다. 2029년부터는 보급을 대폭 확대해 상용화 단계에 안착하겠다는 목표다.

휴머노이드의 기술적 한계

시장은 일본이 휴머노이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는 사실 자체보다도, 지금까지 시장 경쟁에 굳이 '뛰어들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관련 시장을 이끄는 것은 단연 중국이다. 중국은 휴머노이드를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며 로봇 도입 분야를 제조, 물류, 서비스 영역까지 빠르게 넓히고 있다. 중국 로봇 기업들은 자국 제조 기업 및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초기 비용 부담을 낮추고 공급망을 통합했으며, 빠르게 양산 체계를 확보해 '물량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문제는 시장을 선도하는 중국 로봇들의 성능이 여전히 의문스러운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유니트리(宇樹科技·위수커지) 휴머노이드 로봇 ‘G1’의 경우, 올해 초 소비자들로부터 실제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혹평을 받았다. 당시 중국 샤오샹모닝뉴스 등의 보도에 의하면, 중국 후난성의 레이 씨는 온라인 플랫폼에 영상을 게시하고 31만9,000위안(약 6,400만원)을 들여 구매한 G1 로봇에 대해 “약간 실망스럽다”는 사용 후기를 남겼다. 제작사는 공식 계정을 통해 G1이 스핀킥, 댄스, 공중 점프, 달리기 등 고난도 동작을 수행할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실제 구매한 제품은 손을 뻗거나 악수하기, 손 흔들기, 머리 돌리기 등 기초적인 동작을 수행하는 게 고작이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그는 G1이 보행 중 넘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 5월에는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이 통제 불능 상태로 난동을 부려 인간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반중 성향 매체인 에포크타임스, 미국의 대중국 단파방송 희망의소리(SOH) 등은 중국의 한 로봇 연구소에서 제조 중이던 휴머노이드 로봇이 통제 불능 상태가 돼 난동을 부렸다고 보도했다. 당시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공장 내에서 2명의 연구원이 미니 크레인에 매달린 로봇을 조작하는 모습이 담겼다. 로봇은 작동을 시작하자 사방으로 팔을 미친 듯이 휘두르면서 연구원을 공격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주변에 있던 컴퓨터 모니터 등의 물건이 떨어지기도 했으며, 로봇을 매달고 있던 크레인도 마구 움직였다. 이에 연구원은 놀란 표정으로 몸을 피했고, 로봇이 매달려 있던 크레인을 뒤로 잡아당겼다. 그제야 로봇은 움직임을 멈췄다.

토요타 하이브리드 미니밴 '알파드(Alphard)'/사진=토요타

日 산업계의 완벽주의 성향

전문가들은 이 같은 휴머노이드 시장의 '미성숙함'이 일본의 시장 진출을 늦춘 핵심 원인이라고 본다. 완벽주의적 성향을 띠는 일본 산업계가 휴머노이드 시장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 특유의 완벽주의 노선은 전기차 산업의 전례를 살펴보면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23년 토요타자동차의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 모터쇼에서 “사람들이 마침내 전기차의 현실과 마주했다”며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는 것은 사람들이 전기차가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적인 해결책이 아님을 깨닫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일본 최대 자동차 업체이자 세계 자동차 판매 1위 업체인 토요타가 공개적으로 전기차 산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셈이다.

그는 지난해에도 재차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차와의 시장 경쟁에서 결국 패배할 것이며, 대중에게 전기차 구매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기차로의 전환은 철저히 소비자들의 선택에 맡겨야 하며, 이 시장 논리에 ‘정치’가 개입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어 토요타 회장은 “전 세계 약 10억 명이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에 살고 있으며, 이런 점은 전기차가 모든 사람을 위한 교통수단이 될 수 없음을 말해주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전기차 관련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결코 시장 점유율 30%를 넘기지는 못할 것이며, 미래에도 내연기관차가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리라고 전망했다.

토요타는 이후 이어진 중국 전기차 전환의 압박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입지를 지켜냈다. 2020년을 기점으로 중국산 전기차가 급성장하며 내연기관 중심의 완성차 브랜드가 줄줄이 중국 현지 시장에서 밀려났지만, 토요타만은 예외적 흐름을 보였다. 토요타의 지난해 중국 출하량은 2022년 최고치보다 14% 줄었다. 이는 판매량이 80% 이상 급감한 포드, 판매량의 3분의 1이 증발한 폭스바겐 등과 비교하면 상당히 준수한 성적이다.

토요타가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버틸 수 있었던 핵심 배경으로는 1997년 시작된 하이브리드 전략이 꼽힌다. 프리우스로 시작된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코롤라, 캠리, 하이랜더 등으로 확장되며 중국 시장의 탄소중립·에너지 절감 수요를 흡수한 것이다. 이에 더해 중·일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 속 중국 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 움직임이 사실상 관측되지 않는다는 점도 토요타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2012년 영유권 갈등 때와 달리 중국 당국이 시장 불안을 피하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토요타는 최근 현지 판매 전략을 재조정 중이다. 중국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현지화 심화 전략을 채택하며 가격 인하에 나선 것이다. 그 결과 지난 3월 출시한 완전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bZ3x의 판매가는 10만 위안대(약 2,000만원대) 선에서 설정됐으며, 해당 모델은 10월까지 5만 대 이상 판매되며 토요타 전기차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시장에 안착했다. 시장조사업체들은 토요타의 중국 사업 수익이 올해 14% 증가하리라고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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