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발전’으로 비용 절감 나선 정유·석화업계, 바이오연료로 탄소 감축 방안 모색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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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석화업계, 자체 발전소 구축해 에너지 비용 감축 탄소 배출 비교적 적은 LNG 등 활용해 친환경 경쟁력 강화 GS칼텍스, 팜유 기반 바이오디젤 밸류체인 구축하며 '탈탄소' 속도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이 자체 발전소 건설에 나서고 있다. 최근 수년 사이 산업용 전기 요금이 대폭 뛰어오른 가운데, 설비 가동을 위해 필요한 대량의 전력을 직접 생산한 전기로 충당하며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팜유 등 바이오 연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친환경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기업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자가발전 택하는 정유·석화 기업 급증
1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의 100% 자회사인 HD현대이앤에프는 충남 서산에 있는 HD현대케미칼 대산공장에 전기, 스팀(증기)을 공급하기 위해 LNG 발전소 1기를 건설 중이다. 최대 발전 용량은 290메가와트(㎿)며, 내년 3월 상업 가동이 목표다. 해당 발전소의 발전 단가는 100원대 초중반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 전력데이터 개방 포털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기준 산업용 전기 요금은 1킬로와트시(kWh)당 179.2원 수준이다.
S-Oil(에쓰오일)도 울산 온산 공장에 LNG 기반 발전 시설 2기를 짓고 있다. 기존 2기에 더해 내년 말부터 총 4기를 운영해 121㎿ 규모의 전기를 자체 생산하고, 이를 온산 공장에 전량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할 시 현재 10% 수준인 에쓰오일 온산공장의 자가발전 비율은 최대 42%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 E&S는 울산 콤플렉스(CLX)에 300㎿급 LNG 기반 열병합 발전소를 설치했으며, GS칼텍스는 여수 공장에서 하루 15㎿의 전력을 생산하는 자가 설비를 운영 중이다.
이 같은 정유·석화업계의 자체 발전소 건립 수요는 이전부터 관측돼 왔다.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여수공장은 2001년 전체 생산 공정에 양질의 스팀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롯데건설과 자체 복합발전설비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복합발전설비란 일차적으로 가스 터빈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고, 이차적으로 가스 터빈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를 폐열회수보일러로 보내 스팀을 생산하는 발전 체계를 말한다. 해당 복합발전설비는 2003년 8월 1일 상업 생산을 시작했으며, 이후 여수공장의 전력자급률은 90%까지 뛰어올랐다.
자체 발전소로 '탈탄소' 요구 충족
자가발전은 단순 비용 절감 수단을 넘어 업계의 탈탄소 대응책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HD현대이앤에프가 건설 중인 발전소는 LNG와 블루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발전소로, 기존 코크스 기반 발전 대비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어 회사의 저탄소 에너지 전환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받는다. GS칼텍스가 운영 중인 자가 설비 역시 탄소 배출이 적은 LNG를 연료로 하는 열병합 발전소다. GS칼텍스는 올해부터 추가 열병합 발전 설비 신설을 위한 투자에 돌입했으며, 2028년까지 2,47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S-Oil은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의 일환으로 가스 터빈 발전 설비 건설 프로젝트(GTG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 투자가 시작돼 올해 상반기까지 743억원이 집행됐으며, 2026년까지 추가로 1,887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S-Oil은 이 프로젝트가 에너지 효율 향상과 탄소 중립 기반 구축에 기여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울산 콤플렉스 사업장 내 열병합 발전 설비를 통해 연간 대략 4~5만 톤(t) 규모 이산화탄소 감축 및 191억원의 보일러 운영비 절감 효과를 창출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석유대체연료 생산∙사용 활성화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로는 바이오 연료 등의 활용 가능성도 본격적으로 부각되는 추세다. 해당 개정안은 석유정제공정에 '친환경 정제원료'의 투입을 허용하고, 친환경 연료를 바이오 연료, 재생합성연료 등으로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친환경 연료의 개발·이용·보급 확대 및 원료 확보 등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 등도 법안에 포함됐다.

GS칼텍스는 '바이오 연료'에 주목
정유업계에서 바이오 발전에 힘을 쏟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GS칼텍스가 꼽힌다. GS칼텍스는 2023년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에 합작법인 ARC를 설립하고, 인도네시아 동칼리만탄주 발릭파판 산업단지의 30만㎡ 규모 부지에 약 2,600억원을 투자해 팜유 정제 시설을 짓기로 했다. 지난해 5월 착공해 지난달 준공된 해당 시설은 팜 원유(CPO, Crude Palm Oil)를 원료로 팜 정제유, 식용유지, 바이오디젤 원료(팜 스테아린 등)를 생산하며, 연간 약 50만 톤 규모의 정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 농장에서 생산된 팜 원유를 ARC에 공급하고, ARC에서 생산한 팜 정제유를 현지는 물론 한국, 중국 등 인근 국가에도 판매할 예정이다. GS칼텍스는 공정 운전 역량을 바탕으로 ARC의 정제 시설 운영 효율을 제고하고, 생산된 바이오디젤 원료 제품을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로써 GS칼텍스는 원료 확보에서 제품 생산·판매까지 이어지는 바이오디젤 밸류체인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ARC의 핵심 원재료인 팜유가 탄소 중립에 오히려 역행하는 연료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팜유 확보를 위한 경작 과정에서 오히려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관련 업계는 이 같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한다. 인도네시아 팜유 생산자 협회는 팜유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인도네시아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에 불과하며, 팜나무 한 그루가 연간 161톤의 탄소를 흡수하는 동시에 18.7톤의 산소를 배출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한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가 설립한 국제기구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역시 바이오연료 작물이 성장 과정에서 유의미한 수준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전 주기적으로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전 세계가 팜유를 탄소 감축에 적합한 원료로 인정하고 바이오디젤 보급을 확대하는 이유다. GS칼텍스를 비롯한 정유·석화 기업이 자체적으로 팜유를 생산해 활용하면 유의미한 친환경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