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진료비 190조원 넘는다, 건보 재정 흔드는 초고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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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골격·정신·치매 질환 진료비 급증 건보 재정 4년 뒤 적자 전환, 2050년엔 44조 부족 고령화가 바꾸는 의료비 지형

오는 2030년 국민건강보험 총진료비 규모가 최대 19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인구 증가를 넘어 질병 구조 자체가 만성·고령 질환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면서,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료율을 법정 상한까지 끌어올려도 2050년에는 재정 적자가 불가피한 가운데, 현행 건보 재정 구조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총진료비 20년 만에 5배로 팽창
9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의 ‘질환별 건강보험 진료비 추계 및 분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총진료비는 2004년 약 22조원에서 2024년 약 116조원으로 20년 만에 5배 이상 늘었다. 연구진은 유병률 변화와 의료기술 발전 등 비인구학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 2030년 총진료비가 189조원에서 최대 191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정부가 제시해 온 기존 장래 재정 전망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질환별 지출 구조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 1990년대까지 진료비 비중이 가장 컸던 호흡기계 질환은 저출산에 따른 소아·청소년 인구 감소와 맞물려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반면 순환기계·소화기계 질환과 암은 고령층 비중이 높아지며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삶의 질’과 직결된 질환들의 증가세다. 근골격계 및 결합조직 질환은 2023년 4위에서 2030년 3위로 올라설 것으로 관측됐고, 정신 및 행동장애는 8위에서 5위로, 신경계 질환은 11위에서 7위로 급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정신 및 행동장애의 경우 10~30대 청년층의 진료 수요 확대와 80세 이상 고령층의 입원비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며 전 세대에 걸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인성 질환의 대표 격인 치매는 재정 부담이 가장 빠르게 불어나는 분야로 꼽힌다. 치매 진료비는 2010년 7,796억원에서 2023년 3조3,373억원으로 4.3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약국 진료비는 같은 기간 9배 이상 급증해 치료제 수요 확대가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2030년 치매 진료비가 최대 4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증가율이 11% 안팎에 달하는 셈이다. 진료 형태별로는 입원 중심의 지출 구조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전체 진료비에서 입원비 비중은 2010년 38.5%에서 2030년 47.5%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외래와 약국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흐름이다. 장기 요양과 중증 치료 수요가 늘어나는 고령화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관행이 된 미달, 17년간 쌓인 정부 미지급 21조원
건강보험 진료비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정부 지원은 법정 기준에 못 미치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국민건강보험료 수입은 83조9,520억원이었다. 법정 기준에 따른 정부 지원금은 13조8,051억원이었지만, 실제 지급액은 12조1,658억원으로 1조6,393억원이 부족했다. 현행법은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의 20%를 정부가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4%는 일반회계, 6%는 담배부담금으로 조성된 건강증진기금에서 마련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국고지원은 매년 10% 초반대로, 법정 기준에 못 미쳤다.
2019년을 제외하면 최근 몇 년간 정부가 산정한 보험료 예상 수입이 실제보다 낮게 잡히면서 법정 비율을 적용해도 지원액이 줄어드는 구조도 반복됐다. 경제성장률이나 의료 이용 증가 같은 변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보험료 인상률 중심으로 예상치가 산정되면서 이런 관행이 굳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건강증진기금 역시 제약 요인이다. 담배부담금 수입의 65%를 넘을 수 없도록 한 규정 탓에 건강보험 재정 안정이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지원 여력이 제한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2007년부터 2024년까지 법정 기준대로라면 정부가 지원했어야 할 금액은 149조7,617억원에 이르지만, 실제 지원액은 128조332억원에 그쳤다. 이 기간 누적 미지급액은 21조7,000억원이다. 올해도 예상 보험료 수입 약 90조9,000억원 가운데 약 14% 수준인 12조7,000억원가량이 국고로 지원될 예정이다. 전년(약 12조6,000억원)보다는 소폭 늘었으나, 법정 비율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건보 적자 2050년 44조원, 법정 상한 8% 뚫어도 적자 못 막아
이에 반해 가입자 부담은 장기적으로 늘어왔다. 올해 건강보험료율은 1.48% 인상돼 직장가입자는 월평균 2,235원, 지역가입자는 1,280원을 더 부담하게 됐다. 일부 연도에서 보험료율이 동결되기도 했지만, 평균 부담액은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이다. 이에 따라 건보료 수입은 지난해 87조7,118억원에서 올해 92조9,962억원으로 5조2,844억원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2년 이후 4년간 건보료 수입은 16조원 이상 증가한다.
그럼에도 건강보험 적자는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 보장 장기 재정 추계 통합 모형 구축'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건보 총지출은 296조4,000억원, 총수입은 251조8,000억원으로, 법정 최고 수준인 8%까지 보험료를 올려도 44조6,000억원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는 보험료율(수입)이 법적 상한선인 8%까지 인상된 상황을 가정한 수치로,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보험료를 내도 의료비 증가 속도를 감당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보험료 인상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경고다.
이미 재정 악화의 시점도 앞당겨지고 있다. 보사연은 내년부터 당기수지가 적자로 돌아서 2033년 준비금이 소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에도 적자는 지속 확대돼 2065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가 3%까지 악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 역시 보험료율이 2032년 8%에 도달한 뒤 동결되는 반면 의료 수가(지출)는 계속 상승한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암울한 전망이 제기되는 가장 큰 이유는 급속한 인구 고령화 때문이다. 이미 2023년 기준으로도 전체 가입자의 17.9%에 불과한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사용한 진료비는 전체의 44%에 달하는 48조9,000억원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거대한 인구 집단인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가 본격적으로 노년층에 진입하면 의료 이용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해 현재의 수입과 지출 구조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의료 기술의 발전과 소득 수준 상승에 따른 수요 확대 역시 재정 지출 부담을 키우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런 인구 구조 변화와 함께 새로운 의료기술 도입, 소득 증가가 야기할 의료 수요 증가 등을 모두 고려해 미래를 예측했는데, 정부의 지출 효율화 노력을 감안했음에도 구조적인 적자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출 구조 개편과 의료 공급 체계 혁신 등 근본적인 제도 개혁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는 의미다.